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부활절 예배…가슴치며 통곡한 세리의 기도로 시작

죄의 고백서 “형제와 이웃에 무관심했던 죄” 고백

▲장종현 목사가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는 자기의 의를 놓고 주판알을 튀기는 바리새인들의 기도와는 달리 ‘가슴을 치며 통곡한 세리의 기도’로 예배의 문을 열어 주목을 모았다. 
 
대회사를 전한 장종현 목사(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상임대회장는 대회사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회개하던 세리를 불쌍히 여겨 품어주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긍휼을 베풀어 달라"며 "이제 부활의 새 옷을 입고 회개함으로 거듭나고자 하오니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우리 모두 하나되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장 목사는 이어 "오늘의 절망적인 애가를 소망과 회복의 찬가로 만들어 주시길 기도한다"며 "이제 부활의 생명을 함께 나누고, 우리의 소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면서 부활의 복음을 들고 나아가자. 할렐루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했다.
 
이어 김동엽 예장통합 총회장의 인도로 시작된 예배에서는 무엇보다 나세웅 예성 총회장과 이정균 한장총 증경회장의 ‘죄의 고백’ 시간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부활절 예배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은 채 기도문을 낭독하며 옺을 찟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우리들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죄의 고백 시간에 순서를 맡은 나세웅 예성 총회장 등이 옷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이들은 기도문을 통해 "우리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주님께 많은 은혜를 받았으나 이웃과 나누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삶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에서 멀어졌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우리의 고백과 탄식의 기도로 들어주옵소서"라고 했으며, 또 "우리의 허물을 깨닫고 주님 앞에 탄식합니다. 형제와 이웃에 무관심했던 죄, 정의와 공의를 위한 수고에 인색했던 죄, 생명을 위한 헌신에 소홀했던 죄를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한국교회에게 그리고 이 당에 자비와 긍휼을 베푸시어 새롭게 하옵소서"라고 했다. 
 
한편, 말씀 선포 순서에서 설교자로 선정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공동설교문을 통해 부활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김 목사는 "기독교 역사상 놀라운 사건이 세 가지 있다면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라며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이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 그 탄생과 죽음을 완성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바로 부활"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죽음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며 "갈보리 십자가를 아무리 가르쳐도, 인간의 모든 비극이 갈보리 십자가에서 사라지더라도 부활이 없었다면 십자가는 하나의 상징이여 무의미한 표시에 불과했을 텐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 권세를 이기고 다시 사셨다"고 강조했다.
 
▲201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주요 교계 지도자들. 앞줄 왼쪽부터 NCCK 회장 박종덕 사령관, 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사진=김진한 기자

그러면서 김 목사는 "죽음의 권세는 만유를 무덤 속으로 던져 버리지만, 예수님은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줄 믿는다"며 "그러므로 주님을 믿고 따르는 저와 여러분에게 동일한 부활과 영생을 약속하셨고, 진도 앞바다에 있는 저 분들에게도 산 소망을 주실 것을 우리가 믿고 기도하자"고 했다.
 
설교가 끝나자 세례 언약의 갱신(강진문 예장한영 전 총회장)과 신앙인의 기도가 진행됐다.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 차경애 장로(한국YWCA연합회장)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이승열 목사(예장개혁 전 총회장)는 ‘나라를 위한 기도’를 했으며, 조헌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는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함께 준비했다는 ‘2014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을 낭독했다.
 
특히 조헌정 목사는 남북공동기도문에서 "한반도의 현실은 주변 강국에 의해 휘둘리고 민족 간의 불신과 반목이 그치지 않고 있다"며 "이 땅 곳곳에서 분단의 상처와 이산가족의 아픔으로 인한 울부짖음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 울부짖음이 성령의 탄식인 것을 알게 하시고, 우리가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와 상생을 이루어가는 도구가 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아울러 조 목사는 "간절히 바라옵기는 서로에게 갈등과 대립을 가중시키는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전쟁연습이 사라지게 하시고, 민족의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평화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 주시옵소서"라고 했으며, "되살아나는 일본의 군국주의의 망령 앞에 남북이 하나되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 주옵소서"라고 덧붙였다. 
 
▲201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성도들. ⓒ사진=김진한 기자

이어진 세 번째 ‘성찬’ 예전에서는 이용호 목사(예장고신 전 총회장)의 집례로 진행됐으며, 예배에서 모아진 헌금은 ‘장애인의 날(20일)’인 점을 감안해 장애우 돕기를 비롯,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생계 지원과 북한 어린이 돕기, 동자동 쪽방촌 협동조합 등 네 곳에 쓰기로 했다.
 
마지막 ‘세상으로 나아감’에서는 성도의 교제, 2014년 부활절 선언문 낭독, 파송의 찬송, 위탁과 파송, 축도 등이 이어졌다. 정서영 목사(예장합동개혁 총회장)는 ‘2014년 부활절 선언문’에서 "2014년 부활절을 맞아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개혁하고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며 "한국교회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교회의 힘은 크고 높은 교회당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으로부터 나오며, 지금은 성장 일변도로 거침없이 달려온 한국교회가 경건과 절제를 통한 숨 고르기를 할 때로, 교회개혁은 시급한 당면과제"라고 강조했다.
 
▲2014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이 예배 순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덧붙여, 이 선언문에는 남북 반목의 현실 속에서 "전쟁이나 대결은 하나님의 창조에 반하는 행위이고, 한반도의 불화는 전쟁세대의 참혹한 경험에 견줄 만큼 힘겹게 삶의 분투를 이어가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설 것이므로,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여하여 하나님과 세상의 화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졌듯 교회를 통하여 남과 북의 평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예배에는 주요 교계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정계, 재계 인사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 의원 내외와 박원순 서울시장 내외는 예배 인도에 따라 나란히 서서 세월호 실종자들의 생환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 주목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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