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에 지지를 표했다. 이에 따라 건립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더욱 거세지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이슬람 라마단 기념만찬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대통령으로서 나는 무슬림들이 이 나라의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는 로워 맨해튼의 사유지에 신앙의 장소이자 지역 주민들의 모임 장소를 지역 법령에 부합되게 건립하는 권리를 포함한다”고 말함으로써 지지의사를 뚜렷히 밝혔다.
“이 나라가 모든 종교의 신자들을 환영하며 차별대우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우리 정체성의 핵심이다…종교자유를 위한 미국의 신념은 확고부동하다.”
“알 카에다는 이슬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총체적인 왜곡에 기인한다. 그들은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아니며 무고한 남녀와 어린아이들을 죽인 테러리스트다. 사실 알 카에다는 무슬림들을 어떤 종교인들보다 많이 죽였고 9.11테러 희생자 명단에는 악의 없는 무슬림도 포함돼있다.”
“그러므로 싸움의 상대는 그들이다. 또한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게 될 것은 단순히 병력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지지하는 가치들-민주주의, 자유, 인종·종교·부·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법-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이 같은 발언은 건립을 둘러싼 찬반논란을 한층 격화시키고 있다.
건립을 지지해온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종교 자유를 명확히 지지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한 반면, 공화당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모스크를 건립하는 것과 관련된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자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한편 종교계의 찬반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 보수단체들은 건립 반대 시위를 연일 열고 있으며, 자유주의 성향의 이슬람단체 MCC(Muslim Canadian Congress)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센터 건립자 중 한 명인 이맘 페이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코란은 무슬림에게 기독교인·유대인(people of the book, 타종교인 모두를 뜻하기도 함)과 논쟁할 때 신중할 것을 말하고 있다”며 무슬림이 뉴요커 수천 명을 죽인 자리에 무슬림을 위한 배타적인 예배당을 짓는 일은 전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 NCC 마이클 키나먼 총무는 반대론자들을 향해 “편협하다”고 말하고,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모든 무슬림이 비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지지한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으로 사람들을 이끈 무지”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키나먼은 “이러한 무지로부터 벗어나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실천할 때이다. 예수의 정신 안에서 우리는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코르도바 하우스와 모스크를 짓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