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세상 깨우기 위해 목숨 바칠 것”

환경지킴이 최병성 목사 인터뷰(下)

최병성 목사는 환경지킴이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오로지 환경 운동만을 위해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하나님의 인생계획이 그를 환경지킴이로 이끌었다. 
▲환경지킴이 최병성 목사는 목회자의 길을 택한 이유가 "교회를 깨우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환경지킴이는 원래 제 인생 계획에서 없었습니다. 먼저 목회자의 길을 택한 이유부터 말씀드려야겠어요. 제가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동기는 교회를 깨우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전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성당을 다녔습니다. 이 시간은 제겐 축복이었습니다. 성당을 다닌 이력이 축복이 아니었어요. 이 생활을 통해 가톨릭 관련 서적, 특히 수도자들이 남긴 영성의 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라는 울타리에 갇힌 사람이 되지 않는 시야를 얻게 됐죠. 그래서 전 개신교 안에서도 수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에 신학교는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는 영성이 없습니다. 사변적인 신학, 즉 머리에만 머무는 공허한 신학만 존재한다는 말이죠. 전 가슴 속에서 만나는 영성을 만들기 위해 제가 먼저 하나님을 깊이 알고 만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강원도 영월에 내려갔어요. 바로 이때 영월 서강에 쓰레기 매립장을 짓는 문제로 군수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어 환경보존 운동에 적극 나섰습니다. 세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환경운동을 시작하며 세상 속으로 나오게 된 것이죠. 
하나님은 제게 강을 보고 배우게 하셨습니다. 환경지킴이는 제 인생 계획에는 없었어요. 그러나 하나님이 저를 위해 준비한 계획표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아마 제가 환경운동을 하지 못했다면 참 생명을 찾지 못했음이 분명합니다.” 
아무래도 4대강 사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4대강 사업구간, 특히 낙동강에선 녹조, 큰빗이끼벌레 등 부작용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일반 언론에서도 속속 이런 부작용들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그는 진작부터 이런 부작용들을 간파했고, 글과 사진, 강연을 통해 이를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을 기만이라고 단언했다. 
“4대강 사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첫째 홍수예방, 둘째 수질개선, 셋째 가뭄극복, 넷째 일자리 창출, 다섯째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어느 것 하나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기업을 빚더미에 올려놓았고, 지금은 그 빚을 국민이 떠않게 된 형국이 됐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사기극이 벌어졌음에도 국민들 다수는 이를 모른다는 점입니다.”
4대강 보는 한 점에 불과 
▲최 목사와의 인터뷰 중 4대강 사업 얘기를 빠뜨릴 수 없었다. 그는 4대강 주변에 태풍 등이 불어닥칠 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그러나 그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세상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 않아서였을까? 답은 그 반대다. 그는 그러면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무슨 일을 했나 곰곰이 따져보니, 사람들의 생각을 바뀌게 했습니다. 사실 이 사업은 전 정권이 명운을 걸고 벌인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언론이 장악돼 있었고, 시민단체의 운동 방향도 오류가 있었습니다. 전 이런 와중에 이 사업이 왜 잘못인지 깨우치는 일을 했습니다. 전 이 사업과 관련해 300회 가까이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50만~60만 가까운 독자가 제 기사를 구독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이 잘못인 줄 알아가고 있습니다. 
4대강 곳곳에 설치된 보는 시간문제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강은 수 십 년 흐르고 멈춰버릴 존재가 아닙니다. 강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흐를 수밖엔 없지요. 따라서 자연의 긴 호흡으로 볼 때 보는 작은 점에 불과합니다. 또 보는 허물어질 운명입니다. 구태여 현 정부가 열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열게 해줄 테니까요. 
다행히 4대강 사업 이후 혹우나 태풍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큰 태풍이 낙동강을 휩쓸고 갈 때, 인간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앙을 겪게 되리라고 봅니다. 한강의 경우, 만약 큰 비가 오면 댐 수문은 순차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그러나 낙동강은 상주보에서 낙단보까지 거리가 17km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수문을 순차적으로 열 수 없어요. 게다가 운하를 만들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기에 잘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 비가 오면 이른바 ‘물폭탄’이 형성돼 큰 재앙이 올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데 앞장섰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한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이 사업을 ‘문명의 소통’이라고까지 추켜세웠다. 또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지금 언급한 오 목사를 비롯,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등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잇달아 부적절한 발언을 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버림의 영성의 부재’라는 처방을 내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소통’으로 요약됩니다. 에베소서 2장 14절엔 ‘주는 평화’시며 ‘막힌 담을 허셨다’고 적혀 있습니다. 예수는 막힌 담을 허물기 위해 거리에서 사셨습니다. 그러나 목사란 사람들은 교회라는 공간에 갇혀 세상과 담을 쌓았습니다. 
소통하는 삶을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모델은 모세입니다. 히브리서 11장 23절 이하엔 모세의 삶이 요약돼 있습니다. 모세는 이집트 왕의 보화를 누리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고난 받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즉 화려함을 버리고 백성과 소통하려 했다는 말입니다. 
모세의 삶은 현재 목사들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줍니다. 목사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보이는 영화를 쫓고 권력에 아부합니다. 목사들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합니다. 예배하기 전에 먼저 성공이나 인기, 누림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하는데 이걸 버리지 못해요. 그러니 교회가 썩을 수밖에요. 한 마디로 한국 교회엔 버림의 영성이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 한국 교회를 깨우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YMCA 목요 성서 강좌와 병행해 책도 집필할 예정이다. 그는 이 모든 활동들이 앞으로 한국 교회를 일깨울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깨어남이 필요한 시대란 말이죠. 전 앞으로 세상 속에서 한국 교회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진단하고, 한국 교회의 잘못을 외칠 것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강좌를 통해 외치려 합니다. 또 이 사회를 치유하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앞서 복음을 다룬 책을 썼는데, 이번엔 버림의 영성, 따름의 영성, 버림과 소통의 영성을 책으로 묶으려 합니다. 또 예수의 시각으로 한국 교회의 현실을 조명하는 책도 계획 중입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것처럼 잡고 달려가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니까요. 제 목소리를 내기보다 하나님을 외치려 합니다. 바로 이게 제 일이죠. 교회를 깨우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는 일 말입니다. 
사실 세상을 깨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예수께서도 옳음과 바름을 전하다가 죽임을 당했고,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잘못 몇 가지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부딪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이전에 환경을 지킨다고 목숨을 걸었듯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위해 목숨을 걸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전 목숨 걸고 외치려 합니다. 
한국 사회가 깨어나기 위해선 교회가 깨어 일어나야 합니다. 전 다른 목사들처럼 박사학위도 없고, 큰 교회를 시무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가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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