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보도 영상 캡쳐. |
십자가 사망사건이 단독자살로 잠정 결론이 내려짐에 따라 김씨의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가 전직 목사였다는 사실은 여러 각도의 추측을 낳고 있다.
흥미롭게도 9일 신촌의 Y신학교 수업 시간에는 십자가 사망사건이 단독자살이라는 가정 하에 김씨의 범행 동기를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추성은씨(조직신학 석사 2학기)는 "신비주의적 영성에 사로잡힌 일탈한 그리스도인으로 보인다"며 "(부활 신앙에 관한)신학적 성찰 과정이 없이 잘못된 영성에 집착한 나머지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김씨가 전직 목사였다는 점을 착안, 그가 단순하고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신학 교육에 따른 체계적 진술과 고백 하에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양현근씨(조직신학 석사 2학기)에 따르면, 동방교회로부터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안디옥 학파가 태동되는데 그 중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신플라톤주의 영향을 받은 철학적 학파로 모든 실체가 단계적으로 완성되어 간다고 보는 학파다. 산출이 되었으므로 단계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신플라톤주의의 이론을 받아들여 위로부터의 신학을 말한 것.
이 학파의 기독론은 예수의 신성을 부각시키며 상대적으로 예수의 인간성을 약화시킨다. 때문에 이 학파 신자들은 육체나, 물질 등 경험적인 실재를 경멸하는데 이 영성을 따르던 기독교인들은 때로 통제하기 어려운 신비주의나 금욕주의 빠질 위험이 컸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파생된 (이단으로 불리는)마니교가 있는데 양씨는 "숨진 김씨가 잘못된 신학적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며 "마니교의 마니는 자신이 아담에서 시작해 아브라함, 붓다, 예수, 조로아스터로 이어져 내려온 마지막 계승자라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십자가란 성(聖)상에서 죽음으로써 자신만이 예수의 계승자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올바른 신학과 영성의 부재가 낳은 비극적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문덕씨(조직신학 박사 4학기)는 "(김씨의 십자가 사망 사건이)잘못된 신학적 전통과 극단적 신비주의적 영성이 결합한 비극적 사건이 아니겠는가"라며 "신학과 영성의 올바른 관계 정립이 시급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시대착오적인 열광주의자의 행위처럼 보이는데 예수의 죽음을 흉내내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로 기독교가 또 많은 비판을 받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는 "일부 광신적 신도들에게서 십자가를 주술적 능력이 붙은 것으로 보는 물신숭배적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예수의 십자가 정신을 우스꽝스러운 조롱 대상으로 만들게 된다"며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십자가는 자기 비움, 자기 희생, 자신을 낮춰 타인을 높이는 등 사랑 실천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