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뉴욕에서 다시 만난 폴 니터 교수와 진제 스님

진제 스님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에서 법회 열어

가톨릭 신자이자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폴 니터(Paul F. Knitter) 교수(뉴욕 유니온신학교)와 우리나라 선불교를 대표하는 진제 스님(대구 동화사 조실)이 뉴욕에서 재회했다.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에서 열린 불교 법회. ⓒ동화사

이 두 명은 올초 한국의 서울, 부산 등지에서 조계종이 진행한 ‘평화토크’를 통해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때 니터 교수는 선불교의 화두인 ‘참 나’를 가지고 진제 스님과 나눈 대화에 감화를 받고, 이를 “뉴욕의 시민들과 나누고 싶어” 이번엔 거꾸로 자신이 스님을 자신의 “홈 그라운드”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진제 스님을 비롯, 불교 스님들 수십 명을 대거 뉴욕으로 오게 만든 폴 니터 교수는 “스님을 이곳에 모시게 된 소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드디어 해냈다’(We did it)”라며 진제 스님을 “미소가 따뜻하고 말씀이 명쾌한 분이다. 진실한 분이 여기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 해 한국에서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 의한 ‘봉은사 땅 밟기’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진제 스님이 기독교인인 자신을 초대했고,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강단까지 내어줬다며, “미움과 시기에 그 분은 자비로 답하셨다”고 기억했다.

15일 오후 7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의 유서 깊은 교회, 리버사이드교회(Riverside Church) 예배당에서 진제 스님이 설법하는 법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2천여 명의 불교 신자들, 기독교 신자들, 종교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예배당 강단 좌우로 한국의 스님들이 자리하고, 그 중앙에 진제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산승(山僧)이 이곳에 온 이유는 세계평화를 위해 동양의 정신문화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라고 운을 뗀 뒤, 간화선(看話禪)을 “동양 정신문화의 골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화두를 사용하여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간화선을 통해 “참 나를 깨달을 수 있다. 참 나 속에 대자유와 대지혜가 있으며 모두가 평등한 참된 평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 세계는 종교와 사상을 넘어 서로 마음을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종교는 인간 내면 세계의 정화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하는 우애로운 형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교식으로 진행되어, 설법에 앞서 육법공양과 반야심경 낭독 등의 절차를 거쳤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축사를 보내 “뉴욕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곳”이라며 “진제 스님의 법회를 뉴욕에서 갖는 것은 종교적으로 역사적인 행사”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왔다.

이날 법회가 열린 리버사이드교회는 진보적인 교단으로 잘 알려진 미국 UCC(United Church of Christ)에 속해 있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 주니어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1930년에 완공된 대형교회로 미국을 대표하는 교회 중 하나이며,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등 주요 정치인들이 이곳에서 연설했을 정도로 정치적 토론 장소로도 유명하다.

한편, 국경을 뛰어넘은 불교-기독교간 교류의 한편에서는, 일부 한인교회들의 법회 반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한인교회협의회 대뉴욕지구(회장 김원기 목사)는 리버사이드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리버사이드교회는 개교회라기보다 그 역사와 전통을 볼 때 미국 및 전세계의 기독교 역사에서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런 의미 있는 교회에서 불교의 법회를 연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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