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회 기장 총회 정치부 헌의안 두고 견해 차...헌법위원회 재검토로 보류
45차 예장 대신 총회, 징계 헌의안 통과
자기반성 제쳐두고 교권 강화만? 근본적 해결책 궁구해야
교권과 인권이 부딪치게 될 경우 어느 것이 우선하는 것일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9월 일제히 총회를 개최하고 있는 한국교회 교단들 역시 이 문제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나 각기 다른 결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5회 기장 총회 셋째날 오전 회무처리에서 다뤄진 정치부 헌의안 중 교회재판을 사회법정에 제소한 자에 대한 징계 건이 논란이 되었다.
정치부에 관련 안건을 접수한 기장 총회 재판국은 사회법정 제소로 인해 총회장, 재판국장이 피소되어 권위가 떨어지고 막대한 변호사 비용이 지출되는 점을 들어 면직과 출교처분 등 강력한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을 사전 심의한 정치부 소속 전병생 목사가 막상 회무처리를 앞두고 반대를 해 논란이 촉발됐다. 전 목사는 중세교회의 예를 들며 역사상 교권이 많은 이들을 죽였던 만큼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나 이 같은 권한을 허락하면 교회재판이 잘못을 은폐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 총대는 총회 재판국의 이 헌의가 스스로 오류가 없다고 전제하는데서 출발하나 지금까지 재판국도 수차례 오류를 범했다며 이와 같은 요청이 가결될 시 후일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법무법인 동수원의 대표이자 현직 변호사인 신임 부총회장 박무용 장로는 이에 대해 신중한 결정을 권고했다. 총회원 자격으로 발언한 박무용 부총회장은 "이런 헌의안이 결의되면 소송을 제기해 징계를 당한 이가 가만히 있겠는가? 또 사회법정으로 가져가게 될 것이고 우리 총회가 망신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과실의 정도가 가벼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정으로 가져갔다는 이유로 징계하게 된다면 역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론도 제기되었다. 툭하면 사회법정으로 교회재판 사안을 가져간다면 어떻게 총회를 운영하겠냐며 엄벌을 부과해 총회가 질서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총대도 있었다. 그는 아직 기장이 교권주의에 사로잡힌 교단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헌의안을 제출한 정치부는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직전 총회장이기도 한 정치부장 김현배 목사(이리제일교회)는 당회와 노회, 총회를 충분히 거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정으로 넘기니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교와 같은 조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양 측의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증경총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는 이 헌의안이 화해와 더불어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요약했다.
또 당회와 노회, 총회, 그리고 재판국을 거쳤음에도 해결되지 않을 시 법정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처음부터 이를 막아버리는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 헌의안은 전병금 목사의 재개의에 따라 헌법위원회에서 더 연구해 다음 회기에 다시 다루는 것으로 결의되었다.
반면, 같은 날 강원도 평창에서 45차 정기총회를 연 예장 대신(총회장 박재열 목사)은 총회나 노회 문제로 해당 노회와 총회의 재판국을 거치지 않고 세상 법정에 먼저 고소 고발할 경우 제명 또는 면직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인권이냐 교권이냐는 접근보다는 교계가 이 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데 대한 반성이 먼저가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5회 기장 총회에서 보류 개의안을 내놓은 전병금 목사는 이런 헌의안이 나온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회재판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자기반성은 제쳐 두고 징계로 이를 다스리려는 교권 강화방책 모색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한국교회가 궁구해야 할 것이라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