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일 NCC, '1910 강제병합 무효와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13일 서대문형무소 추모탑에서 '한일강제병합 100년 한국.일본교회 공동성명서' 발표

"분단은 식민시대의 결과, 한국정부도 평화 통일 위해 노력해야"

▲ 선언문이 한국의 모든 형제자매에 대한 일본 NCC의 사죄를 담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대해 이 같은 역할을 잘 감당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는 일본 NCC 히로코 우에다 총무대행(가운데) ⓒ김태양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가 '한일강제병합 100년 한국.일본교회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양측은 13일 오전 11시 서대문형무소 추모탑에서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정부가 역사적 진실에 기초해 과거사를 청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갈 것을 촉구했다.

한국 NCC는 지난달 22일 열린 58-3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일본 NCC 임원회가 채택한 성명서 수용의 건을 다루며 부분적 내용 첨가와 용어 재고를 거쳐 받아들이고 이를 8월 초에 공표한다는 계획이었다.
 
공동성명서는 100년 전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 합병해 식민지배 동안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고, 이후 한반도 분단의 원인 제공국인 동시에 한국전쟁으로 인한 수혜국이 되었다며 오늘날에도 한반도 분단 상황을 자국의 재무장과 군국주의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우려를 확인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식민지배와 전쟁책임에 대한 사죄와 고백을 이어온 일본교회의 역사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양국교회가 식민지 말기 신사참배를 공식 결의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식민지의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일에 나서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 한국교회를 대표해 예장통합 조성기 사무총장(오른쪽)과 재한 일본교회 요시다 코조 목사(왼쪽)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태양 기자

한국교회를 대표해 예장통합 조성기 사무총장과 재한 일본교회 요시다 코조 목사가 낭독한 선언문은 △'1910년 한일강제합병조약'은 원천 무효임을 양국 국회가 확인할 것 △ 재일동포에 대한 영주권 및 법적권리 보장과 △ 식민지지배 피해자들(일본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원폭피해자, 강제징용자, 강제 징병자 등)이 개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일본 국내법을 제정하고, 이 권리구제를 위하여 '한반도식민지범죄에 관한 진실과화해위원회'를 설치하고 추진할 것과 △ 분단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일본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하여 기본조약 체결,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 외교 관계 수립을 할 것 △ 한국정부는 식민시대의 결과인 분단 극복과 평화, 통일을 위하여 노력할 것과 △ 한일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며, 양국 정부가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일본의 군국주의 노선으로 회귀 여부에 우려를 표하며,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양 협의회가 한일 양국 정부에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는 사안이 구체적인 요구의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언문에는 당초 일본 NCC 임원회가 채택한 내용에 한국 NCC 측의 견해가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NCC는 지난 실행위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평화헌법 수호 내용 첨가, '합병' 용어 사용과 일본이 동북아시아 평화의 '중심국'이라는 표현에 대한 재고를 제기, 총무를 포함한 실행위원 3인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으로 결의한 바 있다.

이 선언문은 '합병' 용어는 그대로 사용하고,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일본이 동북아시아 평화의 '중심국'이라는 표현을 각각 포함 삭제했다.

선언문 낭독에 앞서 일본 NCC 히로코 우에다 총무대행은 선언문이 "한국의 모든 형제자매들에 대한 일본 NCC의 사죄의 의미"룰 담고 있다며 최근 '강제병합 100년' 담화를 발표한 간 나오토 수상의 내각 정부에 대해 앞으로도 일본 NCC가 이 같은 역할을 잘 감당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통역을 겸한 재일대한기독교단 홍성완 총무도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부족함도 돌아볼 것을 다짐하며 일본과 한국의 교회가 먼저 화해함으로써 앞으로 사회와의 화해에서 교회가 일정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10일 발표한 담화에서 간 나오토 총리는 3.1운동을 예로 들며 한일병합과 식민지배가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했다. 또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봉환 지원,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덧붙였다.

발표 직후 전화를 걸어온 간 나오토 총리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담화문의 진정성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일본이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움직임과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과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동원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약간의 진전이 있었지만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대한제국 강제 병합의 원천 무효 선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하지 못한 것은 담화의 알맹이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양국 교회협의 공동성명이 이 같은 내용을 직접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한편, 이에 앞서 일본성공회는 11일 대한성공회에 8.15 평화메시지를 보내 일제 식민지 침탈을 사죄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했다. 일본성공회는 메시지에서 "한일합병조약이 무력적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종군위안부와 징병군인, 노동력을 착취당한 사람들, '제3국인'이라는 차별적 대우를 받아온 재일한국 및 조선인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최대과제로 생각하고 국회결의가 이뤄지도록 일본 정부에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 반발한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 등 일부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오고 있다. 이들은 모임에서 "국익을 해쳤다", "충분한 당내 논의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 등의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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