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고별 설교한 송태근 목사, "내 이름 석자 잊어달라"

3부 예배, 교인들 빼곡히 들어 앉아

▲송태근 목사가 3부 예배 설교 후 예배당 출입구에서 정든 강남교회 교인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17일 서울 노량진에 소재한 강남교회 3부 예배(오전 11시). 교인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예배 본당에는 자리가 없었다. 예배당 문 밖으로 나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앉을 자리를 찾으려 하자 간이 의자에 걸터앉은 한 교인이 말했다. “자리 없어요.”

예배 강당과 세미나실을 가득 매운 교인들은 설교자가 전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준비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단 위에 선 설교자는 한사코 자신을 잊어달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 석자는 물론 하다못해 교회 앞 작은 비석에 새겨진 자신의 글씨마저 지워달란다.

송태근 목사(58). 올해로 19년째 동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내년이면 원로로 추대돼 강남교회의 자랑스런 목회자로 추앙받으며 걱정없이 살 그는 그렇게 강남교회를 떠났다. 이날 고별설교에서 그는 무엇보다 ‘떠남’의 의미를 새겼다. 자신의 처지와 꼭 들어 맞았는지 어느 목사가 남긴 폐북글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한 그는 "떠남이라는 것은 버려짐이 아니라 떠남이라는 것은 더함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그러면서 떠남의 자리와 얽혀있는 '눈물'에 대해 "무엇인가를 더 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눈물 흘릴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무언가를 하려 하기에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설교 도중 송 목사는 지금의 본당이 있기까지의 어려운 시절을 잠시 회상하며 함께 고생한 교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도 전했다. 1997년 IMF 시기, 경제 한파가 몰아치던 때에 현재의 본당 기공식을 가졌던 송 목사와 강남교인들. 당시만 해도 이곳 저곳을 떠돌며 예배를 했고, 때로는 다음 예배 모임 장소를 정하지 못한 채 헤어지기도 했다. 송 목사는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인데 지금 오신 분들은 비좁은 불편함이 있을 뿐이지만 당시 함께 고생했던 교인들은 어려운 시절을 잘 견디어 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교인들을 향해 "송.태.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잊어달라"며 "언제나 강남교회와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공동체를 든든히 세워 나가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치고는 김광열 목사의 축도 후 신속히 예배당 출입구로 이동한 송 목사는 예배당 문을 나서는 교인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 목사 앞에 선 교인들은 두손으로 송 목사의 손을 꼭 잡으며 악수를 하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송 목사 내외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송 목사는 19년 전 강남교회 부임 당시 성도 수 1천여명의 중소형교회를 성도 수 4천여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한편, 지난 주일 삼일교회 공동의회 투표를 통해 새 담임목사로 확정된 송 목사는 이날 강남교회에서의 마지막 설교를 끝으로 삼일교회로 떠나 목회활동 제2막을 열 예정이다.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만인·만유구원론 보다는 천국, 지옥 복음 선포해야"

칼뱅의 이중예정론의 결과인 이중심판론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되는 몰트만의 만유구원론은 성서 신학적으로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