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 신학 출발은 서구신학으로부터의 탈(脫)에서”

한국 신학 연구를 살리자③- ‘도의신학’ 김흡영 교수(上)

▲27일 서울 장충동의 한 커피숍에서 ‘도의 신학’ 김흡영 강남대 신학과 교수(한국조직신학회 회장)를 만나 한국 신학 연구의 갈 길을 물었다. ⓒ베리타스 

한국 신학자들이 한국 신학을 기피하고 있다. 서양 대가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가들의 신학을 주해하거나 덧붙이는 정도에서 자신의 신학 담론을 전개하고는 거기에 안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얼마 전 한국 조직신학자 전국대회서 ‘도(道)의 신학’을 발표한 김흡영 교수(강남대 신학과, 한국조직신학회 회장)는 한국 신학의 출발점으로 ‘서구 신학으로부터의 독립’을 제안했다. 한국적 상황에서의 신학 연구라는 방향성 아래 서구 종속적인 사고로부터의 탈(脫)을 요청한 것이라 하겠다. 27일 오후 서울 장충동 엠버서더호텔 1층 커피숍에서 만난 김흡영 교수는 서구 신학에 함몰된 한국 신학자들의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동식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 신학의 광맥』에서 한국 신학의 뿌리로 자유주의 풍토를 조성한 감리교의 정경옥과 보수주의 풍토를 조성한 총신의 박형룡, 에큐메니칼한 진보적 정치 신학 풍토를 조성한 기장의 김재준 박사를 든 바 있다. 모두 한국의 1세대 신학자들이고, 미국에서 서구 신학을 배웠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반론을 폈다. 먼저 칼바르트의 신정통주의를 한국에 제대로 소개한 사람이 장신의 이종성 박사인데 이 박사 역시 유 박사가 말하는 한국 신학의 광맥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사실 (유동식 박사가 말한)한국 신학의 광맥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서구 신학이며 서구 신학 중에서도 미국 신학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결국 한국 신학이 그동안 온 것은 그것의 한 아류였다는 얘기다. 한국 신학이 미국 신학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황무지와 같은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오랜 전통의 서구 신학을 이해하고, 우리 상황에 걸맞게 나름대로 번역하고, 적용시키려 노력했던 1세대 신학자들을 결코 과소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 "엄청난 실적을 세웠다"는 찬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서구 신학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한 김흡영 교수는 그러나 서구 신학 연구 가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베리타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분명히 한 것은 우리 신학의 출발이 "서구의 것을 직수입해서 번역, 번안하는 서구 신학에 종속된 아류신학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서구 신학에 반하는 신학으로서 반신학을 전개하는 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바로 감신의 토착화신학 변선환, 한신의 민중신학 안병무였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들 역시 서구 신학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변선환은 서구를 비판하는데 폴 니터와 같은 서구 신학자를 이용했다. 반신학을 내세우며 우리 것을 주장하는 속에 서구 신학의 방법론 혹은 리소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김 교수는 "(변선환이)자기의 고유한 틀 속에서 서구를 비판한 것이 아니고, 서구를 비판하는데 안티테제 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신이 이러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도 보탰다.

김 교수는 이렇듯 미국,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들이 전개하는 신학적 담론이 항시 서구 신학의 담론 내에 머물렀던 것을 새삼 확인하며, 실제적으로 서양의 것을 배우지 않았으면서 우리 고유의 것을 신학적으로 설명해 낸 다석 유영모야말로 토종신학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번역도 신학이다. 유구한 전통을 지닌 서구 신학을 번역, 번안해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적용시키려는 노력의 효용성이란 선뜻 부정하기 어렵다. 김 교수 역시 서구 신학 연구 가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서양 신학 연구가 "케이스 스터디로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에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신학자들에게 서양 신학 연구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조직신학은 주어진 우리의 환경 속에 복음과 기독교 전통을 해석하고 대면하는 작업이에요. 결국 우리의 조직신학은 우리의 상황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몰트만이, 파울 틸리히가 고백한 것은 그들이 경험하고 고백한 얘기지, 우리의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것은 남의 얘기입니다. 내 얘기가 아니란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조직신학은 시작도 안했다고 봐요.” 이제껏 한국에서 벌여온 조직신학은 우리(한국인)의 상황이 다소 간과된 성서·역사 신학에 가깝다는 주장이었다.(계속) 

김흡영 교수는

강남대학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문대학장, 신학대학장, 신학대학원장과 교목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본부를 둔 ‘세계과학종교학술원’의 창립 정회원이며 ‘아시아신학자협의회’의 제6차와 제7차 총회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또한 한국과학생명포럼의 설립대표이며 한국종교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조직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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