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월) 오후 강원도 원주시 영강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0회 총회 개회예배에서 이문숙 목사(가운데)가 십자가를 앞세우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2015년은 장로교단에겐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그러나 장로교단의 현실은 마냥 100주년을 기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장로교단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현재 200여개 교단이 난립하는 상태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황용대 목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사실 기장의 출발점은 1953년 호헌총회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성서의 문자적 무오설을 부정한다”는 이유로 장공 김재준 목사를 제명하려 했고, 이러자 기장이 분리돼 나온 것이다.
기장은 새 역사를 시작하면서 1) 바리새주의 배격, 2) 신앙양심의 자유, 3) 자립자조의 정신 함양, 4) 세계교회와 협력 병진을 기치로 내걸었다. 사회 선교에도 앞장서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1972년 유신체제 선포, 1980년 광주 민주항쟁,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등 시대적 격변기마다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장 교단은 안팎에서 기장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보수 교단처럼 성장주의에 물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장 교단은 제100회 총회를 맞아 다시금 처음의 정신을 일깨웠다. 황용대 총회장이 포문을 열었다.
▲9월14일(월) 강원도 원주시 영강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0회 총회 개회예배에서 황용대 총회장이 설교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황 총회장은 9월14일(월) 강원도 원주시 영강교회(담임목사 서재일)에서 열린 100회 총회 개막예배 설교에서 “기억을 통해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명의 길을 갈 수 있다”며 “한국교회를 향해 움직였던 첫 발걸음의 흔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총회장은 이어 기장 교단이 지닌 4가지 덕목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이 구약시대 출애굽 사건을 기억하고 기독교가 성만찬을 끊임없이 되새기듯, 기장 교단의 정체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며 “예언자 전통을 이어가며 생태위기, 국가분단의 위기적 현실, 교회 타락, 이주민 인권 등 부조리한 현실 앞에 치열하게 맞닥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 초심 잃은 채 21세기 맞아
기장 교단이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김수배 목사는 “열방은 네 빛으로 나아오리라”는 제목의 선교 증언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기장은 자기 안의 불의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즉, 기장성이 뒤틀려 버렸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21세기를 맞이했다. 부끄러움으로 참회하며 하나님의 절대은총을 구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기장교회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세상이 교회를 거침없이 질타하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 알아야 한다. 더 두려운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세상은 참교회를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의 고백으로 돌아가려 한다. 죽음보다 더 달콤한 유혹이 우리를 덮쳐온다 할지라도 하나님을 섬기며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해야 한다.
제 100회 총회는 복음의 처음으로 회귀하는 뜻 깊은 행사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9월14일(월) 강원도 원주시 영강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0회 총회 개회예배에 참석한 내빈들. 가운데가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맨 오른쪽은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 공동의장. ⓒ사진=지유석 기자 |
그러나 교단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비판에도 여전히 기장 교단은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다. 김상근 목사는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선교증언을 통해 “기장 교단은 한일국교정상화, 유신, 광주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에서 선봉에 섰다. 지금도 기장은 민주주의를 뻔뻔스럽게 퇴행시키는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키우고 있다”며 “어깨를 걸고 미래를 향해서 헤쳐 나가자”고 격려했다.
이날 기장 제100회 총회엔 세계교회협의회(WCC) 의장 아그네스 아붐 박사,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의장 제리 필레이 목사, WCC아시아 공동의장 장상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등이 참석해 기장 100주년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