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교회 동성애자들의 목소리, 책으로 나와

신간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신간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한울출판사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ㅣ 슘 프로젝트 엮음 ㅣ 한울출판사 ㅣ 391쪽 ㅣ 1만 9천원

동성애는 정말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성애자로의 전환 여지 열어두는 것은 불가능한가?
한국교회를 향한 동성애자들의 절규 어린 외침…

“처음에는 제가 뭘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남자아이들끼리 키스를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두 남자아이가 서로를 그렇게 뜨겁게 끌어안을 수 있냐고요. 포옹하고 키스하는 것은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만드셨다고 성경에 쓰여 있잖아요…”

세계적으로 최소 3%에 달한다는 동성애 인구,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확한 동성애 인구는 집계된 적 없지만 동성애자들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규모로 볼 때 수만~수십 만명에 달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동성애는 교회에도 존재한다,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신간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동성애자 기독교인’ 에세이집으로, 필진은 성소수자들을 위한 기독교 단체인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교인연대’,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약자) 평신도네트워크’, ‘향린교회여성인권소모임’의 몇몇 사람들과 비기독교 단체인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모임 ‘슘 프로젝트’ 사람들이다.

저자들은 동성애가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형태라고 역설한다. 아들이 동성친구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충격에 빠진 한 성도에게 임보라 목사(향린교회 부목사)는 이렇게 권고한다. “집사님! 결코 누구의 잘못으로 J(아들)가 ‘동성애자로 변한 것’이 아니랍니다. J는 그저 동성에게 자연스레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태어났을 뿐, 누구 때문에 또는 어떤 문제가 생겨서 동성애자가 된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이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동성애자인 자신 또한 하나님이 만드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기도합니다.”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를 정죄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는 동성애를 비판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성경구절인 고린도전서 6장 9절의 ‘남색하는 자’라는 표현이 그리스어 원문의 번역상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조순애 목사(모퉁이 돌 교회)는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동성애자 커플을 ‘생육하고 번성하라’(창세기 1장 28절)는 성경구절을 가지고 정죄하는 주장에 대해, 구약에 나오는 미갈의 이야기를 들어 자식이 없는 것을 하나님의 저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을 편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처럼 정말로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일까? 동성애자들에게 ‘이성애자로의 전환’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동성애가 “그저 주어진 것”이라면서 전환의 가능성을 닫아놓고 있지만,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동성애자를 이성애자가 되게 하는 ‘웰스프링’ 같은 단체(기독교 단체)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웰스프링은 과거에 동성애자였던 사람이 이성애자로 전환된 사례와 그들의 간증을 소개하고 있다.

이성애자로 전환된 풍부한 사례를 다룬 책 <나는 사랑받고 싶다>(Craving for Love), <동성애, 온전한 변화를 위한 시작>(Pursuing Sexual Wholeness) 등도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전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이 “동성애도 하나님의 뜻”이라던가 “친구들에게 너가 이반이라고 떳떳이 밝히면 어떨까”(책 내용 中)라고 권고하는 게 과연 옳을까.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에는 한국교회를 향한 분노 어린 질타도 담겨 있는데, 귀를 기울이게 한다. “기독교인 동성애자가 보수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에 저항하는 것은 그야말로 ‘존재’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믿고 영혼을 의지하는 그리스도가 자신을 혐오하고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성소수자 대다수는 오만한 기독교의 독설 앞에 분노하고 움츠러들고 상처 받으며, 때론 살아갈 힘을 잃기도 한다.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다”,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동성애와 함께 하나님나라를 상속할 수 없는 죄로 분류한 음란, 우상숭배, 간음, 색탐, 도둑질, 탐욕, 술 취함, 비방, 약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 동성애자들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짓는 무지와 오만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동성애자들을 목회해 본 경험이 있는 목회자들의 이야기고, 2부는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의 삶의 이야기와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의 말이다. 3부는 기독지식인들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주장을 편 글을 엮었다.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차례

1부 목회로 만난 동성애
모태 신앙인 내 아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_ 임보라
보수 신자가 보수 신자에게: 우리가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서 살 때 _ 박총
새내기 목사, 동성애 교인들과 사랑에 빠지다 _ 유연희
동성애! 낯선 경계의 선을 넘어 _ 고성기

2부 동성애자가 만난 하느님
내 안에도 주님이 계십니다 _ 이경
다시, 기독교를 생각하다 _ 이은
크리스의 레즈비언이 된 이야기 그리고 레즈비언으로 사는 이야기 _ 크리스
나의 커밍아웃 이야기: 하나님, 나,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게 _ 양지
7년을 기다린 기억 _ 도임방주

3부 성경으로 만난 동성애
999번 들은 이야기와 한 번 듣는 이야기 _ 김진욱
성, 동성애 그리고 죄: 기독교의 불편한 진실 _ 구미정
동성애와 기독교적 세계관: 하느님의 큰 사랑은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_ 조순애
역사를 마주보고, ‘지금, 여기’를 사는 것 _ 호리에 유리
아! 사랑해 다윗, 정말…… 사랑해 - 고상균

부록 - 성적 소수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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