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박영돈 교수, “하나님의 뜻으로 뒤틀린 역사의식”

문창극 총리 후보의 ‘하나님의 뜻’을 운운한 역사관에 박영돈 교수가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올린 ‘하나님의 뜻으로 뒤틀린 역사의식’이란 제목의 글에서 남북분단과 일본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문 후보의 문제의 발언에 "그런 식으로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이 그동안 한국교회에 너무나 만연했기에 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하나님의 뜻’을 운운한 그릇된 역사관에 박 교수는 "세상역사가 담지하는 복잡다단한 차원의 의미에 대해 심층적인 고찰은 모두 생략하고 하나님의 뜻을 둘러대며 역사를 단순 무지하게 해석해버리는 경솔함이 한국교회가 자주 범하는 과오, 즉 신앙의 이름으로 신앙의 본질을 배반하는 어리석음이다"라고 질타했다. 
박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교회 대다수 보수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문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없을 뿐더러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수교회 연합기구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은 "신앙인으로써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하여 강의한 내용이므로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했으며, 한국교회 보수 복음주의 대표적 목회자이자 신학자 중 한 사람인 이종윤 목사(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짐을 강조한, (문 후보의 발언은)지극히 성경적 표현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문 후보의 이번 발언이 "다시 한 번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며 그에 대한 신학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사건"이라며 "이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신봉해온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이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말했다. 결국 문 후보의 발언이 신정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발생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악까지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단순귀결에 이르는 것만큼 주권사상을 왜곡하는 것은 없다"라며 "악과 불의는 결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될 수 없다. 불의는 하나님의 공의와 선하심을 거스르는 반역"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하나님의 주권사상의 핵심이 "하나님은 당신의 선하신 뜻을 끊임없이 거약하고 방해하며 좌절시키려는 악과 불의의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반역의 세력을 주권적인 섭리로 제압하고 승화하여 궁극적으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신다는 것"이라고 확인하며, "그러나 어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과 불의를 발생케 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권사상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며 그 교리를 현저히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문 후보가 남북분단과 6.25 전쟁 참사가 "우리 민족을 연단하여 결국 축복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위험이 다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 표현은 (의도치 않지만)하나님을 악과 불의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덧붙여, 문 후보가 일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일제치하에 순응한 친일파들은 하나님의 뜻에 순복한 사람들인 반면에 일제식민 통치에 반기를 들고 항쟁한 독립투사들은 모두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반역자들이 되는 셈"이라며 "(문 후보의)발언이 그런 논리적인 귀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문 후보의 이러한 발언을 하기까지 그의 잘못된 성경해석 자체를 놓고 비판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우리 민족을 대비하며,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세우려 하신다"고 주장하는 문 후보의 성경해석에 박 교수는 "기독교가 번영할 때마다 특정 국가를 새 예루살렘으로 등극시키려는 과도한 신앙의 열정과 교권에 대한 야욕으로 뒤틀린 역사의식을 빚어냈다"면서 "하나님의 언약백성을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방인들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특정 국가에 그대로 적용해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은 성경해석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거기서부터 역사의식이 뒤틀린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문 후보의 말처럼 지금 구약의 이스라엘 국가와 유일하게 대비되는 대상은 어느 특정 민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라며 "교회가 새 이스라엘이며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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