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왼쪽 첫 번째)와 박근혜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나란히 앉아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한국교회 내 내로라 할만한 대형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 6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를 가졌다.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는 작년 에큐메니칼 운동의 본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치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前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김삼환 목사(명성교회)가 맡았다. 한국교회 보수파 지도자들 틈바구니에서 에큐메니칼 운동 리더 역할을 소화했던 그가 전하는 메시지였기에 자연히 그의 입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설교에서 김 목사는 시종일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찬양하기에는 급급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유신 독재를 통해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박 전 대통령의 공(功)은 긍정하는 반면, 과(過)는 부정한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독재 시절 신앙 양심의 자유에 터해 목숨을 걸고 체제에 맞선 한국교회 진보파 기독교 지도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채 한국교회 보수파가 주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만 방점을 찍으며, 그들의 기호에 꼭 알맞은 설교를 했다. 김 목사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설교인지, 아니면 본인의 신념이 묻어난 설교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한국교회 보수파의 박정희 대통령 찬가를 그의 설교를 통해 동어반복적으로 재구성했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하나님께서는 대한민국에 특별히 이승만 대통령을 세워 민주주의 기초를 놓고, 박정희 대통령을 세워 위대한 국가로 발전케 하셨다. 박정희 대통령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자자손손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고,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지도자였다"고 평했다.
김 목사는 이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성인 1인당 국내 생산액이 79달러로 참 가난한 나라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제3세계 모든 나라가 주저하던 중공업을 육성해 경제 발전을 이뤘다"면서 "대한민국은 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고 오늘날 세계 11대 무역국가로서 경제 기적을 이뤄냈다"고 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과학을 발전시켰는데, 대한민국은 법학, 의학 뿐만 아니라 물리학, 전자공학, 우주공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오직 대한민국이 가정이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이 정신·경제·미래과학의 3요소를 잘 완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렇듯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드높이기만 했지 그에 대한 성숙한 비판은 뒤로한 그였지만 오늘날 교회가 자기만족에 취할 것이 아니라 반성할 때임을 상기시킨 점에 있어서 만큼은 사뭇 진지한 목소리를 내 시선을 끌었다. 김 목사는 "교회가 교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봉사와 섬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길 잃고 방황하는 생명을 위해 손을 모아야 한다"면서 "탈북자·청소년·정신질환자· 소년소녀 극빈자 등 우리가 섬기고 보살펴야 할 사람도 많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세속주의와 이기주의와 바리새주의에서 출애굽하자"고 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답례의 의미가 담긴 축사에서 "우리 사회를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성장의 과실이 온 국민에게 나눠지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께서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밀알 되어 주시고, 개혁을 이끌어가는 정부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 동안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이 땅에 소망의 빛을 비춰왔다. 지역·계층·세대를 넘어 어두운 곳에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인류의 평화·행복을 위해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지구촌 곳곳에서 숭고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뢰와 평화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힘을 모아 주시길 바란다. 한국교회가 온 세상에 빛을 발하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는 국내외 기독교계·정계 등 각계 지도자 등 총 3500여명이 참석했으며, 특별히 장애인, 농어촌 및 낙도 지역 목회자, 다문화 세대,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유학생, 탈북자 등도 초청됐다.
이날 기도회는 황우여 장로(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의 개회사, 김진표 장로(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의 개회기도가 있었으며, 차경에 YWCA 회장과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각각 신약성경과 구약성경을 봉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