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도 축하영상 보내 와 “한국교회 기도에 감사”
반전 평화운동가들 시위...경찰, 경기장 출입 봉쇄
22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화기도회는 '평화'에 대한 추구보다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공유함으로 하나 되는 자리였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보수교계를 중심으로 서울시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전쟁 60주년 평화 기도회'가 열렸다.ⓒ김정현 기자 |
이날 강사로 나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6.25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군인들이 희생을 통해 공산세력의 확장을 막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켰주었다며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항상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이 신앙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전한 메시지의 제목은 '이날을 잊지 말자'였다. 조 목사는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이 이 땅에 일어나서는 안 되며 현재의 한국이 누리는 신앙의 자유와 부는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눈물과 피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삼환 목사의 메시지에 이어 격려사를 전한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6.25가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핵개발을 추진하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일으켰다며 북한에 대한 강한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격려 영상을 보내 왔다. 이 대통령은 “하나님이 정하신 방법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때가 올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는 한국교회 성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분단을 넘어 평화로(Over Division to Peace)'라는 주제에 맞춰 기도도 이어졌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한 기도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해소되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을 위한 기도가 드려졌고,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와 더불어 전 세계 분쟁지역과 재난지역의 회복을 위한 기도에 5만여 명의 참석자도 ‘합심’으로 동참했다.
한편, '평화'기도회가 열린 월드컵 경기장 밖에서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참여와 간증을 반대하는 반전 평화운동가들이 모여 각종 퍼포먼스를 보이며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2차에 걸쳐 경고방송을 내보냈고, 3차 방송에서 연행 의사를 밝히자 시위대는 1인 시위로 전환하고 흩어졌다.
또 입구를 봉쇄한 경찰의 저지로 경기장 출입이 막히자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 시위대는 둘러 앉아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퍼포먼스에 참석한 이들은 경찰의 저지로 경기장 출입이 봉쇄되자 월드컵 경기장 입구에서 전쟁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김정현 기자 |
1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한 시위자는 "전쟁을 회고하며 전쟁을 치른 나라에 대한 적개심만 드러내고 있는 '평화' 기도회와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 기도회 중 어느 쪽이 진정 평화를 위한 기도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5만 명이 저 곳에 있다지만 과연 ‘평화’가 낄 자리는 있을지 미지수다.”
"평화를 외치는 우리는 정작 똑같이 평화를 말한다는 저 곳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과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저들의 평화와 우리의 평화는 다른 모양이다. 평화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는가?"
전날인 21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를 비롯한 5개 단체 기독인들은 평화토론회를 열어 조지 부시 초청 6.25 평화기도회를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제자 등은 "미움과 증오만 한없이 되새기는 것은 평화를 위한 교회의 기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6.25의 증오를 넘어 평화와 상생을 향해 가야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물론 22일에 열렸던 기도회에도 '평화'의 외침은 있었다. 그러나 "미움과 증오"도 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기총을 위시한 일부 한국‘교회의 일치'가 있었다. 그리고 정권에는 환영받으나 같은 기독인 형제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는 5만여 명의 '독실한' 기독인들의 눈물어린 합심기도마저 갖추어져 있었다.
6.25를 불과 이틀 남긴 시점에서 한반도의 평화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평화도 요원하다는 평가가 새어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