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 넷째 날 회무가 폐회예배와 선언서 채택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황용대 총회장이 폐회예배에서 축도햐고 있다. ⓒ사진제공=기장 |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의 넷째 날 회무가 폐회예배와 선언서 채택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오전 9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아침기도회”로 시작한 넷째 날 일정은 기도회가 끝난 후 심의부서 보고 등의 회무를 진행했다. 그 후 오후 12시 40분 폐회예배와 신임총회장 황용대 목사의 폐회선언으로 제99회 총회 회무를 끝맺었다.
이 날 채택된 선언문에는 세월호 참사, 과제로만 남은 화해와 통일, 원전확대정책과 송전탑 관련 문제, 농수산물 개방, 국정원의 선거개입,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언론 등에 대한 비판과 이러한 사회현실에 대해 복음정신으로 대처하지 못한 교회에 대한 자성이 표명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사회현실에 대해 “정부는 진정한 자세로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엄중히 권면했으며,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세상 앞에서의 참회와 새로운 결단[으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한국 교회를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도록 갱신하며 나아가 한국 사회에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언할 수 있는 은총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기장은 금번 총회에서 총회 본부 이전을 결의했다. 총회 본부는 기존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서올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기독교연합회관으로 이전한다. 본부 접근의 용이성과 아카데미하우스 적자 해소 방안과 맞물려 결의된 사항이다.
한편, 기장은 금번 총회에서 총회 본부 이전을 결의했다. 총회 본부는 기존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서올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기독교연합회관으로 이전한다. 본부 접근의 용이성과 아카데미하우스 적자 해소 방안과 맞물려 결의된 사항이다.
아래는 제99회 총회 선언서의 축약본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 선언서(축약본)
하나님과 세상 앞에 참회하는 교회
-참회하며 새 역사를 준비합시다!-
(욥기 42장 6절, 사도행전 20장 28절, 마태복음 6장 24절)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제100회 총회를 내다보면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시에 우리는 죽음을 향하여 치닫는 사회에 대하여 예언자적 경종을 울리고 구원의 길을 제시해야 할 한국 교회가 오히려 사회의 타락에 편승하고 부추겼음을 고백하며, 하나님과 세상 앞에서 마음 깊이 참회합니다. 또한 참회해야 할 한국 교회 속에는 분명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자리하고 있음을 부끄럽게 고백하면서 먼저 우리 자신의 죄악에 대해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합니다(욥 42:6).
성공과 이익을 숭배하는 한국 사회의 병폐는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총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종교계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념과 진영 논리 속에 빠져 유가족의 슬픔에 대하여 진정성을 가지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하는 데다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가족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나 진영의 논리 속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민생’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은 한국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온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가족을 잃고 마음 아파하는 유가족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해 나아갈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에 유가족과 연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해방 70주년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화해와 통일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일본의 재무장으로 한반도는 또다시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평화통일을 향한 기도와 열망은 현저히 식어가고 있으며, 도리어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남북의 통일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서도 넘어진 촛대를 세우고 통일의 열망의 불꽃을 더욱 붙여야 할 때라 믿습니다.
한편, 후쿠시마 사고의 끔찍한 현실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명 연장과 원전 확대정책을 고집하는 현실에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원전은 현대판 ‘죽음의 열매’로서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정면으로 반역하는 것이기에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의 수송 문제 때문에 밀양과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강제로 쫓겨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더욱이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성취한 민주주의가 국가정보원과 군의 선거개입으로 뿌리 채 흔들리고, 대책 없는 농산물 개방으로 농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식량주권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으며,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하여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은 본연의 사명을 방기한 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함으로써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대의 참사와 위험은 본질적으로 하나님 없이 물질을 숭배하는 세상의 필연적 귀착점이며 현대 문명이 향하고 있는 참혹한 미래임을 예견하면서, 우리는 냉철하게 시대와 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증언하고자 합니다. 특히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무책임, 무능, 오만에 대해서 우리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정부는 진정한 자세로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엄중히 권면합니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놀라운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하나님이 주신 본질적 사명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세속의 물질적 가치를 교회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물신주의를 부추긴 측면마저 있습니다. 교회가 앞장서서 성공과 풍요를 숭배했으며 이를 위해 세속적 권력과 결탁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또한 다양화된 사회 속에 살면서도 여전히 배타적 교조주의를 고집하고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거부함으로써 교회는 사회와 유리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물질주의와 성공지상주의를 복음으로 극복해야 할 한국 교회는 거꾸로 급속하게 세속적 욕망의 포로가 됨으로써 십자가와 부활의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음성을 증언하는 예언자일수록 자신을 하나님 나라 앞에 세우고 더욱 엄격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신앙의 원칙을 소홀히 하고 세속적 이념과 방법론에 경도되었던 것을 아울러 고백합니다.
교회는 죄인들의 모임이지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교회를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교회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동참하며 하나님 나라를 선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면서 말씀과 기도와 실천을 통해 위기에 빠진 오늘의 교회를 진정 예수그리스도께서 주권을 가지신 교회가 되게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세상 앞에서의 참회와 새로운 결단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한국 교회를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도록 갱신하며 나아가 한국 사회에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언할 수 있는 은총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4년 9월 2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 총대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