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서중석 교수(신약학)가 최근 예수와 니고데모의 대화,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를 통해 요한공동체의 형태를 일부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요한공동체의 형태'란 제목의 이 논문은 「신학논단」62호(2011년 1월)에 실렸다.
서 교수에 따르면 요한복음 3장 예수와 니고데모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요한공동체가 보편적이기 보다는 '소종파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니고데모는 바리새인이자 유대인의 지도자였고 무엇보다도 예수에 호감을 가지고 예수에게로 왔기에, 유대공동체로부터 환대받지 못하는 요한공동체로서는 연대하거나 교류하기에 적당한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요한공동체가 니고데모를 대하는 자세는 선교적 태도라기보다는 오히려 '너희'와 '우리'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요한이 전하는 예수의 옛 이야기 속에는 요한(요한공동체)의 현재 모습이 직접·간접적으로 반영"됨을 전제로 하고 볼 때, 대화의 처음은 '나'와 '너'의 명칭으로 시작하나 중반부터는 '우리'와 '너희'로 바뀌는 부분이 이를 논증한다.
요한공동체의 이러한 소종파적 특성은 성령과 관련된 부분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등의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요한공동체의 이원론 구도를 볼 때, 요한공동체는 '성령이 함께하는 우리'와 '성령을 배척하는 너희'를 확실하게 구분지었다. 서 교수는 이 둘 사이가 선교로 연결지어지지도 않았으며 요한복음의 성령은 세상을 선교하는 대신 정죄했다고 설명했다. 예수와 니고데모와의 대화의 후반부에는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에 대한 심판의 내용이 나온다.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에서는 요한공동체가 종교공동체의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제의(祭儀)를 '신령과 진정으로'라고 설정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내부결속력을 더욱 다지며, 또 한편으로는 다시한번 보편적이라기보다는 소종파적 특수성을 드러낸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당시 요한공동체 내부에는 요한복음저자 그룹과 이것의 경쟁그룹이 있었다. 이 두 그룹은 모두 영 또는 성령을 강조했으나 상대 경쟁그룹은 영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예수없는 성령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요한은 그들이 주장하는 '영' 만이 아니라 '영과 진리'를 내세워 경쟁그룹을 제어"하려 했으며 "(진리이신 예수를 내세움으로써)예수없이 성령에만 의존하려는 경쟁그룹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요한공동체의 형태를 규명하고 그 형태를 지니게 된 원인을 공동체의 정황을 통해 추적했으며, 소종파적 성령공동체,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공동체, 서로사랑을 지향하는 공동체라는 세 범주를 사용했다. '서로사랑을 지향하는 공동체' 장에서는 요한공동체 내에서 '예수와 성령'을 강조하는 그룹과 '성령만' 강조하는 그룹의 경쟁과 대결로 서로사랑함이 부족했고 결국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 그룹은 요한공동체를 탈퇴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