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기자 |
기독교 소비윤리와 소비신학, 그리고 소비문화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심포지움이 열렸다.
문화선교연구원은 29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수양관에서 ‘소비문화시대의 종교:책임적 소비문화를 지향하며’란 주제로 기독교문화 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한국사회의 문화적 현실을 고민해온 문화선교연구원은 2004년부터 문화신학적 해법을 모색하는 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해왔다. 지난해 심포지움에서는 ‘소비문화시대의 기독교’라는 주제로, 소비문화에 대한 사회학적·신학적 분석과 함께 기독교적 소비신학의 정립을 모색하기도 했다.
문화선교연구원 실행위원장인 임성빈 교수는 “책임적인 소비문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과제들이 한국교회의 시급한 문화적 소명으로 공감되기 바란다”며 이번 심포지움의 취지를 밝혔다.
‘소비문화의 종교성과 소비 이데올로기 비판’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고재길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강사)는 “소비문화의 주요현상인 소비주의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종교로서, 전통적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체 종교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행위를 통해 행복과 안정을 찾는다는 점에서 소비문화가 종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비사회의 소비적 자아들은 소비상품이 주는 풍요로움이 그들 미래의 안전을 보증하는 근본 토대라고 생각한다. 이에 고 박사는 “오늘의 백화점과 쇼핑몰은 더 이상 소비자의 특정한 구매욕구만을 충족시켜주는 단순한 구매 장소가 아니다”며 구매와 소비행동을 ‘거룩을 경험하는 수단’으로,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소비사회의 예배당’으로 혹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상품에 대한 물신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소비주의적 문화를 형성하는 데는 광고의 역할이 컸다. 고 박사는 “광고는 소비사회의 지배적인 문화현상인 소비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특별한 과제를 부여 받는다”고 말했다. 본래 광고란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해 올바른 소비행위를 하게 하는 목적을 가졌으나, 자본주의적 소비사회에서 광고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슬레이트의 말을 인용, 광고에 의해 상품 속에 자리 잡은 상징적 의미는 이제 더 이상 실재가 아닌 허위적 환상이며 상품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욕구의 관계를 조작하는 수단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소비문화가 종교성마저 띠게 된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어떤 소비양식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고 박사는 책임적인 소비윤리의 형성이 ▲소비인간의 이미지 형성에 대한 신학적 비평과 ▲대리행위와 대리적 소비의 개념에 대한 신학적 이해 ▲올바른 대리적 자아의 타자중심적인 합리적인 소비의 훈련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사회의 문제점을 모방의 대상의 잘못된 선택에서 찾은 그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라며 “하나님을 모방해야하는데 경제적 상류계층 모방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를 자기 삶의 중심으로 여기며 자기의 몸조차 소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소비인간에 대해 “하나님 형상, 그리스도의 형상과 연관지어 몸에 대한 바른 자아 형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차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적으로 병행될 때, 소비사회에서의 책임적인 소비행위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김자혜 사무총장(소비자시민모임)은 ‘지속가능한 소비운동’이란 발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는 지속가능한 생산으로부터 온다고 주장했다. 소비와 생산, 유통, 폐기는 모두 연관되어 있으므로, 일련의 과정이 모두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인간은 먹고 입고 살면서 끊임없이 소비한다”면서 “그 모든 소비가 지속가능한 소비로 생활화 되는 것은 어릴 적부터 교육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시민모임은 과학기술부장관과 환경부장관 그리고 언론에 지속가능한 소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문을 보내고, 공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움에는 ‘한국 현대광고와 소비사회의 성장’을 주제로 마정미 교수(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소비문화의 종교성과 소비이데올로기비판’을 주제로 고재길 교수(베를린 훔볼트 대학 Ph.D.), ‘지속가능한 소비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김자혜 사무총장(소비자시민모임)이 발제자로 나섰다. 또 송재룡 교수(경희대학교, 정경대학 사회학과), 송태현 교수(백석대학교 신학과), 양세진 사무총장(기윤실)이 각각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