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쿼바디스> 후속작 욕망 극복 이야기 나왔으면”

<쿼바디스> 연출자 김재환 감독 인터뷰- 2부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영화 <쿼바디스>는 두 개의 시선이 겹친다. 연로한 목사가 예수의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조명하는 시선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모어의 시선이다. 관객에 따라선 시선이 겹치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두 겹의 시선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 사이에 접점을 찾으려한 장치였다. 

“시선이 섞이면 관객들이 헷갈려하기 쉽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도를 해봤다. 실제 영화는 장면마다 시선이 바뀐다. 연로한 목사가 예수의 시점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리스천에게 ‘예수라면 어떨까?’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마이클 모어는 전혀 취재가 안 되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취재하고 촬영한다. 한국교회에 대한 취재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마이클 모어는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 대한 비유였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정작 그 안은 너무 진지하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란 말이다. 마이클 모어의 시선은 ‘예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면서도 너무 진지하고 종교적 수사로 가득한 한국교회의 상황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무척 기이하지 않나’하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신랄함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면 한국교회가 어떻게 반응했을까?’하는 의문이다. 김 감독 역시 수위를 높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영화 <쿼바디스>를 통해 ‘신랄함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면 한국교회가 어떻게 반응했을까?’ 김재환 감독 역시 "조금 더 나아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사실 조금 더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풍자의 수위를 이 정도 쯤으로 조절했다. 여기엔 ‘이 정도의 농담과 풍자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기독교인들이 그토록 전도하고자 하는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전도할 것인가? 전도 대상자들의 수준은 훨씬 더 높은데?’하는 문제제기가 숨어 있다. 아무래도 한국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가 이 정도라고 본다.” 
“이 영화 <쿼바디스>는 한쪽, 즉 기독교인만 겨냥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보다 교회 안팎의 사람들과 함께 보고 토론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했다. 만약 기독교인만 겨냥했다면 풍자와 농담을 빼고 시종일관 진지한 톤을 유지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도의 작품이랄까. 그런데 그렇다면 ‘이런 영화를 관객들이 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좀 더 발칙한 용어가 나오더라도, 본질적으로 신앙 자체를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열린 자세로 포용해야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데, 그 동안 기독교문화계는 단체 관람을 이끌만한 콘텐츠만 기획하고 생산해 왔다는 생각이다.”  
어느 면에서 <쿼바디스>는 예언적이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삼일교회 전 담임 전병욱 목사, 부천 처음교회 윤대영 목사 등 영화가 다룬 목회자들 대부분이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오정현 목사는 공금유용·논문표절·교회건축 후유증 등으로 끝없이 추락 중이다. 전병욱 목사는 노회에서 재판을 받는 처지고, 윤대영 목사는 ‘전관예우’ 관행에 편승해 가까스로 단죄를 면했다. 이들의 말로를 주제로 <쿼바디스> 속편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속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후속작에 대한 구상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스틸컷

“<쿼바디스>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척 힘들었다. 많은 이들이 한사코 말렸다. 수년 간 ‘해선 안 된다,’ 혹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살려고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제작비 마련 문제와 더불어 다루기 힘든 주제를 표현한데 따른 법률적 문제 등등 모든 과정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속편은 가족들에게 못할 짓인 것 같다.”  
진짜 예수처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없을까?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런 주제를 원한다.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다큐멘터리 말고 <쿼바디스>가 제기한 문제, 즉 욕망을 이겨낸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다. 사실 위인전식 다큐는 공중파 방송국이 성탄절에 맞춰 알아서 해준다. 대형교회 역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보다 아주 작은 곳에서 진짜 예수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아주 소소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쿼바디스>에선 목사와 기독교인들의 욕망을 드러냈으니, 이제 욕망을 내려놓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과연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보려 할 것인가?’하는 의문이다. 여기에 제작자의 고통이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다뤘을 때, 과연 대중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시도를 할 것인가? 그런데 사실, 기독교계가 내세우고 싶은 인물들에 대한 영화는 많이 나왔고, 또 계속 준비 중이다.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보다 ‘이런 걸 만들어서 누가 본단 말인가?’하는 고민을 실은 시도가 애착이 간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무사하리라 생각했나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 말이다. 대형교회의 구미에 맞고 그래서 자금조달도 쉬울 것 같은 영화보다 심정적인 지원과 지지를 받으며 아무도 손대지 않으려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세상을 좋게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쿼바디스>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김재환 감독은 "<쿼바디스>에선 목사와 기독교인들의 욕망을 드러냈으니, 이제 욕망을 내려놓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영화 <쿼바디스>는 나 베테랑 한국 특파원 돈 커크 등 유력 외신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2월 초엔 로스앤젤리스, 뉴저지, 뉴욕 등지에서 상영회도 열었다. 해외 시장 수출 욕심이 생길 법 하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반응은 의외였다.    
“<쿼바디스>는 배급도 직접 해야 했다. 해외 수출하려면 해외 배급사를 통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한국교회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까 해서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상황인데 말이다. 첫 작품 <트루맛쇼>도 마찬가지다. 분명 합리적 의심을 제기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집단최면에 걸린 듯 당연하게 넘어간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아무 의심 없이 TV를 시청하는 줄 안다. 
“한국교회나 미국교회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한국교회 실상을 보여주는 것도 별반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해외 배급까지 생각은 안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이에 대한 의지가 없다.”   
<쿼바디스>는 지난 2월13일(금)부터 온라인과 IPTV를 통해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벌써부터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SNS) 타임라인엔 영화 감상평들이 속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영화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문제제기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다.    
▲김재환 감독(좌)과 이인기 편집국장(우)이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무엇보다 <쿼바디스>는 위험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위험하게 보는 분들의 생각이 더 위험하다. 영화를 본 뒤 다양한 문제제기가 이뤄졌으면 한다. 교회 안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예수님과 관계있나?’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나올 분위기가 아니어도 각오하고 표현했으면 한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다른 곳을 찾든지 해야 한다.  
“표현을 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표현을 억누르는 분위기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경직되게 만든다고 본다. 교회가 좋아지려면 다양하고 솔직한 질문들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목회자들도 솔직히 답해야 한다. 질문에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토론하자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영화 관람을 막으려는 부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쿼바디스> 정도의 영화를 주제로 토론을 못하는 분위기라면 ‘우리 교회 분위기가 정말 예수의 뜻과 맞는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 정도 이야기도 못한다면 북한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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