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5일(화)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예장합동 평양노회에서는 전병욱 목사 면직을 다룰 재판국 1차 모임이 열렸다. 이번 모임에 전 목사, 그리고 삼일교회 측 이광영, 나원주 장로 등이 참석했다. 재판국은 전 목사와 삼일교회 측을 따로 불러 혐의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재판의 공정성이다. 재판국 구성부터 전 목사와 홍대새교회를 비호해 왔다고 의심되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재판국 1차 모임에서 오고간 내용을 종합해 보면 또 한 번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전망이다.
평양노회 측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재판국은 삼일교회 측에 피해자들의 신원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재판국 출석 여부를 따져 물었다. 재판국원들이 원고인 삼일교회 측에 제기한 의문은 이렇다.
"삼일교회에서는 피해자매들에게 보상을 실시했다. 보상액이 나갈 만큼 피해를 당한 여성들인가?"
"만약 (전 목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면 물증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피해자매들의 출석이 가능한가?"
삼일교회 측은 "2차 피해가 우려되니 피해자들의 신원은 공개하기 어렵다", "이미 피해자 상담을 의뢰한 여성의전화 측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는 논리로 방어했다. 그러나 재판국은 집요하게 피해자들의 신원공개를 요구했다. 심지어 한 재판국원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하고 반문했다.
얼핏 "물증을 확보해야 한다"는 재판국 입장은 타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전 목사 재판의 쟁점은 성추행이다. 성추행의 경우 물증 제시가 어렵고, 피해 여성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전 목사 측은 이 같은 맹점을 의식한 듯 하다. 이날 재판국장에 온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2012년 개척 즈음 '6~8년 전 당했다'며 갑자기 등장한 피해자들", "무수히 많다던 목격자, 왜 한 명도 못나오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 있던 삼일교회 측 성도들과 활동가들은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삼일교회 성도 A씨는 "어차피 공정한 재판 진행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그러나 지레 포기하고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재판 결과와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려고 현장에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