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승룡 목사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할 차례다. <민들레영토>(이하 민토)를 다시 한 번 화제로 꺼냈다. 최근 몇 년 사이 민토의 위세가 축소된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 목사 스스로 민토가 경영난을 겪어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지 목사는 이런 어려움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민토의 영역이 축소된 건 맞아요. 조직의 분열, 와해도 있었죠.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임대료 상승이었습니다. 카페사업이 수익을 내니까 대기업들이 잇달아 치고 들어왔어요. 그러다보니 임대료가 높아진 것이죠. 대학로점의 경우 임대료로 그동안 약 3,000만 원 가량을 지불했는데, 건물주가 2배 인상하겠다고 했었죠.
▲민들레영토 종로5가점 전경. ⓒ사진=지유석 기자 |
“민토는 한창 확장하던 시기엔 대기업과도 경쟁했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자본력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상이라도 유지하려했지만 적자폭이 늘어나 도저히 버틸 수 없었어요. 그래서 빨리 철수하고 새 판을 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민토는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 입점했다. 이런 움직임은 새 판 짜기라는 전략적 목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지 목사의 말이다.
“이제껏 민토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위한 공간이었고, 그 의미는 남달랐지요. 기독교회관의 민토는 기존 지점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이곳 기독교회관은 의미 있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가난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이분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논의하고 고민해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는 공간인 것이죠. 종전 민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서비스 제공에만 그쳤습니다. 그러니 어떤 중요한 일을 도모할 때 힘이 되지 않는 거에요. 연결이 되지 않아서죠. 반면 이곳 종로 5가점은 구슬을 꿰는 공간으로서 기능했으면 합니다. 제가 그 일을 해낸다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기독교 목회자나 고위 직분자가 기업 경영에 성공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이들의 성공담이 알려지면 많은 목회자들이 ‘기독인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공공연히 해당 기업 제품의 소비를 장려한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각종 비리로 얼룩진 경우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다. 지 목사에게 기독교 기업이란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졌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많은 가게들에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욥기 8장7절 말씀이 걸려 있습니다. 전 이런 모습을 기독교 기업의 유치한 단계라고 봅니다. 또 경영자가 집사니까, 혹은 장로니까 기독교 기업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섣부르다고 봅니다. 다 껍데기일 뿐이죠. 또 하나, 기독교적인 상품을 판다고 기독교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기독교 성물을 팔거나 기독교 언론이라고 기독교 기업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독교 기업은 기독교 정신, 즉 5리를 가려는 자와 10리를 동행하는, 그리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풀어주는 정신을 상품을 통해서 실천하는 곳이 기독교 기업이라고 보고 있어요.
“저는 그 동안 기독교 정신에 따라 사업을 해왔어요. 차를 마시러 온 고객들을 위해 가능하면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요. 또 상담도 할 수 있게 했지요. 다음으로 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연인으로 생각했어요. 한 가지 더 언급하면, 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영혼으로 생각했습니다.
“일반 상점이나 백화점은 고객들이 소비를 하게끔 유도합니다. 레스토랑에 가면 와인까지 주문하게 만들죠. 소비에 따라 서비스도 차별을 두고요. 고객들은 인식을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고객을 차별하지 않았어요. 또 고객이 많이 소비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고객이 민토가 생존할 만큼만 소비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 경영해 왔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델이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어요. ‘민토는 대학교 다닐 때만 가는 곳’이라는 식이죠. 전 이런 편견이 자본주의자들의 양반타령 쯤으로 보고 개의치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영성 찾아선 안 돼
▲민들레영토 지승룡 목사는 "더 이상 교회 안에서 영성을 찾아선 안 된다"고 감히 주장한다. ⓒ사진=지유석 기자 |
지금 기독교는 위기 상황이다. 무엇보다 신도들이, 특히 젊은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의 숫자는 100만에 이른다. 지 목사는 목회자로서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해 ‘더 이상 교회 안에서 영성을 찾아선 안 된다’고 주문한다.
“2018년에 이르면 개신교 인구는 백분율로 따졌을 때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에 비해 가톨릭과 불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더욱 심각한 건 개신교에 대한 반감지수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교회 출석하면 결혼이 가능하고, 사업이 잘 되어도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청년층이 떠나는 것도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청년층은 변화를 고민하는 계층인데, 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건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를 의미하지요.
“저는 기성교회는 500년 전, 600년 전 농경문화에 맞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즉 지금의 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죠. 동시에 대단히 낙후됐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개신교의 기본 바탕은 ‘만인사제설’일 것입니다. 가톨릭 역시 두 차례의 공의회를 통해 만인사제설을 받아 들였습니다. 물론 이런 입장이 후퇴하긴 했지만요. 요약하면, 만인사제설에 따라 모두 함께 같이 가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더 이상 성직자 개념은 없습니다. 십자가 같은 상징물이 아니라 고백과 헌신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교회에 대해 실험적으로, 시험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신학교가 많이 탄생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신학교를 대안신학교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현재 지 목사는 종로5가와 ‘건강한 작은교회’를 지향하는 <교회2.0목회자운동>이 광화문 광장에 운영하는 천막카페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또 ‘광화문 연가’라는 채팅방을 운영하며 소통에도 열심이다. 혹시 이런 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까? 지 목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함께 하겠다’는 한 마디 말로 요약했다.
“광화문 광장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불이익이 아주 없지는 않아요. 사업가들 세계에서는 저를 조용한 불온주의자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습니다. 먼저 진실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그들이 제게로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이순신, 안중근 같은 분들을 보세요. 그 시대에 이분들은 좌파였습니다. 그러나 후손들은 이분들을 기억해요. 그래서 전 중간에 서서 눈치보고 양다리 걸치지 않고, 제 길을 묵묵히 가고 있습니다.
“단, 타인에게 누가 될 수 있어 앞장서는 일은 자제하려고 해요. 그러나 함께 하고, 같이 가고 그래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일만큼은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승룡 목사는 연세대민주동문회로부터 ‘2014, 올해를 빛낸 연세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세민주동문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故 이한열 씨의 죽음을 계기로 전국 최초로 결성됐다. 2000년대 이후 한동안 활동이 없어 사실상 해체 상태였다가 최근 총동문회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를 습격한 서정갑 씨를 ‘자랑스러운 연세인’으로 선정한 사태와 연세대 재단이사장이던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이사회 정관을 변칙개정해 학교의 공공성을 훼손한 사태 등을 맞아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동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출범했다. 연세대민주동문회는 2013년 6월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인권센터 <사람> 소장 박래군 동문(국문 81)에게 ‘참연세인상’을 수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