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광선 칼럼]교회 개혁과 화해 그리고 연합

▲서광선 고문

지난 6월 25일, 6.25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날, 한국기독교서회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있었다. 분단 조국과 처참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기억하며 가슴에 되새기는 날, 그 분단과 분열의 60년 동안, 기독교서회는 선교사들로 부터 이어 받은 문서선교와 기독교 신학 계몽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그 업적을 치하하고 기념하는 예배는 감동적이었다.

예배 순서에는 지난 60년대와 70년대 어려웠던 시절, 서회를 이끌어 온 분들의 축사도 있었지만, 보다 더 눈에 띈 것은 NCC 회장과 "한기총" 회장이 나란히 "격려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 두 기독교 연합기관의 장들이 이러한 공개된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어서 자못 놀라며 반가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한기총의 회장 이광선 목사가 격려사를 하는 도중, "저는 찬송가 공회의 이사장입니다. 그동안 우리 서회와 찬송가 공회가 이권 다툼을 하면서 소송도 하고 싸움이 심했습니다. 우리 공소 취하하고 우리 이권 다 내려 놓고, 화해합시다. 오늘 이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손잡고 화해하고 함께, 우리 교회와 교인들 위해서 함께 일하십시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기독교서회 이사장인 경동교회 박종화 (기독교장로회) 목사는 일어서서 강단 쪽을 향해 걸어 나갔고, 이광선 이사장은 강단에서 내려와 예배 참석자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서로 껴안는 것을 보았다. 서회 사장 정지강 목사도 악수를 나누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 교회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분열의 역사를 뼈아프게 보아 온 사람으로서, 이 광경이 꿈인가 생시인가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한국 부산에서 개최되게 된 것을 놓고 그동안 얼마나 시비가 많고 반대의 목소리가 부산 항구 도시에서 부터 일어나고 있지 않았던가. 1959년 예수교 장로회는 WCC를 찬동하는 지도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지도자들이 둘로 갈라져, 한 쪽은 "예장 통합"이라는 이름의 교단이 되었고, 다른 한 쪽은 "예장 합동"이라는 이름의 교단이 된 역사가 있다. 1959년 이래 예장 합동은 "반 에큐메니칼"이란 입장과 함께 WCC는 "용공"이라는 이유로 이 세계적 기독교 연합 단체와 동조하거나 연합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여 왔다. 부산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른바 "고려신학파"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일제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깨끗한 결론을 맺지 않고 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WCC 총회 개최는 찬동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NCC의 회장과 한기총의 회장이 한자리에 앉아서 한국교회의 굴지의 연합기관인 기독교서회 창립 120주년을 함께 축하하고, 에큐메니칼 문서선교 기관인 서회와 보수교회 연합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한기총의 두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포옹을 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다짐한 것은 결코 사소하거나 사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28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 NCC와 한기총의 가입교단의 지도자들과 목회자 평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8.15 대성회 전진대회"를 열었다는 보도가 크게 나왔다. 대회 사진을 보니 맨 앞자리에 NCC 총무의 얼굴이 보이고, 바로 그 뒷 자리에 한기총 회장과 NCC 회장이 한국 교계를 이끄는 저명한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통성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회장의 현수막에는 "8.15를 향해 생명을 노래하자"이다. 대회의 선언문은 "죄악과 죽음의 문화, 분열과 반목, 분단의 아픔과 소외, 어둠과 천박한 현실 가운데 한국교회가 모두 하나되어, 생명, 희망, 평화의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교회의 화합과 연합의 기운은 장로교 안에서도 움트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다행한 일이다. 지난 30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산하에 있는 28개 장로교의 이름을 전승하고 있는 교단 지도자들이 모여 "화합과 연합"을 의제로 내어 놓고 "1교단 다체제" 통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한국 교회의 분열은 장로교회가 그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이러한 통합의 기운은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장로교회는 일제하 신사참배 문제로 분열되기 시작했고, 장로회 신학교 문제로 기독교 장로교회가 나가게 되었고, 예수교 장로교회는 용공논쟁과 WCC 문제로 둘로 갈라져 왔다. 한국 개신교인의 75%인 9백 십만여 교우가 장로교회 교인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장로교단들의 연합은 한국 교회 연합운동의 대 전환, 발전의 역사적 단계에 돌입한다고 할 만한 대사라 하겠다.

"2010년 장로교의 날"을 열면서 제시한 종교개혁자 칼빈의 말, "연합이 곧 개혁"이라는 말은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금 되새겨야 할 말이다. 나아가서 사도 바울이 일찍이 한 말,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일제 강점 100년, 6.25 한국전쟁 60년을 뼈저리게 기억하는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한국교회가 개혁의 실천은 화해와 화합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실천에 옮길 일이 몇 가지 있다. 그 하나는 일본제국주의 한국 기독교 박해의 고통스런 시대를 청산하기 위하여서도 신사참배 수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신파가 해방과 함께 제안했던 참회운동을 이제라도 성실하게 온 한국장로교회가 선포하고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화해의 손길을 잡아야 한다.

그 두번째로 한국전쟁 중,  대구 장로회 총회에서 이단시비로 징계한 김재준 목사를 복권하는 것과 동시에 예수교 장로회와 기독교장로회가 연합 혹은 통합하는 일이다. 예수교 장로회 통합측과 합동측이 먼저 연합 혹은 통합한 다음 기독교 장로회에 화해와 연합 내지 통합의 손을 내어 민다면 "흡수통합"의 오해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예장 통합과 기장이 먼저 통합하거나 연합한 다음, 3개 장로교단들이 하나 되는 순서가 순리일 것이다.

지난 30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에서 지적한대로, 우리 한국의 장로교회가 해방 이후부터 분열하기 시작한 것은 신앙고백이나 성례전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19세기 말, 선교사들이 선교와 전도의 경쟁과 갈등을 피한다는 이유로 선교지역을 설정하면서부터, 장로교 안의 갈등은 신학적인 문제 보다는  지방색과 지역 간의 경쟁과 갈등의 역사가 우리 교회 안에서 증폭되어 온 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방색과 교권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이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것을 청산하고 회개해야 한다. 하나의 성서, 한분 예수 그리스도, 하나이신 창조주 하나님, 그리고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을 믿으며, 오래된 개혁의 전통을 이어 온, 한국 장로교회는 화해와 화합 그리고 연합의 본보기를 우리 믿음의 공동체와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 국가 사회에 보여 주어야 할 선교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서 광 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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