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직제란 게 따로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예배 시간에 앞서 도착한 이들은 누구든 팔을 걷어부치고 예배 준비에 몰두한다. 바닥을 쓸고 닦고, 테이블(?)과 의자를 정돈하고는 음향 장비를 점검한 이들은 이내 예배당 출입구 주변 청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교우들을 맞이한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교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작 기도와 함께 이곳 대학로에 있는 라베니스 레스토랑에서 예배가 열린다. 이른 아침에 끼니를 거르고 교회(?)를 찾은 이들은 테이블에 놓인 빵을 떼고, 커피를 마시며 예배의 시간을 즐긴다. 바람빛교회는 이름 그대로 따스한 바람과 빛으로 교우들을 맞이하는, 그래서 만남이 있고 소통이 있는 ‘다른’ 교회의 모습을 띠고 있다.
▲주말 대학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성도들. |
이남정 목사는 "도시교회로서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교회에 오려면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 식사를 하고 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초대교회를 봐도 저녁예배가 있을 때 성도들이 와서 그곳에서 완전한 식사를 한 것이 성만찬이 아니었는가. 바람빛교회는 형태는 자유롭지만, 본질을 붙들려고 노력하는 교회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성도들은 이 목사의 설교 시간 중에 허기를 채우고자 빵과 음료를 마시는데 어색함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예배 일상의 풍경이다.
대학로에 있는 바람빛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10km 내 교회를 인터넷창을 띄워 검색하자 무려 4,000여개가 넘는 교회들이 각기 다른 교회 간판을 내걸고, 제각각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간판은 저마다 달랐을지 몰라도 예배의 내용과 형식면에 있어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변교회를 탐방했다는 이 목사는 "이곳 교회들이 내는 주보가 거의 동일하다시피 했다"라며 "이들 교회들은 동일한 예배 식순에 그야말로 설교 한편 바꾸고, 찬송가 한편 바꾸는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현대인들과 소통하지 않고 스스로 벽을 쌓는 교회들이 주위에 많은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교회들의 특징이 그 상황이 아주 열악하다는 데 있다"며 "이런식으로 가다간 대형교회 몇몇만 살아남고 지역의 작은 교회들은 모두 몰락하는 암울한 교회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작은교회들의 이러한 몰락은 교회 간 수평이동에 큰 득을 봐왔던 대형교회의 몰락까지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미래교회를, 다음 세대를 위한 현대적 목회 시스템이 필요했다.
▲바람빛교회 담임 이남정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
바람빛교회는 예배 운영 방식에서의 ‘다름’을 꾀할 뿐 아니라, 성도들 간의 교제의 장에서도 ‘다름’을 꾀한다. 교회에서 기도회를 갖는다고 하면 성도들은 일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서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 받는다. 그런데 바람빛교회 성도들은 꼭 그런 종류의 기도회만 갖지 않는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합심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카카오톡의 그룹 채팅을 이용한 기도회다. 그룹 채팅에 참여한 성도들은 먼저 교회의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한 뒤 개개인의 기도제목을 나누며 함께 기도한다. 같은 장소로의 이동 시간을 줄였기에 그만큼 기도의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 길게는 두시간까지 함께 기도한단다. 아울러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서비스를 활용해 교회의 소식을 나누는가 하면, 성도들 간의 교제의 깊이를 촉진시키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담임 이남정 목사가 사례비를 받지 않는 것도 ‘다름’이다. 교인들의 헌금은 예배 장소인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비와 절기 때마다 교회 주변 불우 이웃들을 돕는 기금으로 전액 쓰인다. 때문에 이 목사는 주중에는 항시 바쁘다. 인근 레스토랑 매니저로 활동하거나 강의 혹은 책을 쓰면서 생활비를 충당해 나간다. 넉넉치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이 목사다.
이 목사가 꿈꾸고 있으며 현재 펼치고 있는 사역은 NeXXT다. 다음세대, 다다음세대를 위한 목회 운영 방식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교회의 사이즈에 제한을 두지 않고 크고, 작은 교회들과 협력과 연대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목사는 "작은 교회들이 서로 연대해 장점을 살피고, 단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현대적 목회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 목회학 석사, 골든 콘웰 신학교 신학 석사, 전 사랑의교회 대학부 및 대외 행정목사를 역임했고, 미국 새들백교회에서도 사역한 바 있다. 동료들이 부러워할 엘리트 코스를 빠짐 없이 밟은 그가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이곳 레스토랑으로 온 것은 ‘다름’의 가치를 일찍 깨우치고, 다음세대를 위한 목회를 준비해야겠다는 각오로 무장되었기에 가능했다.(사진제공= 바람빛교회)
오늘날 한국사회는 ‘같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구 시대적 패러다임인 ‘동일성’의 신화에 함몰되어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는다. 같지 않으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때문에 ‘나’와 다른 ‘너’를 분리하고 배제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파악한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회 다운 교회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형태로든 고정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교회관, 목회관 아래서 저마다 개성이 독특한 성도들은 숨쉴 틈을 찾지 못한다. 이렇듯 정형화된 기존 교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차원에서 본지는 앞으로 개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저마다의 ‘다름’의 가치를 교회 내에 어떻게든 새기려는 ‘다른’ 교회를 말하고자 한다. 성도 개개인의 ‘다름’이 숨쉴 수 있는 터전 찾기에 다름 아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