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제99회 정기총회가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회무처리가 진행되어 총대들이 주요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 제99회 총회가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총회는 25일(목) 논란이 일었던 ‘레마성서연구회’의 이단성에 대해 1년간의 추가 연구를 진행한 뒤 내년도 총회에서 보고 받기로 결정했다.
기장은 강원구 목사(서울/효동교회)를 위원장으로 한 <레마성서연구원 이단성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설치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위는 이번 총회 보고서를 통해 “(조사위의) 연구 대상은 ‘레마 선교회’, ‘레마성서연구원’, ‘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 그리고 위 집단의 주도적인 인물인 이명범 등으로 하다”고 전제하면서 레마선교회의 이단·사이비성에 관한 내용을 총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레마선교회는 설립자 이명범을 교주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존 교회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여전히 이명범의, 그리고 이명범에 의한 사적 종교집단으로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레마선교회는 집단적으로 지나친 신비주의와 선교 지상주의에 경도돼 있다. 세계선교라는 미명 아래 구성원의 선교적 열성과 헌신성은 결국 이명범의 주의주장을 실현하는 도구적 수단으로 작동하게 될 뿐이다.
(3) 이명범 집단은 신학을 자기 정당화의 도구로 삼는 사이비적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레마성서연구원은 자신의 신앙 노선을 ‘보수 개혁신앙’이라고 표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혁신앙의 원리에 기초한 신앙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4) 레마선교회는 건전한 신앙 성숙에 장애를 초래하는 신앙집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의 신앙은 일면적인 구원관에 기초하며 ‘예수의 피, 예수 이름’ 등의 표현을 강조하고 반복하는 행위 등 신앙의 감성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두드러진다.
(5) 레마선교회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파괴하는 독소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교회현장에서는 그것과 상반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주의주장에 영향을 받은 배타적인 집단이 형성됨으로써, 많은 교회 공동체가 내적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됐다.
(6) 최근 레마선교회의 주도 세력은 탈법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지향하는 개혁세력을 강제로 축출했다. 이명범은 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복귀했고, ‘설립자 지위에 관한 세칙’을 제정하는 등, 설립자를 중심으로 한 집단 운영규정을 강화했다.
▲총회의 주요 안건 토의 시간에 한 총대가 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조사위는 이 같은 보고를 통해 “레마선교회는 기성 교단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사적 종교집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교회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적 집단성을 더욱 강화하는데 진력함으로써 공교회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레마선교회의 형태에 대하여 공교회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레마성서연구원(이하 연구원)측은 강력히 반발해 왔다. 연구원측은 조사위가 기장 총회에 보고서를 올리자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측은 지난 12일(금) 오후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보고서는 레마선교회에 대한 일방적 공격일 뿐 이단성 조사 보고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또 레마선교회가 이명범의 사적 종교집단이라는 내용에 대해 “이명범 목사는 설립자요, 지도자일 뿐이다”라면서 “대관절 누가 교주화 하고 있다는 것인가?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총회가 조사위 보고서 채택을 미룬 건 일각에서 신중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결과였다. 몇몇 총대 대의원들은 “조사위의 보고서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결론을 도출하는 건 위험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 “타교단이나 종교 단체에 대한 이단 규정은 또 다른 분쟁과 다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총회가 보고서 채택을 다음 총회로 미룸에 따라 레마선교회와 기장 교단 간 이단 시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