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영적인 삶을 살아갈 때 더 행복해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진 정교회 예배는 흐를수록 풍성해지는 강 같은 영성 있어
천안함 기도식 가져... 4대강 사업 생태계 보존해야
2013년 WCC 부산 총회 개최 지지
신자 수 늘릴 계획은 없어... 정교회 성서 발간 계획
지난 5월 29일 서울 아현동에 있는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에서 열린 한국 정교회 선교 11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암브로시오스 한국 대교구장은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직업정신을 살려 이를 "심포지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받아들였다. 낯선 메시지에 이어 심포지엄 다음날 그리스어 등으로 진행되는 장엄한 전례 속에서 무식(無識)으로 인해 연이어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나부터 정교회를 더 알아야 하겠다는 사후 처방이 내가 택할 수 있는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생각한 것이 '암브로시오스 한국 대교구장의 입으로 직접 듣는 정교회 이야기'였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그리스어학과 교수이기도 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직접 입을 연 것은 연합뉴스와 J일간지 정도였기에 기자의 할 일을 가늠할 때 인터넷 검색으로 지칠 필요는 없었다. 범람하는 기사의 홍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2천년이나 이어온 정교회에 관한 기사가 적다는 데서 그들이 갖는 모습의 한 단면을 예측할 수 있었다.
거기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영성'을 말했는데, 지난달 21일 주교좌 대성당에서 만난 대주교는 '구원'을 보다 강조하는 듯했다. 2시간에 걸친 인터뷰 시간 동안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온유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정교회가 갖고 있는 주안점과 영성, 사회사업, WCC 및 총회, 생명과 평화 등의 문제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아리스토텔리스 조그라포스 대주교 ⓒ김태양 기자 |
정교회에 대해
한국선교 1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죽음’을 주제로 택해 '부활'을 강조하는 정교회 신학의 입장을 잘 설명해 준 듯하다. 이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도 초점을 맞춤으로써 '죽음'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리하자면, 기자가 묻고 싶은 것은, 신학과 사회사업(social work)에 대한 정교회의 입장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 한국정교회가 갖고 있는 특색에 대해 추가적으로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혼돈을 일으키게 된 부분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 혼돈이란 것은 두 가지 부분에 대한 것인데, 교회의 사업과 사회사업이다.
먼저 우리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교회의 사업이란 무엇을 말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세상에 무엇을 전해 주어야 하느냐는 것과 관련된다. 설교를 통해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치료를 베푸시며 양식을 제공해주셨던 예수님의 모든 일들은 바로 우리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일들이었다. 교회에서의 사업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다 구원과 관련된, 구원론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학적으로 봤을 때 교회란 사회에 참여하고 자선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구원에 관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빈곤이나 사회적 부정을 포함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는 곳이 아니다. 만약 주님의 사역이 사회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데 있었다면, 예컨대 전쟁이나 빈곤, 사회 부정이 멈춰지는데 초점이 있었다면 어떤 의미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그런 문제들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역이 실패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은 하늘의 양식이며 그것이 첫 번째 양식이고. 두 번째가 세상에서의 양식이다. 주님은 그렇게 가르치셨다. 먼저 영적인 것, 그 다음이 물질적인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의 의와 그의 나라를 구하면 물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인 세상에서 그것을 우선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데, 그들은 교회도 이렇게 물질적으로 나아가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빈곤이 없어지고 그 밖의 사회 문제들이 없어지기를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가장 올바른 교회 사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초대 교회의 모습이 담긴 사도행전을 봐야 한다. 사도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말씀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받아 그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려운 점이 나타났다. 고아와 과부들을 다 돌보기가 어려워졌던 것이다. 그래서 7명의 부제를 세우고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기로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바로 예배와 말씀 전달이라 할 수 있고, 교회의 가장 주된 사업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성 요한 크리소스톰도 사도행전 6장 4절을 인용하며 기도와 말씀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로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도들과 교부들이 사회의 어려움을 등한시했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도들과 교부들이 교회의 가장 주된 사업인 예배와 말씀 전달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사도 바울로도 사람들을 모아놓고 가장 먼저 주님의 말씀을 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금을 거둬서 예루살렘을 도와주기도 했다. 이는 성인들의 주된 사업이기도 했다. 성 대 바실리오스도 이러한 사회사업을 대단히 많이 했는데, 한 도시 전체를 자선사업을 하는 곳으로 만들어서 이 분이 돌아가신 이후 그 도시에 바실리아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정도다. 이 분은 나병환자의 발을 직접 닦아주기도 했던 성인이다. 그러나 이 분들이 가장 우선시했던 일은 역시 예배와 말씀 전달이었다. 사회사업에 동참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두 번째였고, 이 모든 것들을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순히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했던 일이 아니었다.
▲ 그리스 북부에 있는 '금녀의 성지' 아토스 산 ⓒ두산백과사전 |
정교회 수도원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이어오고 있는데 서방교회와는 다르다. 기도와 영적 생활을 중심으로 하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스나 러시아 등지에서는 정교회 신자들이 수도원을 자주 방문한다. 예배와 기도를 하고 그곳의 수도사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 분들을 통해 많은 면에서 영적인 편안함을 느끼면서 안정을 찾곤 한다. 정교회 수도원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그리스의 아토스 산(Mount Athos)에는 20개의 큰 수도원과 그 외 작은 수도원들이 모여 있다. 그곳에는 약 삼천여 명의 수도사들이 있다. 그곳의 수도원은 대단히 많은 정교회 신자들이 방문을 하는 곳이고, 방문한 이들에게 잠자리를 비롯한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방문한 이들은 수도원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받곤 하는데 각별히 초대교회 때의 모습을 그대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영적으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이들은 여름휴가 때에 휴가지 등 다른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 수도원을 방문해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영적인 체험을 하곤 한다. 젊은이들도 많이 방문한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수도사들이 무엇을 하는가?"라고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들 눈에는 수도사들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모든 생을 주님께 바쳐 기도와 예배,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은 입을 통한 대화 뿐 아니라 저서를 통해서 주님의 말씀을 전달하기도 한다.
교회 사업의 중심은 구원에 관한 것이고 사회사업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사람들에 대한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교회는 교회 사업의 바깥에 있는 정치적인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교회 사업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 큰 교세를 갖고 있는 개신교의 경우, 사회 참여 등에 헌신해 온 일부 교단과 교회들을 제외하고, 너무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내 교회 중심주의 혹은 개교회주의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좀 전에 말했다시피 교회의 주된 사업 중 우선적인 것은 각 사람의 구원에 관한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수도사들처럼 말씀 뿐 아니라 행동을 통해 사랑을 전달하고 가르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구원을 위한 사업과 도움을 올바르게 베푼다면 물질적인 모든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도움만 주게 된다면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안 해준 것과 같게 된다. 한 예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데 그들 중에는 부자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상당수가 풍족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인데 왜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일까? 물질적으로는 풍족한데 영적인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이길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업이란 영적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단순히 배고프니까 배를 불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사람을 빵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한국의 젊은이들도 최근 마약을 복용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겠는가? 교회에서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영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성폭행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연 누가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예방시키느냐는 문제가 있을 것인데, 그것을 교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을 돕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근본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교회의 전례는 거룩하고 장중한 전통적 면모가 돋보이는 반면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복잡하다는 느낌도 준다. 이러한 정교회의 전례가 갖는 장·단점에 대해 말해 줄 수 있겠는가? 간소화된 개신교의 예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황도 그렇거니와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복잡한 현대문명' 속의 현대인들에게 정교회의 이러한 특색은 정교회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교회가 있는 어느 나라건 정교회 예배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감명과 도움을 주고 뭔가를 얻어 가는 느낌을 주기에 사람들이 이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개인적인 예를 들자면,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업을 하는 동안 기숙사에서 함께 지낸 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와 대화를 해보니 그도 정교회 신자였다. 원래 개신교 신자였다고 하기에 어떻게 정교회 신자가 되었냐고 물으니, 그의 친구가 부활절 전 성 대주간에 정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려보자고 해서 예배를 드렸는데, 그 주간에 드리는 장엄하고 풍성하며 아름다운 특별 예배를 체험해 보며 감명을 받아 정교회 신자가 되었다고 한다.
▲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2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그리스어 성서를 펼쳐 보이며 "오리지널"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태양 기자 |
정교회 예배는 초대교회로부터 2천년 동안 죽 이어져오기 때문에 굉장히 풍부한 영성이 있다. 정교회 예배는 하나의 강과 같다. 강이 흘러가면서 더 풍성해지고 커지듯 초대교회 이래로 예배가 죽 내려오면서 기도문과 성가 등이 추가되면서 더 풍성한 예배가 된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정교회 예배를 드리면서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감명을 받게 된다. 한 예로 정교회 예배 안에서는 초대 교회 안에서 부르던 성가도 있다. 현재도 부르고 있는 '화사한 빛'이라는 성가는 1세기부터 부르던 것이다. 성찬예배 기도문들은 4세기에 체계화되었는데 그 때 만들어진 것을 지금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와 초대교회 때 드렸던 기도가 똑같은 기도라는 말이다. 그리스의 경우 지금 그리스어로 드리는 정교회 예배는 그 당시에 쓰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를 보라(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그리스어 성경을 펼쳐 보인다). 이게 오리지널 그리스어다. 그 때 사용하던 언어인데 지금도 똑같이 사용한다. 주후 4세기 스페인의 엣세리아라는 한 수녀가 예루살렘의 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매일 참석했던 예배에 대해 기록한 것이 있다. 그 분이 적었던 내용을 보면 지금 정교회에서 드리는 예배가 당시와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성화란 그려져 있는 성서다"라고 말하며 이콘화를 가리키고 있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두 번째 석사학위 획득을 위해 예술사를 전공하기도 한 대주교는 2008년 '성화와 볼화의 유사성'이라는 논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김태양 기자 |
예배와 말씀 전달이 교회의 주된 사업이기 때문에 정교회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예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른 교회들은 그런 부분들이 강조되고 있지 않다. 성찬예배만 보더라도 정교회는 단순히 성서만 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드린다. 그것을 성사라고 한다. 성사라는 예배는 지금의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로부터 드리던 예배이다. 교회 안에서 부르는 성가 역시 성서를 근거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성가를 부른다는 것은 성서를 아름답게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교회에서는 말씀을 예배 안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펼쳐 보이는데, 첫 번째는 입으로 읽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성가로 듣는 것이고 세 번째는 성화를 통해 보는 것이다. (책상 좌측 윗벽에 걸려 있는 성화-이콘화-를 가리키며)저 그림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모습이다. 우리는 이러한 성화를 통해서 말씀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성화란 '그려져 있는 성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정교회가 한국에 들어온 지 110년이나 되었는데, 바로 그 해인 2010년 한국 최고의 이슈는 단연 천안함 침몰 사건인 듯하다. 러시아, 중국 등은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정부 등은 합동 조사 이후 북한에 의해 일어난 사건으로 단정 지은 바 있다. 6.25 이후 남한과 북한이 휴전 상태이기는 하나 다소간 평화적으로 공존해 오다가 갑자기 무려 46명에 달하는 장병들이 희생된 이 사건은 누가 일으켰는지를 떠나 한국사회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기본적으로 종교는 '생명'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한 생명이라도 더 구원하기 원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좇는 기독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국정교회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가슴 아파하고 있다. 정교회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고 모든 정교회인들에게 소식을 전해 희생당한 젊은 장병들에 대한 기도식을 다 같이 가졌다. 또 주보를 통해서도 공고했지만 희생당한 장병들 뿐 아니라 어려움과 슬픔 가운데 있는 그 가족들에게도 하느님께서 힘을 주셔서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낼 수 있기를 기원했다. 누가 이러한 일을 일으켰는지 교회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혀 관계가 없다. 우리는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게 된 데 대해 아파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텔레비전을 통해 장례예식에 참석한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영혼이 안식하며 주님께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기를 기도했다.
또한 남한 국토를 흐르고 있는 4개의 큰 강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사업이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 사업이 홍수와 수질오염, 물 부족 등을 대비하기 위한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측과 오히려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낳는, 시대에 역행하는 반 생태적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그룹이 대립하고 있다. 워낙 대규모의 환경 정비사업인지라 한 번 바뀌면 되돌리기 힘들기에 찬반을 떠나 많은 이들이 그 사업이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문제 또한 기독교가 간과하기 힘든 문제인데, 한국정교회는 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먼저 말씀 드릴 것은 세계 총대주교 바로톨로메오스 1세(Patriarch I. Bartholomeos)께서 생태 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여러 심포지움도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분을 통해 정교회가 생태 환경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총대주교님께서는 사람들이 생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존하고 올바르게 지켜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 분을 '그린 파트리아(푸른 세계 총대주교)'라고도 부른다. 오늘날에는 많은 정교회 사제와 신자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맨 처음 총대주교님이 환경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만 해도 아직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분의 업적은 매우 중요하다.
자연환경에 대해 강조하시는 분은 그 분만이 아니다. 많은 교부들도 그와 관련된 언급들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학적인 내용도 포함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창조물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광야에 있었던 수도자들과 교부들 중 어떤 분이 누군가가 꽃을 꺾으니 왜 꺾었냐면서 이들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면서 슬퍼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건 좋지 않게 보고 있다. 멕시코만에서 기름 유출이 되면서 생태계가 많이 파괴된 것에 대해 세계 총대주교님께서 유감을 표명했는데 나도 슬퍼하고 있다.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이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전문가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 내에 이 사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게끔 보존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세계 총대주교님은 오래 전부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특정 지역에서 생태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을 환경전문가들에게 언급하면서 그것을 우리가 주의하고 있으며, 다시 살리고 보존해나가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에서 미시시피강이 오염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자 세계 총대주교님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을 보존하고 살릴 수 있도록 뉴올리언즈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3년 WCC 부산 총회 참여에 대해
에큐메니즘을 표방해 온 WCC(세계교회협의회)는 7년마다 한 번씩 총회를 갖는데, 2013년 제10차 총회가 한국의 부산에서 열린다. 국제적으로도 로잔 그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복음주의자들은 WCC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는 하지만, WCC가 표방하는 에큐메니즘은, 다시 말해 하나의 교회를 향해 가자는 운동이 모든 교회에 대해 갖는 호소력은 보편성이 있는 듯하다. 세계 정교회도 WCC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지 역시 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WCC 중앙위원회에서 정교회 사제들을 만나고 사귀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WCC의 노선을 지지하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가고 있다.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이며 로잔 그룹의 입장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계열의 개신교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교회를 보면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WCC와 그 총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지만, WCC가 한국의 에큐메니컬 그룹만의 잔치가 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결과는 아닐 듯하다. NCCK를 중심으로 2013년의 10차 WCC 부산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 되는 자리로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데, 한국정교회는 이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가?
정교회는 WCC가 처음 구성될 때부터 멤버였다. WCC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이를 통해서 주님께서 하나 되라고 하신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다.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는 수천수만으로 쪼개어져 있다. 한국에서도 NCCK의 정식 멤버로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된 신학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다. 전례와 교회 윤리 등을 함께 논의하면서 이런 목적을 따라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다. 그 밖의 다른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정교회가 WCC의 공식 멤버이고 또한 NCCK의 멤버라고 하지만 다른 교회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히 교회는 서로 차이점들이 많다. 그러나 대화를 해야 한다. 이는 천주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주교와 정교회는 많은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 역사적인 분열의 문제를 다시 해결하기 위함이다. 한국정교회는 NCCK의 멤버로서 한국의 부산에서 WCC 총회가 열리는 것을 지지했다. WCC 부산 총회가 한국의 올바른 영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참여할 방침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대주교님께서 한국에 오신 이후 오랜 기간 머물면서 한국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된 바가 있다면 인상적인 것들을 위주로 들어볼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나는 아름다운 나라인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사랑한다. 한국에는 정교회가 잘 알려져 있기 않기 때문에 정교회가 갖고 있는 풍성한 보물들을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 한국 사람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나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정교회 가정에서 자랐는데 정교회가 갖고 있는 보물들을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알리기 위해 한국에서 여생을 마칠 것이다.
2010년, 한국정교회는 110주년이 맞이하게 되었다. 향후 한국정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와 기타 사회사업 등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이 있는가?
몇 년도에 무엇을 이루고 신자를 얼마나 불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질문이라면 아예 답변을 하지 않겠다. 굳이 답변한다면, 우리 한국 정교회는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 도움을 의지해 한국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정교회의 올바른 가르침을 전할 것이다. 교회는 주님께 속한 것이고 모든 성직자들은 하느님의 도구이다. 우리는 한 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주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올바르고 좋은 방법으로 전할 것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교회는 구원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예배와 말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정교회 신부님들과 교회들은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우리 정교회는 신자 수를 늘릴 목적과 계획은 없다. 그런 것은 정교회의 올바른 선교의 방법이 아니다. 필립보서에 나오듯이 '와서 보라'고 전할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그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는 올바른 방법으로 전달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방법적인 면에서 말하자면, 정교회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을 통해 정교회의 가르침을 가정과 사회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다. 신약성서 등을 그리스어 원본에서 한국어로 번역해 정교회 성서를 발간하려고 하는 계획도 있다. 또 교부들의 가르침을 다룬 저서도 출간할 것이다. 특히 정교회 성서 발간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정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으면 하는가?
한국이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발전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영적인 면에서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올바른 영적인 가르침을 이 아름다운 나라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갈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질만 가지고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 또는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영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영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면 물질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적인 삶은 없고 물질만 풍부하다면 자살과 같은 충동과 절망을 계속해서 느끼게 될 것이다.
일관되게 교회의 주된 사업은 인간 영혼의 ‘구원’임을 강조하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에게서 2천년을 이어온 정교회의 묵직한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 감히 '고집' 따위의 단어로 칭할 수 없는 '신념(faith)'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반면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그가 애플(apple) 사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2천년 된 그리스어 성서를 "오리지널"이라고 칭하는 모습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똑같은 검은색이지만 말이다. 아니, 반대로, 그런 시대이기에 2천 년 된 성서와 그 전통을 말하는 그에게서 '교권(敎權)'보다는 '영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2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를 마치고 가방을 싸고 있는 기자에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옆방에서 가져온 잘 포장된 호두과자를 나눠 주었다. 분명히 그것은 이국의 맛이 아닌 우리의 그것이었다. 호두과자의 맛에서 "정교회가 갖고 있는 풍성한 보물들을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대주교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약력>
http://www.orthodox.or.kr/html/include.php?inc=hin_01_02 (한국 정교회 홈페이지)
<참고>
성 대 바실리오스
주후 330년 소아시아의 케사리아에서 출생. 콘스탄티노플과 아테네에서 학업. 370년 케사리아의 주교가 됨. 사회사업에 헌신해 양로원, 고아원, 병원 그리고 자선단체 설립. 379년 1월 1일 49세로 안식.
아토스 산
아토스 산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반도 및 산을 포함한 지역을 가리킨다. 그리스 정교회 소속의 수도원에 의한 자치령으로서, 그리스 정부와는 별도의 행정, 사법이 이루어진다. 1988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인구는 약 2,250명이다.
아토스 산은 만 20세 이상의 정교회 신도인 남성들만 입산이 가능하며,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는 까다로운 면접을 보아야 한다. 여성은 입산이 금지되며, 반입되는 가축과 동물 암컷의 입산까지 통제하는 등 종교적 원칙에 철저하다. 2002년에는 유럽연합의회가 여성 인권 침해를 이유로 금녀 정책 철회를 권고하였으나, 전통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아토스 산으로 가는 페리, 버스는 하루에 1회만 운행한다.
오랫동안 현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였으나, 유네스코 유산 보호를 명목으로 그리스 경찰이 상주하게 되었으며, 수도원에 전기도 설치되었다.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