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정재현 교수)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센터장 정재현 교수)와 공동으로 주최한 원로석학 초청 가을 학술대회에서 길희성 교수의 발제에 대해 정재현 교수가 논평하고 있다. ⓒ베리타스 |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정재현 교수)가 10월22일(목)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센터장 정재현 교수)와 공동으로 주최한 원로석학 초청 가을 학술대회에서 서강대 길희성 명예교수는 “현대문명과 인간회복: 세속화된 근대이성을 넘어서”를 강연했다. 강연에 이은 논평 순서에서 정재현 교수는 세속화된 근대이성이 존재론적 차원에서 본질을 회복하는 양상과 관련하여 논평했다.
정 교수는 길 교수의 강연의 핵심이 “이성의 초월적, 신적, 우주적 차원의 회복은 인간 존엄성의 회복과 직결된다. 현대인들은 흔히 인간 존엄성과 신에 대한 믿음이 상반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라는 주장에 집약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전적 실재론’에 비견할 만한 이성의 존재론적 회복에는 인간의 전인성(全人性)에 대한 통찰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현대문명의 병폐는 인간이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도구적-기술적 이성을 개발하여 대상지배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삶의 철학’이나 실존주의 등이 비판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은 이러한 문명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해석학적 토대가 되었다. 현대의 철학적-신학적 해석학은 “다시 고전 형이상학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삶의 현실에서 인간이 이성과 도덕과 종교의 근거인 우주적-신적 기반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정재현 교수가 논평하고 있다. ⓒ베리타스 |
이와 관련된 사례로서 계시에 대한 현대신학의 관점의 변화를 거론할 수 있다. 신-인 관계를 엮어주던 계시에 대해 종래에는 “형이상학[있음]과 인식론[앎]이 ‘완결’된 ‘지식’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보았던 데 비해, [현대의] 해석학[삶]은 ‘무지’이며 ‘미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만 ‘추구’할 수 있을 뿐이라는 통찰을 강조한다.” 이것은 이성을 도구로 오용하는 근대적 발상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성만으로는 인간의 삶을 통전적으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의지와 감정, 그리고 나아가 그렇게 모아야 정신일 뿐인 가닥들과 함께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육체까지 아우르는 통사람, 즉, 전인성(全人性)”에 대한 통찰을 촉구한다.
이것은 근세가 발견한 개인과 주체를 인간의 욕망이 왜곡시키고 소외시켜온 현상에 대해 현대사상들이 고전 형이상학으로 회귀하는 대신에 삶의 자리에서 ‘이성의 존재론적 기반’의 뜻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애틋한” 몸부림인 것이다.
한편, 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박일준 소장은 길 교수의 강연에 대해 “신앙과 이성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성이 추론에 근거하여 인과적인 연쇄를 맞추어가는 과정이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박 소장은 이성과 신앙의 사이 길로 “성찰”(reflection)을 제안한다. 성찰을 ‘반성’으로 이해한다면, 반성은 “현재의 시점에서 이전의 것을 새롭게 창조적으로 반복하는 그래서 새로운 가상의 길을 열어가는 사유방식”이기 때문에 근대적 이성의 문제를 반성하는 과정만이 우리 인간 앞에 놓여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긴장과 차이와 그로인한 불안’을 부둥켜안고 길이 없는 숲속을 걸어가는 사이 길”로서의 성찰만이 기존의 이해와 사유 속에서 탈주하여 그 너머로 나아가야 할 동기와 길을 암시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