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톨릭 생명먹거리 운동의 기지 ‘우리농’, 작년 120억원 매출 올린 비결은?

[생명문화 바꾸는 그리스도인들 2탄]

서울 명동성당 앞에는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가게가 하나 있다. ‘하늘 땅 물 벗’이라는 독특한 상호명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톨릭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명동 직매장.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직매장 하나의 월 매출액이 2억원이 넘는다. ⓒ이지수 기자

이곳의 정체는 바로 친환경 먹거리 가게. 가톨릭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가 운영하는 곳으로서 99㎡(약 30평) 정도로 소규모지만 작년 매출액이 27억원에 달할 정도로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농’의 총 매출액은 120억원이 넘었다.

이 같은 수치는 가톨릭의 ‘생명먹거리 운동’이 그만큼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요즘 개신교계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생명먹거리 운동’, 가톨릭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을까? 명동 가톨릭회관 7층에 위치한 우리농 본부를 찾아가보았다.

사람들이 ‘우리농’을 찾는 이유

우리농 본부는 165㎡(약 50평)의 사무실에 사무직원 15여 명을 포함, 총 5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우리농’ 본부 직원들이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지수 기자 

우리농은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수입 농산물의 유입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우리 농촌 경제가 악화될 위험에 처하고, 수입산 유전자조작(GMO) 식품으로 건강까지 우려되자,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대교구는 우리 농촌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도시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농에서 취급하는 500여 가지의(연간 1,000여 가지)의 친환경 제품은 품질이 좋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우리농 관계자는 “배달이 안 되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퇴하는 회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천에서만 영업하는 우리농의 회원은 현재 1만 명 가량.
 
품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엄격한 생산자 관리다. 가톨릭 교인이 다수를 이루는 생산공동체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 과정과 가공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매장에서도 구입하기 힘들다는 ‘완전 무농약’ 사과를 재배하는가 하면, 제초제 없이 호미질로 잡초를 제거하면서 순무를 키우고 , 배합사료 대신 콩, 볏짚, 옥수수를 소에게 먹인다. 우리농은 친환경 제품만 매수하고 그 중에서도 친환경도가 높은 제품을 우선 매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산자들도 저농약->무농약->유기재배로 전환하려고 애쓴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제품과 비교했을 때(이마트몰 기준), 유기농 모듬쌈 200g이 일반 마트 2,580원/우리농 1,900원이고, 유기농 찹쌀 4kg이 25,000원/23,000원이다. 유기농 깐마늘 200g은 6,080원/3,900원으로 거의 두 배 차이. 유기농 딸기(6,950원/450g, 9,500원/500g)처럼 우리농이 더 비싼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가격이 안정된 편이다.

▲우리농 직매에서 장을 보고 있는 가톨릭 교인 ⓒ이지수 기자

▲우리농의 온라인 매장. 연간 1천여 종의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편리한 구매 시스템도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온라인으로 구매 시 일정 금액(3만원) 이상은 무료로 배송해주는데, 자체 배달 시스템을 이용하여 제품의 신선도가 잘 유지된 채로 가정에 도착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하늘 땅 물 벗’ 같은 직매장 외에 각 지역 성당에도 매장을 설치하여 성도들이 미사 전후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인천의 성당 매장이 60여 개에 달한다. 
 
지난 주 서울의 한 직거래 매장을 찾은 김복주 성도(64)는 “일주일에 1번 정도 이용하고 있다”며 “같은 유기농이면 여기가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박정효 성도(50)는 “시중보다 싼 것도 있다”며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우리농에 소비한다고 밝혔다.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우리농 이용하면서 많이 좋아졌다”는 성도도 있었다.

우리농의 발전 뒤에는…

가톨릭 ‘우리농’은 국내 생명먹거리 운동에 있어서 단일 교파로는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우리농 관계자는 “우리농에서 취득하는 중개 이윤은 거의 제로다. 서울대교구의 지원금으로 직원들의 월급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며 우리농의 발전 뒤에는 가톨릭 측의 ‘뒷받침’이 있음을 밝혔다.

지도부의 열정도 한몫 했다. 이경일 신부(인천교구 우리농 본부장)는 “우리농이 가야 하는 길은 인내의 길”이라며 “편한 농사법을 알면서도 어려운 길을 가는 인내, 더 싼 농산물이 있는 걸 알면서도 우리 농촌을 위해 비용을 더 지출하는 인내가 우리를 주님의 승리로 안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가톨릭의 ‘실천의지’ 배워야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계에서는 ‘우리농’ 만큼 눈에 띄는 생명먹거리 운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실장은 “(계신교계가) 생명먹거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틔여 있지만, 실제 몸으로 움직이는 실천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개신교 계열의 생협들도 대개 어려운 가운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조를 비교하며 “중앙이 움직이면 전체가 움직이는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각 교회가 자율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각 교회가 생명먹거리를 나누고, 환경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단 차원에서의 운동도 중요하지만 먼저 밑에서부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어느 교회든 자기들이 중심이라 생각하고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위에서의 변화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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