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35)

당조의 경교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덕종이 경교비를 세웠을 때(서기 781년)의 경교의 교세는 다음 황제들이 통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울어지게 되었고 당조도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덕종 다음에 헌종이 불교를 열심히 숭배하여 유교의 반감을 샀고, 그가 살해된 후 목종도 4년간의 집권 후 독살되었고 허약한 문종을 이은 무종(武宗)이 845년에 당나라에 있는 외래종교를 일제히 박해하고 재래 종교 유교를 회복시키려 하였다.

경교사원 즉 교회당들이 많이 파괴되었고 교회 토지재산이 몰수당하였고 600여 명의 사제들이 축출되었고 6만여 명의 평신도들이 배교할 수 밖에 없었고 많은 신도들이 망명하여 중앙아시아와 몽고 지방으로 흩어졌다. 그 후 30년이 지나 서기 878년에 농민반란인 황소난(黃巢亂)이 일어나 광동(廣東)에 있던 외국인 12만명이 죽임을 당했는데 이때 그곳에 있던 경교도 3만명 이상이 죽임을 당했다. 이렇게 하여 경교는 전멸되다시피 되었다. 그러나 만주 지방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경교도들이 살고 있었던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경교의 경전(문서)은 시리아어로 쓰인 것이 530여 종이고 그중 한문으로 번역된 것이 30여 종인데 현재 남아있는 것은 경교비문 외에 9가지가 있다. 경교비문에는 역사적 진술에 앞서서 그리스도교의 교리, 창조론, 삼위일체론, 인간론 및 구원론을 진술하고 있다. 경교비문과 함께 후기에 쓰인 경교의 찬미와 예배 문서와 교회 문서와 시리아 문서의 한역은 경교의 학자 경정(景淨)이라는 고승의 저술이었다.

동양 그리스도교가 중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리스도교에 필요한 명사(名詞)들을 중국으로 된 명사로 차용할 수 밖에 없어서 교회를 사(寺), 성직자를 승(僧)으로 표현했고 하나님을 천존(天尊), 예수를 세존(世尊), 성서를 경(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불교와 혼돈된 적도 있어서 불교 탄압 때 경교의 교회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교는 중국의 전통사상을 존중해서 하나님과 황제와 부모를 두려워하고 섬기는 일은 같은 종류이지만 먼저 하나님을 섬기고 그리고 황제를 섬기면서도 부모를 섬기는 일에 결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당조 시대에 신라가 국교를 맺고 신라의 불승들이 장안에 와서 유학한 일이 있지만 신라의 문헌에는 신라 불승이 경교도와 교제한 기록이 없다. 그러나 일본의 불승들 중에 장안에 와서 유학하다가 경교의 대학자 경정(景淨)을 만나서 감화를 받은 사람이 고호(弘法)대사였다. 즉 고호대사가 경정을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배웠는데 그는 일본에 돌아가서 진언종(眞言宗)이라는 불교의 한 교파를 만들고, 삼교지귀(三敎指歸) 곧 불교, 도교,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결국 하나라는 뜻의 경전을 만들었다. 즉 그는 이 세 종교의 진리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여 혼합시킨 교파를 만들고 일본 관서지방의 고야산(高野山)에 본부를 두고 포교하였다.

경교의 고승 경정과 고호대사의 관계를 기념하기 위하여 영국의 여류 고고학자 골돈(Goldon) 여사가 경교비의 모조비석을 만들어 고야산에 세운 것이 지금도 남아있다. 골돈 여사는 한국의 금강산의 장안사에도 그와 같은 경교비석을 세웠는데 장안이 당조의 수도였으니까 한국의 장안사가 경교와 어떤 역사적인 인연이 있을까 해서 세운 듯하다.

당나라에서 경교가 약 200년 동안 평화를 누리면서 선교하다가 무종의 박해로 일시에 멸절되다시피 된 이유를 몇 가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경교는 당나라 선교가 황제의 호의와 정치적 후원으로 너무도 순조롭게 시작되어서 선교적인 정열이 결핍되어 있었다. 즉 그리스도교의 복음으로 대결하거나 극복해야 할 선교적 과업이나 과제를 찾기보다는 정치적으로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중국 땅에 내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갈등과 미움을 사면 그리스도교의 뿌리는 뽑힐 수 밖에 없었다. 한 나라의 정치는 조정이 바뀌거나 군주의 정책이 바뀌면 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교는 당나라의 정치와 유대를 가지기를 원한 것과 마찬가지로 당나라의 기존의 종교들과도 조화와 평화를 도모하려 했다. 물론 경교가 그곳의 유교와 도교와 같은 기존의 민족종교나 불교와 같이 오래 전에 들어와서 민중 속에 뿌리박고 있던 종교들과 처음부터 대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결을 각오하기보다는 융화와 조화를 모색하였다. 물론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용어들을 당나라에 오자마자 만들어낼 수 없어서 천존, 세존, 승이니 또는 교회를 사(寺)라고 불렀지만 얼마 후에는 고쳐 부를 수도 있었겠는데 경교가 당나라에 들어온 지 150년이 지나서 세운 경교비문에 여전히 사(寺)와 승(僧)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경교가 타 종교와 혼합은 아니지만 융합하려는 의도는 경교비석의 꼭대기 두상 부분의 조각으로 알 수 있다. 맨 위에는 용 두 마리가 있고 그 아래 ‘十’자가 있고 그 아래에는 불교의 상징인 연대가 있다. 용은 중국 사람들의 종교적 상징이다. 그리스도교 비석에는 ‘十’자의 조각이면 충분하다. 용언 그리스도교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동물이다.

그리고 경교 고승 경정은 불교학에도 지식이 지식이 많지만 도교에 조예가 깊어서 그가 작문한 경교비문에는 도교적 표현이 많다. 비문 첫 줄에 도교와 불교의 용어를 빌려서 ‘적막하고 텅 빈 어떤 것이 맨 처음이고 또 맨 나중이며 어두운 데서 천지의 조화(造化) 즉 창조가 되었다’며 ‘하늘의 참 주(主)가 되는 아라가(阿羅訶)’를 언급했는데 이는 알라아(Allah)로 읽을 수 있는 말로서 이슬람교가 부르는 하나님이다. 경교가 시리아에서 왔으므로 시리아의 모슬렘들이 부르는 하나님 이름 알라를 이 비문에 썼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도 이때 당나라에 이슬람교도들이 들어와 있었고, 또 앞에서 언급한대로 안록산 반란군과 경교도 이사가 싸울 때 모슬렘 군대의 협력을 받은 일도 있었다. 그리고 시리아와 페르샤에서 경교도 즉 동양교회는 모슬렘들과도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경교는 중국의 전통과 관습을 대체로 다 인정하였다. 조상 제사 제도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것을 용납하였고, 일부다처제도를 반대하는 말이 없다. 황제와 부모를 함께 두려워하고 받들라는 말을 하고 부모에 대한 효를 가르친다. 경교의 열 가지 행동지침 십원(十願)은 십계명에 있는 것들과 비슷하다. 또 별도로 실천할 일 16가지를 제시하는데 대부분은 이웃사랑에 대한 것이다.

경교 문서 메시아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복음서를 간추려 소개하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을 때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것도 기록하였다. 세존포시론(世尊布施論)에서는 예수의 부활 사건을 복음서에서처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우상을 타파하도록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경교를 불교와 구별 못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첫째 교회당 이름이 절을 뜻하는 사(寺)로 표기되었고, 경교비문에 의하면 경교승이 목탁을 쳤다는데 이것은 불승이 하는 일이었다. 박해가 일어났을 때 첫째는 불교를 타도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불교 사원들이 화를 입었는데 이때 경교사원도 피해를 입은 까닭은 같은 사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경교가 오해받기 쉬운 것 한 가지는 황제에 대한 진술이다. 경교의 초기 경전 메시아경에 모든 황제(聖上)는 신생(神生)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떤 해석자는 경교가 황제를 살아있는 신 곧 생신(生神)으로 숭배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경교 문헌은 하나님을 먼저 두려워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황제를 받들라고(事) 할 뿐이지 숭배하라는 말이나 충(忠)이라는 말이 없다. 그러므로 ‘神生’이란 말은 살아있는 신(生神)이란 말이 아니고 황제는 하나님(神)으로부터 나온 사람 즉 황제의 권세는 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말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