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제도권에 빼앗긴 에큐메니컬 운동 도로 되찾아야”

강문규 선생,『나의 에큐메니컬 운동 반세기 그 미완의 여정』 출간

에큐메니컬 운동 반세기 책 속에 담아
평신도인 그가 본 에큐메니컬 운동은
에큐메니컬 운동이란? 교회 갱신 운동?!
제도권에 빼앗긴 에큐메니컬 운동을 도로 찾아야
WCC 총회 개최…한국교회 이벤트성 극복해야
 

▲에큐메니컬 운동에 몸 담은 지난 반 세기를 묻자 강문규 선생이 "이 책 속에 있다"며 자신의 저서 『나의 에큐메니컬 운동 반세기 그 미완의 여정』을 가리키고 있다. ⓒ김진한 기자

"제 에큐메니컬 운동 반세기요? 이 책 속에 있습니다" 얼마 전 에큐메니컬 운동의 회고록을 낸 강문규 선생이 자신의 저서 『나의 에큐메니컬 운동 반세기 그 미완의 여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미국 유니온신학교를 졸업하고, 세계기독교학생연맹(WSCF) 간사. WCC 국제문제 위원, CCA 중앙 실행위원을 지냈으며 한국 YMCA 사무총장, 한국기독학생총연맹 이사장, WCC 회장(1998∼2002) 등을 역임한 에큐메니컬 원로 강문규 선생(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을 24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독교 단체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과 의견들을 사장해 버리면 아깝지 않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압박을 못이겨 ‘미완의 에큐메니컬 여정’을 회고록 형태로 출간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는 강 선생은 "교단에 기반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 얼마 만큼 교회에 반영될지는 모르겠다"며 겸손히 자신의 에큐메니컬 운동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평신도 신분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WCC 회장까지 지냈다. 교권과는 인연이 없을 법한 순수 평신도로서 에큐메니컬 운동에 한 평생 몸 담은 그에게 "에큐메니컬 운동이 무엇이냐"고 묻자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 갱신 운동"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강 선생은 에큐메니컬 운동을 교단 간 연합 활동이나 초교파 활동으로 보기 보단 교회 갱신 운동으로 평가했다. "세계 대전 전후 유럽 교회는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교리에 갇힌 교회의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눈뜨게 됐다. 이것이 WCC가 출범하게 된 당시 시대적 배경이며 동시에 시대적 요구였다. 그들은 제도의 개혁, 교회의 갱신을 외치며 등장했다."

"교회 간 연합 및 일치 운동도 에큐메니컬 운동이 아닌가"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선생은 재차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에큐메니컬 운동이라 보기 힘들다"며 "(교회 간 연합 운동이)가시적인 연합 활동에 불과하지 에큐메니컬 운동으로서 실제적인 결과물을 낸다고 볼 수 없다"고 역설했다.

강 선생은 에큐메니컬 운동을 "교회 제도에 관한 도전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난 교회의 반응의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 도전은 주로 ‘선교 현장’에서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개발도상국 선교 현장으로 가보자. 그곳에서 장로교, 감리교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 성경만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복음을 전파하는데 교파를 따질게 무엇이고, 교파의 주장을 전한다는게 무슨 소용인가. 성경의 말씀만으로도 충분하다."

WCC가 지원하는 선교 현장은 강 선생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특히 개도국의 선교 현장에서는 간혹 초 교파적인 연합 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데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에서 교회 간 적극적인 연합 활동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탓이다. 이렇듯 초 교파적인 연합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센터가 건립되면 WCC 관련 부서로 이 내용이 보고가 돼 에큐메니컬 운동의 좋은 사례로 채택되곤 한다고 강 선생은 전했다.

즉, 교회·교파 간 연합 운동은 에큐메니컬 운동 자체라기 보다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물이며 과정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에큐메니컬 운동에 나름의 정의를 내린 그는 이어 에큐메니컬 운동의 오늘을 진단하며 한국교회 내 팽배한 반 에큐메니컬 정서를 우려했다.

"사람들이 근거 없이 에큐메니컬 운동에 시비를 걸어 왔다. 그 중에서도 에큐메니컬 운동이 용공이라느니, 공산주의를 비호한다느니 하며 WCC를 공격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막시즘을 연구해 관련 서적이 몇몇 부서에서 출판된 적은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 신학의 발전을 위한 소통이었고, 대화였다. 중요한 건 WCC의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WCC는 한국 전쟁과 관련한 공식 문건에서 ‘북침’이란 결의를 했다. WCC가 공산주의를 비호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지난 반 세기를 회고하고 있는 강문규 선생. 그는 WCC 용공 시비와 관련해 "WCC는 한국 전쟁과 관련한 공식 문건에서 ‘북침’이란 결의를 했다"라며 WCC가 공산주의를 비호하거나 옹호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진한 기자 

그러면서도 에큐메니컬 운동이 과거에 비해선 침체해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과거에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어떻게 하면 교회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느냐가 큰 과제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빼앗긴 에큐메니컬 운동을 교회 제도권으로부터 도로 되찾아 오느냐가 과제가 되었다." 강 선생은 에큐메니컬 운동이 저조해진 이유로 에큐메니컬 운동을 받아들인 교회들이 제도화 된 점을 들었다.

경직된 이들 교회들이 살아있는 선교 현장인 청년·청소년 학생 운동, 평신도 운동, 여성 운동 등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교회의 보존에만 관심을 기울이자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요한 요소인 ‘현장’이 점차 그 생명력을 잃게 되었다는 지적이었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 10차 WCC 총회가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강 선생은 "한국교회가 짧은 시간 만에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이벤트성을 극복하지 않는 이상 성숙한 교회가 되기 힘들다"면서 "행사위주의 형식적인 WCC 총회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WCC 총회 준비에 있어 ‘형식’ 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돈을 가지고 WCC 총회 개최를 좌지 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고 그것은 에큐메니컬 정신과 부합하지도 않다. 또 실질적으로 총회를 개최하는데 주최국 교회의 많은 돈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정부의 보조금과 교회의 모금 약간 정도다."

강 선생은 WCC 총회가 화려한 장식 보다는 수수한 분위기 속에 알찬 내용의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재확인하며 "다만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교회의 상황을 놓고 교회가 연합해 공동의 신학 선언을 내고, WCC가 이를 채택하게 하는 것 정도"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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