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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태 위기 극복 ‘자연과의 친교’에서 첫 단추 꿰야

21세기. 우리는 ‘기후 붕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상 기후’ ‘기후 변화’ 등의 표현들과 비교해 볼 때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과장이 아니다. 지구가 매년 뿜어내는 온실 가스로 인해 과학자들의 걱정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 과학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비관적인데 그 주된 이유는 ‘기후 파괴’ 속도가 이미 지구의 재생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는 데 있다. 서구 기독교 문명 안에 확산된 인간 중심주의적 성장·개발에 의해 우리의 푸른 별 지구가 자활 불가한 병(病)을 얻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는 지금 한국교회와 사회에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의 『우주 이야기』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5일 대화문화아카데미(원장 강대인)가 연 간담회에서 번역자 맹영선 교수(고려대)는 "베리는 생태계 파괴 문제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감 상실과 자연과 친교를 나누지 못하는 인간 사회의 자폐증(autism)이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고발한다"며 "그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세계와의 내적 친교, 친밀감, 경외심 등을 잃어버리고 자연세계로부터 유리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자연과 친교를 나누지 못하는 인간"이란 대목이 눈길을 끈다.

한국 기독교는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단추를 '자연과의 친교'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한국교회에 득세했던 타계주의 신앙과 우주파국적 종말론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인간 역시 자연 그리고 우주 속에 유기체적으로 결합된 ‘우주 공동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때문에 생태 위기에 대해 그동안 소극적(?) 처방으로 알려진 ‘청지기 역할’에 대한 전면 재검토 과정도 요구된다 하겠다. ‘청지기 역할’만으로는 우주와 자연 속에서 상호 작용하는 인간의 위치를 표현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생태 위기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논거 확립 뿐만 아니라 교회의 적극적인 행동(Action)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려면 환경 문제에 관한 공교회의 실천지침 제시 혹은 교단 및 교회 차원의 생태환경운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토마스 베리 신부의 『우주 이야기』가 출간하기 하루 전날인 1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목적 지침을 마련했다.

주교회측은 이 지침서는 환경파괴의 문제를 시대적 불의로 진단하는 교회의 사회교리를 확립하고,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곧 ‘신앙의 문제’로 여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 등 보편교회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구체화시키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문제에 관해 공통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못한 개신교로서는 부끄러운 소식이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 앞에 개신교 역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생태신학적 논거에 근거한 실천지침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개체교회들을 대상으로 종종 열리는 환경 문제 세미나가 보수와 진보를 넘어 많은 교회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작지만,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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