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내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연합회’(이하 한교연)가 29일 예정대로 창립총회를 열고, 경선을 통해 대표회장을 뽑았다.
그동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집행부와 각을 세워왔던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유중현 목사, 이하 비대위)의 예장 통합, 백석 등 소속 교단들이 결국 ‘한기총 정상화’란 이름이 무색하게 한기총의 갱신과 개혁은 뒷전으로 한 채 엉뚱하게도 또 다른 연합기구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고쳐잡은 것이다.
한교연은 이날 창립선언문에서 "현재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추구하겠으며 특히 한기총의 정상화를 위해 중단 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요셉 목사(예장대신, 선린교회) |
이정익 목사(기성, 신촌성결교회)와 경선 끝에 당선을 확정지은 김요셉 목사(예장 대신, 선린교회)는 "대표회장으로서 한국교회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하나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크고 작은 모든 교단과 단체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사역을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한국교회를 공격하는 안티세력들에 단호히 대처하고 값진 모든 사역들을 홍보해서, 기독교만이 나라를 살리고 지구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며 "우리 한국교회연합회가 어느 한 개인이나 교단 단체에 불의하게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배격하고 하나님의 공의만 실현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단체 출범에 있어 통과의례적 성격을 띠고 있는 단체의 ‘분명한 목적과 방향성’은 창립선언문에서나 대표회장 인사말에서나 찾아 보기 힘들었다. 사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이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단체의 출범이 서둘러 진행되었기에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한기총에 반대해 활동해 온 개혁 그룹 ‘한기총 탈퇴를 위한 예장 대책위’ 이명남 대표회장(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은 한교연 출범 소식에 "언젠가 조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며 "한기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신학적으로 행정적으로)과 대안 없는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대안’은 없고, ‘비판’ 기능만 가진 반쪽자리 연합기구 탄생을 우려한 주장이었다.
한교연 출범에 에큐메니칼 진영 역시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몸 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단체라는 것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라며 "(이익을 위한)또 하나의 단체 출범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제3의 연합기구 출범은 부활절을 앞둔 교계 연합 활동에 있어 혼선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는 지난 2006년부터 둘로 나뉘어, 사분 오열된 한국교회가 부활절에 있어서 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어 이념과 세대. 성별, 지역 등 각종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사회에 ‘화합’이라는 가치를 새기자는 취지로 공동으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가져왔다.
그러나 매년 한기총과 NCCK가 번갈아 가며 주관해 온 부활절 연합예배가 한교연 출범으로 쪼개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한교연측 소속 교단들은 ‘교단연합’이란 이름으로 한기총을 배제한 채 NCCK측 일부 인사들과 부활절 연합예배를 갖기로 했으며, 이에 한기총은 NCCK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기총 단독으로 소속 교단들과 부활절 연합예배를 갖기로 했다. ‘하나’를 이루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부활절 연합예배가 ‘분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