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의 종교인들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축산선진화 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해당 정책의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구제역 해결과 밥상문화 전환을 위한 범종교연대의 주관으로 정부의 축산선진화 정책에 대한 범종교연대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렸다.
▲발언하고 있는 양재성 목사. ⓒ김진한 기자 |
발언을 한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는 "재앙이라면 재앙에 걸맞는 처방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축산 선진화 정책을 보면 극히 일부에 대한 대책에 불과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제역 방역체계에 대한 세밀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나 지속가능한 축산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면에 있어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양 목사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그야말로 생으로 땅에 묻혔다. 이것은 단순히 가축 생명의 문제가 아니라 가축을 다루는 인간성의 문제이다"라며 "(이번 구제역 사태가)인간성의 위기, 생명을 함부로 다뤄온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대한 신의 분노인 것을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양 목사는 이어 "가축을 생매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축산으로의 전환히 절실히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동물의 복지나 소규모 축산방식 그리고 동물과 인간이 함께 평화롭게 숨쉴 수 있는 그런 공존의 세상이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또 단순히 축산 정책의 제도적 개선을 넘어 밥상문화에 있어서의 패러다임 전환도 시급함을 역설했다. 양 목사는 "과도한 육식을 중심으로 한 밥상문화가 (구제역 사태와 같은)문제를 야기한 것이기에 육식 중심의 현재 밥상문화를 채식 위주의 소박한 밥상문화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양 목사는 특히 "(기독교환경운동연대)저희들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밥상문화 전환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인간의 탐욕을 극복하기 위한 영성적 훈련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발언하고 있는 박창길 교수. ⓒ김진한 기자 |
이어 발언을 한 박창길 교수(성공회대)는 정부의 축산선진화 정책에 있어 여론수렴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교수는 "국가적 재난을 겪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정부는 충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가 축산 산업이 변화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 때 적절한 사업으로 전환을 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이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축산선진화 정책에 박 교수는 동물 복지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약속한 동물 복지 축산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며 "축산 시설에 관한 내용은 있었으나 정작 동물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는 방법이나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동물 복지 등 종교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게 된 이유로 여론 수렴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지속 가능한 축산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며 "구제역 대책 위원회를 신설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5개 종단의 종교인들은 기자회견시 발표한 성명에서 ▲이웃 생명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가축은 반려동물로, 적정사육 면적을 선진국 수준으로 넓히고 사육시설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도의 배려로서 준수하여야 할 인도적인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동물복지형 축산으로의 전환에 가장 우선적인 지원을 하고 생명존중에 입각한 축산정책을 위한 적절한 행정제도와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생명체로서의 동물에 대한 배려사항을 축산교육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명시해야 한다 ▲구제역 사태로 생매장한 동물들에 대해 참회·사죄하고, 살처분을 해야 할 경우를 선진국 기준에 맞춰 제한하고, 부득이 해야 할 경우와 절차를 메뉴얼을 마련해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 ▲모든 정책 입안에 있어 각계각층의 사회적 요구를 수렴해 국민들이 공감하는 축산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육식문화를 줄이고 소박한 밥상문화 보급을 위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 등의 종교계 요구를 담아 진정한 축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