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35만 집결 대규모 8.15대성회...'하나님의 때'와 '민족사적 반성'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 국내외 70여개 도시에서 35만 성도 운집

▲ 합심으로 기도하고 있는 15만 참여 성도들 ⓒ8.15대성회 조직위

경술국치 100주년이자 광복 65주년이 되는 2010년 8월 15일 '한국교회 8.15대성회'가 오후 4시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국내외 각 7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인근에 모인 15만 여명의 성도들 뿐 아니라 상당수의 언론들도 8.15대성회가 열리는 시각에 즈음하여 그친 비에 대한 감격을 기술하는 '날씨 분별'로 일제히 보도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기구인 NCCK와 한기총, 그리고 교회들이 참석한 만큼 다양한 목소리와 평가가 혼재했다. 행사는 열망, 감사와 회복, 일치와 화해, 생명과 희망, 해방과 평화를 테마로 총 5부로 꾸며졌다.

주요 이슈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일제강점이 부분적인 원인이 되어 일어났던 한국전쟁과 남북한의 분단, 통일, 그리고 한국교회와 비전이 언급되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했고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설교자로 평가받는 조용기 목사(명예대회장)에 따르면, 소련도 중국도 많이 변했으나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있는 공산국가이며 남한에 대한 정복야욕을 버리지 않는 정말 어려운 상대라는 맹비난이 대성회의 중반부를 차지한 반면 초반부에는 평양민속예술단이 공연하는 북한민속예술공연이 배치되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도 조용기 목사는 창씨개명과 위안부, 강제징용과 원폭피해 등 국권 상실로 인해 겪었던 비참한 기억을 떠올리며 국가의 소중함을 역으로 상기시켰다. 조 목사의 설교 직후에 이어진 '용서와 화해' 순서에서는 일본 NCC 총무대행 우에다 히로코 목사와 일본복음동맹 사회위원장 아라카와 마사오 목사 등 일본 기독교 관계자들이 일제가 지난 세월 한국에 끼친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위안부 문제 등 보상과 관련된 문제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한국교회 관계자들과 화해의 악수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도 나와 일본정부에 대한 보상 촉구에 한국교회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4부 순서에서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와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한국교회가 신사참배 등의 부끄러운 역사를 쓰기도 했음을 고백하며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의 '보우하심'을 강조했다. '하나님을 믿는 복'에 대해 설파해온 목회자답게 그는 한국 사회가 경제대국이 된 지금이 '하나님의 때'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교회만큼 기도하는 나라가 없고 하나님을 열심히 찾는 나라가 없다. 이 같은 한국 기독교의 저력이 오늘의 모임에서 나타난 것처럼 합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로 설교를 마쳤다. 그러나 이동원 목사는 비전을 말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선물인 해방이라는 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민족사적 반성에서 우리의 사명이 확인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탐욕어린 자본주의도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주의도 아닌 보다 높고 심원한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붙드는데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8.15대성회는 역사에 대한 확신과 반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세운다는 방침을 택함으로써 이를 세대 간의 불일치라는 식으로 오해하는데서 성공적으로 비켜갔다고 분석된다. 보다 앞선 세대의 목회자의 권위에서 숱한 고난을 겪어온 한국사회가 고통 가운데 지녀온 보수적 가치와 그 확신을 확인한 반면, 그 이후 세대의, 이동원 목사의 표현에 따르자면, '해방둥이' 이후 세대 목회자'들'의 분석에 한국교회를 향한 날선 비판과 아울러 비전을 담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와 남북관계 및 통일, 정부와 정책 그리고 사회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과 참여를 지속해 온 기장 교단 등 에큐메니컬 운동에 헌신해온 그룹의 목소리는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환경' 분야다. 일제시대와 6.25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소재 선택과 묘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할 만큼 '정부와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진보 기독교 진영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온 4대강 사업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국토를 뒤바꿔 놓을 4대강 사업에 대한 '침묵'도 '정치적'인 선택이 아니냐는 것과, '회개'는 있을지언정, '고심과 토론'은 빠진 '일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세계교회가 이른바 개인구원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그룹과 사회구원을 강조하는 에큐메니컬 그룹으로 나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선교'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8.15대성회의 주축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복음주의 그룹이 자신들의 선교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해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동원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 되었음을 감사하면서도 서구 선교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아직도 제국주의적 선교, 십자군적 선교, 정복의 선교를 '선교'로 오해하는 착각이 '우리' 안에 있다며 뼈저린 반성을 통해 '십자가적 선교'와 '고통 받는 이웃과의 연대'를 이뤄나갈 것을 주문했다.

앞선 2부 순서에서 한기총과 NCCK 회장의 대회사에는 양측의 관심사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풀이도 나왔다.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은 북한을 '죽음'으로,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대조한 후 그러한 대한민국에 있는 한국교회가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도덕적 타락, 윤리의 붕괴, 사이비 이단, 미신 종교 등의 만연한 사회악에 대한 시대적 요청으로 생명, 희망,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8.15대성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NCCK 전병호 회장은 한국교회가 계속된 고난 때마다 민족의 희망이 되어왔다며 신음하는 지구생명공동체를 위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섬기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8.15대성회가 채택한 "생명·희망·평화 선언문"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실한 신앙인이 될 것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며 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다음 세대가 하나님의 일꾼으로 성장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 △저출산, 낙태와 자살, 폭력과 성폭행 등이 지양되고 생명존중과 생태계 회복을 지향하는 사회가 되도록 솔선할 것 △부정부패, 갈등과 반목으로 무너진 사회를 바로잡고, 건전한 기독교문화를 통해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 △나눔의 실천을 통해 노숙인, 장애인,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탈북자, 극빈층과 다문화 가정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할 것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을 계속해 나가며, 북한 동포의 신앙 자유와 평화통일 위해 기도할 것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행복이 실현되도록 섬길 것을 포함했다.

'혼재'보다는 '안배'의 묘가 돋보였던 이번 대성회의 후반부에 이르렀을 즈음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이미 '날은 개었다'는 '분별' 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과감한 진단과 비전 제시가 1백만 명을 목표로 한 집회에서 제시된 만큼 그러한 주장들을 향후 어떻게 이뤄나갈지 주목하게 만드는 '날씨' 변화였다.

이번 대성회가 초교파적인 준비를 위해 각 교단 등이 자원한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꾸렸던 것처럼 집회 이후 어떤 준비와 수단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거둬 낼 것인가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각 영역(분과)별 대회를 열고 포럼 등을 개최했으나 아직 특별한 바로미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홍보분과의 '2010 한국 개신교인의 교회활동과 신앙의식 조사'와 같은 사업은 '해도 티 안 나는'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인프라 조성이라는 점에서 규모와 가치가 있는 성과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교세 현황을 조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기독교(개신교) 통계조차도 각 교단의 미흡한 통계자료를 취합한 결과 현 대한민국의 총 인구 수를 초과하는 등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대규모 조사를 교계가 스스로 기획해 떠맡았다는 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성회는 1백만 명을 목표로 했으나 이날 서울 시청과 인근에는 약 15만 명 정도가 운집한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국내외 각지의 관련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더하면 실제로는 약 35만 명 정도로 집계되었다.

참가 인원은 1973년 방한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여의도 전도집회가 100만명으로 더 많으나 국내외 각 70여개 도시를 모두 아우르는 네트워크 규모는 이번 8.15대성회가 월등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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