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담에 참여한 전병금 목사(NCCK 교회 일치 및 종교간 대화위원장),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진한 기자(베리타스 편집장). ⓒ이서진 기자 |
(1편에 이어) “에큐메니컬은 예언자적 전통을 따르고, 복음주의는 제사장적 전통을 따르는 것인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해온 보수 교회를 염두해 둔 질문이었다. 김명혁 목사는 "그럴듯한 구별이지만 정확한 구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명혁 목사 “복음주의 운동에 균형잡힌 사회참여 있었다”
종교개혁 운동이야말로 복음의 본질을 재천명한 복음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한 김 목사는 "그 후 복음주의운동은 17세기 독일에서 일어난 '경건주의 운동'과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복음주의 각성운동' 그리고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대각성운동' 및 '제2차 대각성운동' 등으로 이어졌다"며 "17,8,9세기의 복음주의 운동은 종교개혁 운동의 모토인 성경만, 은혜만, 믿음만과 아울러 회심의 체험과 경건한 삶, 봉사와 전도와 선교, 교회의 갱신과 사회변혁 및 협력과 연합 등을 강조했고 평신도들의 참여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복음주의운동이 현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항하는 '근본주의 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목사는 "20세기 중엽부터는 온건한 복음주의 운동들이 일어났는데 1942년에 조직된 미국복음주의협의회(NAE)와 1952년에 조직된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와 1950년대부터 일어난 빌리 그래함의 복음화 운동 등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목사는 1974년에 로잔에서 시작된 ‘로잔 세계복음화운동’을 주목했다. 로잔운동에 대해 그는 "로잔운동은 성경의 권위와 복음화의 우선 및 균형 잡힌 사회참여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복음주의 운동이 교회 일만 돌보지 않았다는 적극적인 항변이었다.
김 목사는 "복음주의의 특성들을 요약하면 하나님의 초월성과 주권, 성경의 영감과 절대권위, 인간의 전적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대속적 죽음, 십자가의 복음을 통한 그리고 은혜와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체험과 성결한 삶, 복음화와 선교의 사명, 사랑의 봉사와 균형잡힌 사회참여, 신자의 제사장직, 그리스도의 재림과 최후의 심판 및 하나님 나라의 현현과 종말론적 완성 등을 강조한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전병금 목사 “사회참여에 있어 두 진영 간 ‘역할의 차이’ 있었다”
▲전병금 목사. ⓒ이서진 기자 |
하지만 전병금 목사는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볼 때, 19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에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두 진영이 뚜렷히 구별되는 활동을 했다며 ‘역할의 차이’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복음주의 교회들이 목양에 집중할 때, 에큐메니컬 교회들은 사회적 변혁 운동을 꾀하려 무모하리 만큼 대담한 사회 참여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우리 에큐메니컬 교회들은 그 시대의 최우선적 과제를 민주화로 여기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몸부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 정부 아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오늘날 한국사회가 이 만큼 민주화 된 것도 에큐메니컬 교회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독재 정권 시절에만 해도 에큐메니컬 진영이 예언자적 전통을 따랐다면 복음주의 진영은 제사장적 전통을 따르는 경향이 강했고, 에큐메니컬 교회에선 시대적 우선 과제를 ‘사회 변혁’, ‘민주화’ 등으로 선정하고, 그 소명을 다했다는 것이었다.
전 목사에게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서적 근거를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들어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세상’에 독생자를 내려 보내주신 것"이라며 "부조리한 것을 바로 잡으며 세상을 온전하게 회복시키는 일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다. 고통받는 온 세계의 피조물들의 탄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를 달성한 에큐메니컬 교회가 목양에 관심을 두지 못해 교세가 약화됐다"며 "요즘들어 그런 점을 반성하고 바람직한 교회 성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반면, 독재 정권 시절 에큐메니컬 진영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에 김명혁 목사는 일부 공감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교회의 최우선 과제에 있어선 양보가 없었다. 당시도 지금도 ‘복음 목회’와 ‘복음 전도’가 최우선적 과제라는 것이었다.
김명혁 목사 “WCC, 성경적인 복음 신앙 분명히 밝히고 있어”
일부 보수 교단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WCC 부산 총회와 관련한 질문도 있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WCC 총회 준비 기획위원으로 선정된 김명혁 목사는 "WCC는 본래 그 헌장 제1조에서 '성경에 따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 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성경적인 복음 신앙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혁 목사. ⓒ이서진 기자 |
김 목사는 그러나 "그동안 WCC에 참여하는 일부 신학자나 단체들이 과격한 정치적 입장이나,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을 벗어난 종교다원주의적인 의견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며 WCC 부산 총회에 거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교회는 2013년 WCC 총회를 계기로 WCC가 보다 복음주의적인 단체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고 WCC는 한국총회를 계기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되찾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통해 역동적 영성, 복음적 신앙, 헌신적인 선교, 책임 있는 역사적 증언, 희생적인 봉사의 은사와 경험을 세계교회와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분오열된 한국교회에 “자신을 부인하라” 한 목소리
한편, 사분오열 된 한국교회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두 목회자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한국교회 분열의 근본적인 문제를 '자기 절대화'라고 지적한 김명혁 목사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내려놓는 일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자리를 비우고)떠나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자기 교단 또는 다른 교단에 속해 있는 다른 교회와 서로 바꾸어서 1년 동안 목회하게 하는 ‘교환 목회’를 제안했다.
전병금 목사는 부유해진 한국교회를 질타했다. 그는 "부유하신 예수님은 스스로 가난해지셨는데 한국교회는 너무 부유해져만 가고 있다"고 지적한 뒤 "교회 지도자들부터 스스로 비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큰 교회 지도자들이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가지 제안을 하고싶다"며 "성공회나 가톨릭이 채택하는 것 처럼 개신교 역시 성직자 봉급을 평준화 시키는 것은 어떤가"라며 "물질의 시험을 극복할 때야 비로소 한국교회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