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위기의식과 창의력 갖춘 차세대 리더 등장해야”

[신년대담]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편 [2부]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앞서 양희송 청어람 대표 인터뷰 1부에서 가나안 현상은 “교회 중심부가 이탈해 생긴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현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양 대표는 실증적 방법을 통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가나안 성도가 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분쟁’을 들었다. 만약 교회 분쟁이 말끔히 해결된다면, 이를테면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 목사가 면직 등 정당한 치리를 받고, 분쟁에 적극 개입한 인사들이 교회 행정에서 배제되고, 교회 전체에 회개 운동이 일어나면 가나안 성도가 교회로 돌아올 것으로 보는가? 
양희송 대표(이하 양):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서 오는 실망감이다. 즉, 어떤 문제가 불거지면 그것이 원칙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교회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면모는 고통이나 아픔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그것이 다뤄지는 방식, 즉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기독교는 죄와 회개를 다루고, 이를 통해 회복과 용서를 설파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죄에 대한 지적은 드물고 회개는 없다. 용서와 화해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가 분쟁을 겪고 있더라도 제대로 된 원칙을 통해 다뤄나가고 있다면 다른 어느 것보다 복음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만큼 교회적이고 신앙적인 곳은 없다. 따라서 이런 과정만 이뤄진다면 가나안 성도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반면, 기독교가 국교가 아니고, 따라서 ‘사람들을 지나치게 큰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가능한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공동체 회복은 중요하다. 그러나 각자마다 인생의 경로가 따로 있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아픔을 겪었지만, 다른 공동체에서는 신앙의 여로를 밟아나가고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각 개인의 마음속에서 이뤄지는 신앙의 순례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가나안 성도가 전에 속했던 교회 공동체로 돌아오고 말고를 떠나 여전히 하나님 손 안에 머물러 있다면 각자의 신앙의 경로를 이해해주고 존중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방식의 해피엔딩이 얼마든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Q. 가나안 성도가 아직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향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향방의 윤곽이 보이는데 확실치 않아 모호하게 남겨 놓은 것인가?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가나안 성도는 통계적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면 전체 기독교인의 10%로 추정할 뿐이다.   
※ 이와 관련,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본문에서 양 대표는 이렇게 적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10% 정도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해서 한목협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 수를 100만 명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목협의 설문조사 말고는 가나안 현상을 구체적인 수치로 포착하기는 어렵다. 제도권 밖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론은 가능하다. 제도권, 즉 기존 교회에서 이탈해가는 현상은 눈에 보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세한 내용까지 근거를 갖고 언급하기엔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가나안 현상에 대해 확정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위험스럽다.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나 조짐이 없다고 단정 짓는 일도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가나안 현상을 모호하게 남겨 놓은 이유는 일정 정도 조심성을 갖고 이 현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실증적인 데이터를 채워 나가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Q. 영화 <쿼바디스>에서도 잠깐 등장했다. 영화에서 신학교는 줄어야 하는 데 이 일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한 입장은?
탄탄하게 구축된 조직이나 제도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회는 제도는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다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화재 발생 시 소방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음에도 이것들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지점이 한국교회의 딜레마다. 교회 안에 있는 이들은 제도를 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 밖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시작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가는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Q. 복음주의권의 대표주자로서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해 조언을 준다면?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한국교회 전체가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30년 동안 성장을 위해 매진해왔다. 지금은 이 세대가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등장하는 시기다. 일반적으로 성장 세대 이후 세대는 관리형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새롭게 떠오른 리더들은 상당한 위기의식과 함께 창의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기에 맞서 기존의 틀을 지키는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모험을 감행해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볼 때 리더십 세습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라고 본다. 세습은 위기 돌파에 리더십이 발휘되기보다 기득권 유지에 모든 역량을 쏟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교단은 드러내놓고 세습을 절차적으로 합법화하려는 추세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세습을 추인하는 이면에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요약하면 세습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교회 세습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모험적이며 위기의식을 지닌 차세대 리더십이 부상해야 새로이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Q. 끝으로 앞으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독서는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동시에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현실이나 논리를 발견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이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은 가나안 성도에겐 친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낯선 이야기이다.    
이 책이 잘못 쓴 책이 아니라면, 어떤 부류의 독자든 한국 사회에서 일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현상을 다루고 있기에 꼼꼼하게 읽어주기 바란다. 자신의 생각을 강화시켜주는 측면뿐만 아니라 어긋나는 지점을 발견하면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도 감소의 위기 등 한국교회 안팎의 여러 상황은 가나안 성도 현상 안에 몰려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화두처럼 몰입해서 이 현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야 할 주제를 던져봤다. 많은 독자들이 읽고 각자 나름의 해답을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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