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학 연구자 김흡영 강남대 교수(신학과)는 ‘한국적’인 것의 의미를 추구할 때 본질주의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리타스 |
“칼뱅에게 가서 우리 조상이 구원 받았느냐고 물어보면 칼뱅이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우리 족보에 있는 조상들의 구원에 대한 문제가 피부적인 것입니다. 거기에 대한 돌파구는 한국 신학자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 신학 연구자 김흡영 교수(강남대 신학과)는 서구가 아닌 지금 여기 한국적 상황에서의 신학 연구가 한국 신학자들의 과업임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서구 신학의 시선에서 볼 때 우리네 조상들의 문제는 연구 과제 목록에 들어갈리 만무하다. 이 문제는 한국 신학자가 풀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토종신학 연구의 가치를 설파한 그는 이내 한국 신학 연구가들에게 곧잘 달리는 의문부호에 대해 답변을 전개해 나갔다. 일각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음표를 달며, 동학·유교·도교 등 몇 백년 전 사상의 맥을 찾는 노력들은 오늘날 울고 웃는 ‘한국인’과는 정작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김 교수는 "일부 맞는 얘기지만, 어떻게 보면 부족한 얘기"라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먼저 한국신학이 서구신학의 요람 속에서 자라난 것을 재차 확인하며, "이제 걸을 줄 알면 출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출가하면 넘어지고 쓰리지고 별 일 다 생기겠지만, 내 신학을 깨고 독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출가한 신학함의 자리에서 무엇을 갖다가 신학적 연구 소재로 삼아야 하는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며 "자기가 갖고 있는 리소스가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서구 신학 것 밖에 없는 현실이 아닌가. 리소스가 그러니 서구 것 베낀 것 밖에 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흡영 강남대 교수(신학과)는 한국신학 연구를 위해 서구의 것 못지않게 동양의 것을 리소스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양사상 연구의 필연성을 주장한 것이다. ⓒ베리타스 |
“예컨대 바울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공자가 있고, 어거스틴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맹자가 있습니다. 또 루터와 칼뱅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주자와 퇴계가 있고, 칼바르트가 있으면 왕양명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양 사상은)서양보다 더 긴 사상적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 신학자들이 서양 신학을 연구한 것만큼 동양 사상을 토대로 우리의 사유 체계를 만들어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의 연구물을 쌓아 두개의 다리를 이루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한국 신학자들의 연구 방향성으로 서구 신학에 대칭성을 이루는 "(서구의 것과)소통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게 신학자의 일"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우리 것의 연구는 서구신학으로부터의 독립을 전제로 함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다시 말해 우리의 신학은 화분 속에, 즉 서구 신학, 로고스 신학의 화분 속에 화초를 갖다 놓은 것을 보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며 "화분을 깨고 화초를 기르는 노하우를 가지고 우리 땅에 화초를 심고 키워내는 것이 조직신학자들의 의무"라고 했다.
특히 이런 종류의 토착화신학이 조직신학으로 명명되기 보다 문화신학 혹은 종교신학으로 이름 붙여지는 데에 대해서는 "우리 신학의 자리가 아직도 서구에 있다고 보는, 종속적이고 일종의 사대주의와 식민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그러한 유아적인, 초보적인 것을 보여준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서구 신학은 우리 것 연구를 위한 발판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했다.
하지만 서구신학으로부터의 독립이 우리 신학의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 상황 속에서 독창적인 새로운 신학이 나와야 한다"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러한 신학적 축복을 한 것은 그러한 것을 하기 위한 하나의 하나님의 섭리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신학 연구에 있어 본질주의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순수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은 "불가하며, 가능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보다는 유,불,선이 한데 어우러진 ‘혼종적 정체성’을 갖고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의 역동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한국’자가 들어가는 신학에 대한 기피증을 털어버릴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인이 서양 기독교 앞에서 열등감을 갖는 반면, 한국 종교 앞에서는 (근거없는)우월감에 젖어 한국 종교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에 우려를 나타내며, "서양 기독교 앞에서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한국 종교 앞에서는 겸손해 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것 다 빼놓고 우선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더 나은 한국인이 되는 것이고, 한국인이면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그 중에서도 더 나은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