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6.25 평화기도회서 전쟁 반대 및 비폭력 선언해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외 5개 단체 평화토론회 및 기자회견

진보 기독교의 대표적인 지성인 그룹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를 포함한 5개 단체의 기독 지성인들이 한기총이 중심이 돼 준비 중인 ‘조지 부시 초청 6.25 60주년 평화기도회’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 기독인들은 21일 오전 10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표류하는 평화 이렇게 둘 것인가?’를 주제로 평화토론회를 열고, 이어 ‘조지 부시 초청 6.25 평화기도회’를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논평을 발표했다.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 노정선 교수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군사적 대북 압박 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 교수는 무엇보다 대북 심리전 재개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는 "심지어 오바마 캠프에서도 대북 심리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군사적 대응은 지역 전쟁 나아가 전면전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평화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준우 박사(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이은선 교수(세종대), 노정선 교수(연세대) ⓒ김진한 기자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조치에도 일침을 가했다. 노 교수는 "미국이 대북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할 수록 미국 경제 위기는 더 심화될 뿐"이라며 "북한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결국 미국 경제에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노 교수는 끝으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이라며 "배고픈 이를 먹이고, 위로하며 가는 것이 기독교가 나아갈 길"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는 이해 당사국인 남과 북이 풀어갈 문제이지 한·미·일 동맹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김준우 박사는 예수의 종교가 말하는 평화의 의미를 되새김질 했다. 김 박사는 "예수의 평화는 전쟁과 폭력으로 오는 평화가 아니며 또한 제한적인, 조건적인 사랑을 담보로 한 평화가 아니다"라며 "원수를 사랑하므로써 이뤄지는 제한없는 무조건적인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권력에 편승해서 소수 지배 계층의 권력의 도구가 되어선 안된다"며 "기독교는 보편정신에 근거해 만인을 위한 정의와 평화 그리고 평등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다"라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이은선 교수도 종교와 정치가 결탁할 때 발발할 수 있는 재앙들에 주목하며 무엇보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초한 ‘선과 악’이란 이분법적 세계관이 갖는 무차별적 폭력성을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종교는 그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이들 기독인들은 "미움과 증오만 한없이 되새기는 것은 평화를 위한 교회의 기도가 아니다"라며 ‘6.25 60년 부시 초청 평화기도회’에 관한 논평을 냈다.

이들은 논평에서 "부시를 불러 평화의 메시지를 듣겠다는 주최 측의 세계관과 역사의식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기독인들은 "그를 통해 들으려는 메시지가 우월한 무기와 무력으로 원수를 제압해 성취하는 힘에 의한 평화라면, 이는 교회의 이름으로 개최되는 평화기도회의 성격에 본질적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화해와 사랑의 가르침에 결정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만약 이러한 취지로 기도회가 열린다면 이 기도회는 기독교의 이름만 빌렸을 뿐 기독교의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 우려하고 있는 이들은 또 "2010년 6월, 지금도 여전히 천안함 사태 이후 “전쟁불사”를 외치는 남쪽 당국과 “불바다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북녘 당국이 쏟아내는 전쟁기운으로 남북의 백성들은 죽을 지경이다"라며 "그것도 모자라 하나님나라의 평화를 외쳐야할 교회까지 나서서 증오와 불신, 미움을 쏟아낼 메시지를 들어야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교회는 6.25의 증오를 넘어 평화와 상생을 향한 6.15의 정신을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들은 "평화 기도회가 한반도 전쟁이 아닌 진정한 평화를 기원하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며 6.25 60주년 평화기도회 측에 몇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이들은 ▲전쟁 반대 및 비폭력 선언 ▲군축 요청과 평화공존 실행 ▲화해자 역할 담당 ▲소망을 담은 즐거운 상상력 발휘 등을 주최측에 제안했다.

이날 평화토론회에는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YMCA 생명평화센터, 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통합연구소,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 그리고 조지 부시 초청 6.25 60주년 평화기도회를 우려하는 기독인연합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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