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칸트의 도덕 종교에 대한 기독교 신학자의 변증

양명수 교수, <신학사상> 가을호에 논문 기재

▲양명수 교수 ⓒ베리타스 DB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양명수 교수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칸트의 도덕 종교에 대해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변증을 했다. 양 교수는 무엇보다 인간의 인간됨을 향한 칸트식 도덕 추구에 "기독교 신학은 인간의 도덕성이 자기 의에 빠져서 문화를 우상화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인 <신학사상> 가을호에 기재한 논문 ‘칸트의 이성종교 이해’에서 양명수 교수는 자율적 이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에게 도덕적 선, 즉 최고선을 이루기 위해 요청되는 종교 그리고 신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것과 다르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칸트에 의하면, 종교는 도덕을 위한 조연이지 주연이 아니다. 신도 마찬가지.

인간의 의로운(혹은 도덕적) ‘행위’에 방점을 찍고 시작하는 칸트의 종교이해에 대해 양 교수는 "기독교에서 볼 때 참다운 윤리는 종교의 효과이다"라며 "믿음으로 의롭게 여김 받음의 교리는 행위로 의롭게 여김 받음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가 오히려 윤리에, 도덕에 선행한다는 반박이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칸트처럼 도덕을 통해 얻어지는 종교성을 가리켜 기독교는 자기 의에 빠지는 것이라고 비판할 것"이라며 "기독교에서 볼 때는 인간의 도덕적 노력을 포기했을 때만 참다운 도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죄를 안 지으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죄인임을 고백할 때, 오히려 개방적이고 죄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믿음과 도덕의 위치도 바꾸어 놓았다. 칸트는 믿음이 도덕을 위해 존재한다고 봤다. 이에 양 교수는 "기독교는 믿음이 도덕을 위해서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믿음은 그 자체로 칸트의 정언명령의 자리를 차지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기 때문에 믿는다. 그 문제는 구약성서의 욥기에서 그리고 신약성서의 하나님 나라 비유에서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어 "칸트와 달리 도덕법에 순종하지 않는 것이 죄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라고 기독교는 말한다"며 "그 하나님은 선하고 또한 전능해서 위로를 주고 돌볼 힘이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복 받기만 바라는 것은 아니고,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자가 되려고 하는 노력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칸트에게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 신앙의 제 자리도 찾아 주었다. 칸트는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서 역사적으로 출현한 기독교 교리에 대한 신앙이 어떻게 도덕 실천을 위한 수단이 되는지 조목조목 해석한다. 양 교수는 그러나 "신앙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될 때만 도덕은 최고의 원군을 얻을 것이라고 기독교는 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독교가 "하이데거나 불교와 달리 공동체의 문제를 중시한다"고 강조한 양 교수는 "칸트에 따르면, 한 개인은 세상이 이상적인 공동체 곧 목적의 나라로 바뀔 것을 내다보고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그렇게 위대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신앙이 있을 때, 사람은 확실하게 그 나라의 규범에 맞추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양 교수는 "(기독교는)신앙이 가져오는 도덕성의 문제를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말하자면 공공성의 문제 또는 공공선의 문제가 중요하다. 다만 칸트와 다른 방식으로 그런 도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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