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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胚芽) 기본권에 관한 천주교 주교회의 성명서 전문

‘배아(胚芽)의 인간기본권 부인’ 판결을 반대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 배아나, 수정 후 2주쯤 지나 배아 안에 원시선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의 배아는 인간생명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수정된 배아를 불임이나 질병 치료 연구에 이용하고 5년이 지나면 폐기할 수 있도록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조항은 인간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경악과 더불어 전혀 동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우리는 착상 이전의 배아나, 원시선이 생기기 전의 배아가 인간생명이 아니라는 헌재의 판결은 매우 주관적이며, ‘모든 인간생명은 배아였음’을 상기할 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수정란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가진 생명체로서, 수정란으로 시작된 생명체는 연속적인 성장을 통하여 인간으로 출생하게 됩니다. 수정란, 배아, 태아, 신생아, 영아 등은 성인(成人)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들이며, 그 과정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그 과정들에서 특별한 새로운 것이 첨가되거나 창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인간생명의 모든 과정은 각각의 단계에서 완전한 존재이며, 완전한 인간입니다.

배아는 하느님이 정한 순리대로 수정란으로부터 성장한 것이며, 시기적으로 초기단계이므로 아직 미숙하고 형체가 불분명한 것일 뿐입니다. 단순히 미숙하고 형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인간생명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참으로 가공할 발상입니다. 또한 원시선 모양도 뇌와 척수로 분화되는 원시신경관의 윤곽으로서, 원래부터 수정란 속에 들어있는 유전정보가 형상화된 것뿐이며 본질적인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원시선 형성이 인간생명과 존엄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수정란으로 생명이 시작될 때에 이미 인간생명 자체에 주어진 것입니다.
  만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 착상 이전의 배아나 원시선이 생기기 전의 배아가 인간의 배아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입니까? 인간으로 태어날 배아는 그 시작부터 인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천주교회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지지합니다. 오늘날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의 삶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생명연장과 난치병 치료라는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회는 의학적 진보가 인간 존재의 파괴와 연관되거나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또는 인간의 온전한 선에 반대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나아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신앙교리성 훈령 ‘인간의 존엄’). 생명과학기술은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합니다(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 이렇듯 숭고한 목적을 지닌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생명의 파괴나 훼손에 앞장설 수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윤리적 논란을 제공하고 있는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반생명적 조항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할뿐 아니라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천주교회는 인간생명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인간 배아도 온전한 인격체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지닌 생명의 절대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생명을,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0년 6월 1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  봉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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