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폐기처분 위기 ‘삼위일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박상언 박사 후보생, 사회적 삼위일체론 소개

전통적 삼위일체론은 그동안 우리 신앙 그리고 삶과는 동떨어진 형이상학적 교리 체계로 이해되어져 왔다. 실천적 의미를 찾아낼 만한 부분이 없었기에 일부 현대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폐기 처분의 대상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을 내동댕이 친다는 것은 유대인의 유일신 하나님 신앙으로 귀속되는 것을 뜻하는 바인데 유구한 세월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 고마운(?) 교리를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논문 게재자는 이러한 문제 의식 하에 실천적 의미가 결여된 전통적 삼위일체론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제기하는 한편, 우리 삶에 착지 가능한 삼위일체론을 연구하는 현대 신학자들의 사회적 삼위일체론을 소개한다. 사회적 삼위일체론이란 우리의 삶에 맞갖은 삼위일체론 연구에 다름 아니다.

연세신학 논단 최근호에서 박상언(연세대 신학과 Ph.D 과정)은 ‘사회적 삼위일체론이 현대 삼위일체론의 실제적 의미에 끼친 영향’이란 제목의 소논문을 게재했다. 그에 따르면, 전통적 삼위일체론은 전통적 분류 방식에 의거, 하나님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기준으로 내재적 삼위일체론과 경륜적 삼위일체론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서방 로마 교회를, 후자는 동방 교회를 각각 대표하는 삼위일체론이었다.

경륜적 삼위일체론이란 "하나님이 자신이 만드신 창조 세계와 관계하시는 모습을 통해 그리고 구원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역사 속에 나타내시는 모습을 통해 삼위의 하나님을 이해하려는 방식"이고, 내재적 삼위일체론은 "창조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에 또는 창조 세계와 관계없이 하나님의 영원한 내재적 관계, 즉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본질의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방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상언은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결국 경륜과 내재의 구분은 하나님이 세계와 관계하고 계시느냐. 또는 관계하고 계시지 않느냐의 문제에서 나누어지게 된다"며 "왜냐하면 경륜적 삼위일체론은 세계에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와 관계하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내재적 삼위일체론은 세계와 관계없이, 즉 우리와 관계없이 홀로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창조 세계와의 ‘관계’를 말하는 경륜적 삼위일체론에 터 잡고 이를 계승, 발전시킨 사회적 삼위일체론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위르겐 몰트만을 포함한 사회적 삼위일체론자들은 삼위의 내재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서방의 존재론적 삼위일체론’을 비판한다. 대신 삼위, 즉 세 위격이 세계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느냐에 포커스를 둔 경륜적 삼위일체론에 손을 들어준다.

박상언은 그러나 경륜적 삼위일체론과 사회적 삼위일체론의 연속적 불연속성의 측면을 드러낸다. 전자는 세 위격이 창조 세계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느냐에만 관심하고 있다면, 후자는 ‘관계성’을 담지한 삼위가 신앙하는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해방신학적 삼위일체론, 여성신학적 삼위일체론, 과정신학적 삼위일체론 등 다양한 사회적 삼위일체론 시도의 중심이 ‘삼위의 관계성’임을 확인한 그는 이들 사회적 삼위일체론자들이 "삼위의 연합과 공동체의 의미를 사회적인 의미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삼위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회적 삼위일체론자들이 애용하는 ‘페리코레시스’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페리코레시스는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는데 페리코레시스는 삼위의 연합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삼위 간의 ‘인격적 사귐’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종언은 사회적 삼위일체론이 우리의 삶에 맞갖은 삼위일체론 정립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그는 사회적 삼위일체론자 보프를 예로 들어 "삼위의 사랑, 자유, 평등의 원리가 현대사회의 억압과 종속, 지배의 부패한 구조를 비판하는 모델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렸다.

아울러 몰트만을 예로 든 그는 "삼위에 있어서 일체성을 강조해 온 신학에 의해 사회의 구조는 하나의 원리만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서 독재적인 권력을 정당화하고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가져왔다"면서 "여기에 사회적 삼위일체론의 중요성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타나심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를 생각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사회적 삼위일체론에 대한 발전적 제안도 했다. 경륜적 삼위일체론 보다 확실히 사회적 삼위일체론이 ‘실천적 의미’를 더욱 구체화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삼위일체론의 문제점은 하나님의 모습이 이러하기 때문에 인간이 사회적으로 이렇게 행동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위성을 상실한 사회적 삼위일체론자의 가치 주장, 즉 사랑, 정의, 평등이 일종의 "투사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현실의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해결하고 싶은 욕망으로 삼위일체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모든 신학이 투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삼위일체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랑, 정의, 평등은 우리가 욕망하는 삼위일체의 모습이 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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