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오늘날 한국교회, 십자가도 멀리하고 부활도 멀리해”

[2011년 첫 기획 대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경계선에서

②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 편

▲복음주의 대표적인 목회자 김명혁 목사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교회의 세속화 문제의 심각성에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는 김 목사는 "본래 약함을 추구해야 할 교회가 너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진한 기자

‘복음’을 중심으로 진보-보수 목회자들 간 소통의 장을 열어 온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를 24일 수서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포도주에 물이 섞인듯 세속화 되어가는 오늘의 한국교회에 대한 그의 현실 인식은 누구보다 뚜렷했다. 근래들어 교회의 세속화를 경고하는 설교와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왔다는 그는 본래 약함을 추구해야 할 교회가 너무 강해졌다고 지적했으며 가난을 예찬해야 할 한국교회가 세속적 가치에 편승해 부요함을 예찬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교회 간 연합과 일치운동을 해치는 ‘개교회주의’와 관련해서는 "자기의 것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교회의 분열과 교단의 분열이 발생한다"며 "개교회주의는 교단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대결과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교회주의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을 지적하며 복음주의 목회자인 그는 "내 신앙 내 신학 내 교회 내 교단 중심이 문제"라며 "사실 완전한 신앙도 완전한 신학도 완전한 교회도 완전한 교단도 세상에 없다"는 시원한 답변을 내놓았다. 애초 에큐메니컬 목회자와 복음주의 목회자 간 선을 긋고 시작한 대담이었으나 ‘복음’안에서 그런 경계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적어도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만큼은 그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한국교회가 돈, 명예, 권력을 찬양하는 세속적 가치에 깊이 물들어 있다.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가릴 것 없이 가시적 성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게 일반적 현상이다. 어떻게 보는가.

A.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너무 돈, 명예, 권력 등 세속적 가치와 유행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본래 주님을 본 받아서 약해져야 하고 가난해져야 하고 멸시를 받아야 하는데 너무 강해졌고 너무 부요해졌고 너무 대단한 대우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너무 성공했습니다. 사실 예수님과 사도 바울은 약함과 가난과 고난과 핍박을 예찬했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강함과 부요함 평안과 성공을 예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예수님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여러 시험들을 광야에서 이미 받은 바 있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받았던 그 시험들을 오늘의 한국교회는 과연 잘 이겨내고 있는가.

A. 한국교회는 예수님께서 경계하신 세 가지 경고를 무시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떡으로만 사는 것을 경계했는데 떡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게 되었고, 이적을 나타내 보이는 것을 경계했는데 이적을 나타내 보이는 것을 대단한 축복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세상 영광을 누리는 것을 경계했는데 세상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영광을 누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철저하게 세속주의에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빌리 그레함 목사님 하신 말을 소개합니다. 빌리 그레함 목사님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공은 항상 위험한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중심 이슈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아닌 도덕적이고 영적인 문제라고 지적했고 우리가 힘쓸 것은 용서와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귀 담아 들어야 할 귀중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교회의 강단도 세속화에 깊이 젖어있다. 산상수훈의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씀은 온데 간데 없고, '예수 믿고 복 받고 성공하라'는 세속적 가치가 담긴 메시지가 마치 성경의 말씀인 것처럼 둔갑되어 전파되고 있다. 하나님 말씀이 선포되는 거룩한 강단에서 아이러니칼하게도 복음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십자가도 부활도 멀리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진한 기자  

A. 저는 요사이 많은 교회의 강단이 세상 유행에 깊이 물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설교는 웃기고 울리는 탤런트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예배는 감성을 자극하는 시끄러운 대중 음악회의 모습을 띠게 되었으며, 행사와 프로그램은 학교나 학원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 되어 성공하는 것을 축복이라고 설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경직 목사님이나 장기려 박사님은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았는데 오늘의 한국교회는 가난과 청빈을 멀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가난이 자기 부정을 의미하고, 자기 주장과 자기 소유를 부정하고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 청년에게 물질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르라는 했는데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소유를 포기하고 주님을 따르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난해 지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포기하는 회개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처음과 나중까지 선포하신 중요한 메시지는 죄를 자복하고 애통하면서 회개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죄와 허물을 지적하는 책망의 메시지보다는 모든 것을 눈 감아주는 아부성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었고 믿고 기도하면 모두 부자 된다는 맘몬주의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복음의 핵심은 십자가와 부활인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십자가는 꺼려하고 부활만 강조하는 듯 싶다. 교회에서 전파해야 할 진정한 복음은 무엇인가.

A. 오늘의 한국교회는 십자가도 멀리하고 부활도 멀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십자가는 자기 부정과 자기 희생이고 모두를 향한 긍휼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인데 지금 한국교회는 자기 부정도 자기 희생도 싫어하고 긍휼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대신 분노와 원수 갚음과 증오와 분열로 치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십자가는 약하고 어리석고 주변 지향적인데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 강하고 지혜롭고 자기 중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또한 부활과 천국사모에서도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길선주 목사님과 이성봉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등 우리 선배들은 부활과 천국만을 바라보고 사모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우리는 이 세상의 성공을 너무 바라보고 사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내 교회도 우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전파하여야 할 진정한 복음은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세속에 물든 한국교회에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버려야 할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고 취하여야 할 것은 주님과 양무리들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양무리라고 할 때 우리 밖에 있는 길 잃은 양무리들도 포함합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마지막에 부탁하신 것은 주님 자신을 사랑하고 양무리들을 먹이고 치라는 부탁이었습니다.

Q. 이웃 교회를 친구가 아닌 경쟁상대로만 보는 '개교회주의' 현상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집단 이기주의의 병폐들은 무엇이며 앞으로 한국교회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내다보는가.

A. 저는 옛날부터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나 중심적이고 내 지역 중심적이고 내 민족 중심적이고 내 나라 중심적이라는 것입니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도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주기철 목사님과 이승훈 장로님이 지적하셨고 한경직 목사님이 지적하셨습니다. 내 신앙 내 신학 내 교회 내 교단 중심도 문제입니다. 사실 완전한 신앙도 완전한 신학도 완전한 교회도 완전한 교단도 세상에 없습니다. 자기의 것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교회의 분열과 교단의 분열이 발생합니다. 개교회주의는 교단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대결과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Q.  '개교회주의'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소통과 관련해 교회 간 연합 운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교회 일치 및 연합 운동이 '개교회주의' 극복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개교회주의' 극복을 위해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 소통은 너무너무 건강한 삶의 중요한 요소이고 방편입니다. 소통과 대화와 교류와 협력은 교회는 물론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너무 중요한 요소와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열어서 들어내고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받아드리는 데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동서 남북 상하로 갈라져있어서 소통과 대화와 교류와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상대방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교회주의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한 교회의 목회자가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자기 교단 또는 다른 교단에 속해 있는 다른 교회와 서로 바꾸어서 1년 동안 목회하게 하는 교환 목회를 하도록 교단이 주선하는 방법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Q. 세상과 민족의 희망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금 민족의 희망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동체로서 자리 매김하려면 어떤 실천이 뒤따라야 하겠는가.

A. 무엇보다 먼저 자기를 낮추는 온유와 겸손을 지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모두를 품고 존중할 수 있는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지니고 나타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자가의 정신을 지니고 나타내면서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무도 손가락질이나 비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야 비로소 한국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선교 목사 ⓒ베리타스 DB

김명혁 목사는

1937년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 졸업(1961, B.A.)
훼이스신학교(Faith Theological Seminary) 졸업(1964, B.D.)
웨스트민스터신학교(Westminster Seminary) 졸업(1966, Th.M.)
예일대학교신학원(Yale Divinity School) 졸업(1967, S.T.M.)
아퀴나스신학원(Aquinas Institute of Theology)졸업(1973, Ph.D.)
예일대학교신학원(Yale Divinity School)(1973, Research Fellow)
풀러신학교 선교신학원(Fuller School of World Mission)(1974, Research Associate)
튜빙겐대학교(T  bingen University)(1984, Research Fellow)
빌리 그레함 센터(Billy Graham Center)(1988, Scholar in Residence)
후암교회 교육목사(1974-78)
총신대 강사, 조교수, 부교수(1975-80)
영안교회 담임목사(1978-79)
강변교회 담임목사(1980-2008.1)
강변교회 원로/선교목사(2008.1-  )
합동신학교 부교수, 교수, 교장(1980-1993)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1993-2000)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00-2001)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2002-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총무(1984-1992)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국제총무(1993-1994)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부회장(1995-2001)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총회 총회장(2000.9-2001.8)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2002-현재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남북교회협력위원장(1994-1995)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국제위원회 위원장(1996-2001)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2004-2005)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 및 공동대표(1993-현재)
아시아복음주의협의회 협동총무(1987-1998)
소련선교회 부이사장(1992-현재)
   
<저서>
         
신앙과 현실(성광문화사)
복음과 세상(성광문화사)
통일과 선교(성광문화사)
기도의 인물(성광문화사)
성경으로 공부하는 신앙생활의 ABC(성광문화사)
빌립보서 성경공(엠마오)
초대교회의 형성(성광문화사)
현대교회의 동향(성광문화사)
중세교회사, 종교개혁사, 근세교회사(합신교재)
선교의 성서적 기초(편저)(성광문화사)
현대기독교선교(번역)(성광문화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성명서 모음집(편저)(기독교문서선교회)
한국교회 쟁점 진단(규장문화사)
영 몰라 통 몰라(두란노)
사람은 누구인가? -즐겁게 살도록 지음 받은 존재-(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예수님은 누구인가? -나의 미래 나의 운명-(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시편묵상, 새벽설교(한국문서선교회)
어떻게 살것인가(성광문화사)
십자가와 나(성광문화사)
케직, 암스텔담 메시지(옮김)(성광문화사)
복있는 사람은?(성광문화사)
목회자 한경직 목사 부흥사 이성봉 목사(성광문화사)
성경에 나타난―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들?(성광문화사, 03.7.20발행 )
교회역사에 나타난―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들?(성광문화사, 03.7.20발행)
대강 대강 사시오(성광문화사)
죄란 무엇인가?(성광문화사)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성광문화사)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순 출판사, 2006.4.24발행)
성경속 믿음의 선배들 이야기Ⅰ(이레 닷컴, 2007.1.15발행)
제가 잘못했습니다(이레 닷컴)-한복협발표문 김명혁목사 엮음(2007.1.15발행)
은퇴 그리고 그 이후(이레 닷컴)-김명혁 목사 엮음(08.12.31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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