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노숙인들 사이에 불문율이 있는데 뭔지 아십니까?”
▲노숙인 사역 간증하는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기장 前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진한 기자 |
7일 수원에 소재한 은파선교회(회장 정해광) 본부에서 열린 은파기도회의 강연자로 초청된 권영종 목사(이수교회, 기장 前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 수년 동안 남몰래 가슴을 끙끙 앓아가며 이어온 노숙인 사역의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는 노숙인들의 기본적인 정서와 그들 사이의 불문율 그리고 노숙인 제자훈련 등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서 꿈꾸고 있는 노숙인에 대한 비전으로 이어졌다.
그에 따르면, 현재 10여명의 노숙인들이 제자훈련을 받고 있다. 2만여명에 육박하는 지역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도하는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권 목사를 찾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권 목사에 따르면, 이들 노숙인들이 교회 문을 두드린 것은 순전히 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한 동냥을 위해서였다. 교회 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갔고,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발을 옮기다 보니 어느 순간 목사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어떤 목사와 눈이 마주쳤다. 투명 유리로 되어있는 목사실이었기에 사람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훤히 다 보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 노숙인들은 용기를 내어 목사실 문을 열고 들어가 끼니를 위한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목사는 "줄 돈이 없다"며 매몰차게 이야기를 했다. 여느 교회 목사와 똑같거니 하고 돌아서 나오려는데 목사가 불러 세웠다. "돈을 줄 수는 없지만 당신 얘기를 들어줄 수는 있어요."
교회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목사실에까지 들어선 마당에 아무런 소득없이 떠나기에는 따끈한 차 한잔이 아쉬웠다. 하지만 노숙인들 사이에 불문율로 여겨지는 ‘자신의 과거’를 얘기해달라고 하는 요청에 선뜻 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목사의 거듭되는 요청에 입을 열었다.
권 목사는 "이들 노숙자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목사실로 와서 자기 얘기를 하는 노숙인들은 세번 울고 간다. 자기 얘기를 하며 울고, 기도를 해줄 때 울고, 만원짜리 한장 손에 쥐어줄 때 운다"고 말했다. 권 목사의 따뜻한 배려에 개중에는 3번 이상을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 권 목사는 그들 중 복음을 접할 만한, 자립 의지가 있을만한 자들에게 새벽기도회를 권했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신앙생활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노숙인 제자훈련 과정에 참여시켰다.
노숙인 제자훈련은 노숙인으로 살았던 이들을 복음으로 변화시켜 노숙인 선교의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한 권 목사의 계획이었다. 한 때 10명 가까이 이 훈련을 받았으며 권 목사와 그의 후원자들은 이들을 위해 한달에 30만원씩 하는 주거공간(고시원)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노숙인 선교의 열매가 맺어지는 기쁨도 잠시 권 목사는 절망을 경험해야 했다. 제자훈련을 받던 이들 중 4명이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 것. 배은망덕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권 목사에게는 하나같이 길잃은 어린 양들이었기에 그들을 향한 분노보다 걱정이 앞섰다.
▲권 목사의 강연후 그의 기도제목을 놓고 통성 기도하는 은파선교회 회장 정해광 장로(수원교회). ⓒ김진한 기자 |
권 목사는 "사역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느껴질 때"라며 "사역의 열매가 잘 맺히지 않는 것은 큰 어려움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도 십자가 상에서 쓰디쓴 배반의 아픔을 당하지 않으셨는가"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은피선교회 회원들은 권 목사가 부탁한 기도제목을 놓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숙인 제자훈련을 받다가 떠난 노숙인들이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는 것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쇠잔해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 ▲노숙인 사역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부족함이 없게 해달라는 것 등이었다. 이날 권 목사의 강연 후에는 북한선교를 하고 있는 천동행 선교사의 간증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