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터뷰2] "교회개혁의 출발은 회심"

교회사가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편집자 주]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등과 관련하여 소위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빚어졌다. 교계도 이러한 양상에 편승하여 양 진영으로 나뉜 채 마찬가지로 갈등을 빚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가 행동화되면서 이러한 갈등 양상이 전개되었는데, 교회사가는 이러한 교계의 반응을 어떻게 평가할까? 본지는 평생을 교회사 연구에 헌신한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를 예방하여 신앙인으로서 역사현실을 대하는 태도와 새해를 살아갈 신앙생활의 방향성에 대해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개혁 500주년 교회의 회심 촉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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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가 최근 혜암신학연구소가 주최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포럼에서 소장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문: 그러면 종교개혁 500주년과 관련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017년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지 않습니까? 박사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한국교회의 개혁의 과제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건의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교회의 세속화는 개혁의 과제로 계속 지적되어 오는 문제입니다. 교회의 일들이 일반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재정이나 정치의 논리로 현상화되는 점은 신앙의 변질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관련하여 어떤 점들이 개혁되어야 하겠습니까?

이: 종교개혁에 관해서 좌담이니 강연회니 토론회가 많이 열리고 있지요. 먼저 루터의 근본정신을 살펴봅시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중세의 천동설이 지동설로 전환되는 것과 같은 세계관의 변혁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에 세계는 교황, 교회, 신부가 중심이 되어 있고 그 주위에서 국가도 돌고, 사람도 돌고, 온 천지가 다 도는 형식이었습니다. 교황 중심 사회였으니까 황제들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루터는 이러한 교황 중심의 '천동설'을,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든 인간, 교황이나 신부나 황제조차도 돌아가는 신학적 '지동설'로 바꾼 것입니다. 물론, 종교개혁의 폐단도 있습니다. 신학의 분열을 초래했지요. 그것이 현재의 프로테스탄트 아니겠습니까? 중세의 신학적 통일이 깨어지니까 우후죽순 격으로 국가별로 민족별로 분파가 생겨버렸습니다.

이와 같이 루터는 회심을 강조했거든요? 근본적으로 회심이 있으면 인식의 전환이 옵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목사들과 교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교회의 세속화와 교인 수의 감소는 회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목사 중심으로 체제가 구성되어 왔잖아요? 장로교나 감리교나 성결교가 모두 비슷하게 장로제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문: 네, 소위 소교황주의라고 일컫는 체제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 그렇지요. 중세로부터 벗어나서 프로테스탄트가 됐는데, 지금은 결국 중세의 교황제로 되돌아가버린 상황입니다. 교회가 장로 중심으로 운영되니까 청소년들이나 여성들이 발언권을 상실하고 소외되는 문제가 생기지요. 한국사회가 노령화되면서 교회에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청소년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교회행정은 장로 중심으로 진행되고 게다가 세속의 유혹도 있으니까 청소년들은 자꾸 교회를 떠나는 겁니다.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들이 많이 생겼어요. 이제 그들에게도 발언권을 줘서 교회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전체 교인들이 교회활동에 관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인식의 전환이고 교회의 회심인 것입니다. 목사 중심, 장로 중심으로부터 전체 교인이 소통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 번째로 교회의 회심이 필요한 부분은 교회의 분열입니다. 중세에는 교회가 사회를 지배했었는데 프로테스탄트는 국가와 종교를 분리시켰거든요? 이러한 분리는 교파의 분열을 초래했고 그 분열은 교회에 사랑이 없고 화해의 힘이 없다는 인식을 사회에 주게 됐습니다. 그러니 누군들 교회의 교화에 권위를 부여하겠습니까? 한국교회에서의 그 분열 양상은 말로 다할 수 없어요. 교회의 분열은 사회를 계도할 도덕적 힘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교회의 회심의 열쇠가 있습니다. 교회는 일치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사회 문화의 타락 양상에 대해서 교회의 책임이 큽니다. 사회의 패륜적 양태도 교회의 책임입니다. 교회의 감화력이 약화되니까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교회가 연합하고 화해하면서 과거를 뉘우치면 사회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게 됩니다. 교회가 이 점에서 회심하는 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을 현대에 구현하는 방안입니다.

일전에 한 TV를 보니까, 크리스마스 장식을 단 박스를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던져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그 박스를 물어뜯어서 그 속의 물건을 꺼내더군요. 물론, 동물들과도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선물을 준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가 상업화될 대로 되어서 이제는 희롱의 대상으로까지 되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교회가 복음을 따라 살았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에 그 탄생의 의미를 저렇게 훼손할 수가 있겠습니까? 동물들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 리가 있나요? 이런 일들에 대해서 교회는 책임을 크게 느껴야 합니다.

해방이전에는 예배가 소박했어요. 예배당에 낡은 풍금 한 대뿐이어서 찬양대가 부르는 성탄절 찬양과 찬송의 가사가 풍금의 반주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똑똑하게 전달되어 듣는 사람들이 감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방이후에 이승만 정권에 편승해서 교회가 이권을 챙기게 되고 교회인물들이 사회나 정치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교인 수도 늘어나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예배에 거창한 악기들이 도입되었고 음악은 웅장한데 찬송의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됩니다. 예배가 점점 장식화되어 갔던 것이지요. 성탄절 예배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져서 눈을 즐겁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 관능적 공연으로 변하게 됩니다. 예수가 내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희구하는 예배가 아닌 것이지요. 이러니 교회가 사회를 감화시키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문: 교회의 세속화의 가장 큰 폐해를 지적하셨습니다.

이: 교회의 크리스마스 행사가 축제처럼 되면서 그런 풍습이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되고 사회는 크리스마스를 상술을 발휘하는 계절로 만들어버립니다. 성탄절이 예수 탄생의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특수의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성탄절이 장사, 유흥, 여행의 절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성탄절의 상업화는 교회와 사회의 합작품입니다. 성탄절을 축제의 기분으로 즐겨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회심해야 할 내용입니다.

교회의 사회참여는 사회적 논란의 대리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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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문: 교회가 우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회의 구조가 전체 교인들이 소통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예배를 축제화하기보다 하나님과 교인 개인의 만남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 이런 점들이 한국교회가 회심해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할 때 유념해야 할 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사님께서 지적하신 이러한 교회의 현상들이 현재의 상황이라면 새해에는 그러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새해에도 이런 현상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회심의 조짐들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이: 큰 문제는 교회의 분열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정치상황에서 보듯이 타협의 정신이 없이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분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교계에도 좌경이니 우경이니 하면서 보이지 않는 금으로 서로를 분열시키는 일들이 잔존하고 있지요. 신학논쟁으로 서로가 대립한다면 별론이지만 정치문제를 두고서 교계가 분열한다는 것은 예수께서 보실 때 책망하실 일입니다.

문: 그러면 교회의 사회참여 자체가 비신앙적인 행위로 이해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이것은 교회의 사회참여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교회는 사회적 논란거리에 대해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제시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참여를 해야지 더 나아가 그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교회가 논란의 대리전을 펼치는 것은 교회의 사회참여를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을 편들거나 야당을 편들거나 하면 기독교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루소의 제자가 되는 거예요.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도 너무 심하게 하면 예수나 바울이 이야기한 복음의 정신으로부터 엇나가게 됩니다. 절대인권이나 절대자유가 어디 있겠어요? 루소는 절대인권이나 절대자유를 부르짖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좀 지나치게 행동한 점이 있습니다. 기장에서는 정부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자주 성명을 발표하잖아요? 다른 교단보다 심해요. 너무 정치적입니다. 너무 일방적입니다. 정부의 일에 대해서 늘 비판만 하는 것 같습니다. 기장 목사들 가운데는 야당에 가입한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목사 옷을 벗고 정치를 해야 해요. 목사로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애매하게 분별없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문: 교회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말해주되 그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시군요.

이: 그렇습니다. 동성애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면, 동성애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찬성하는 교단들이 있거든요? 미국 장로교라든지 성공회라든지 ... 찬성한 교단들이 있어요. NCCK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동성애나 동성혼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동성혼을 한 사람들 가운데 기독교인들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교회가 성경적으로 볼 때 동성혼이 불법인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분명히 여기서 인권과 사랑의 문제가 개입되기는 하지만, 성경이 아니라고 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권적 차원이라면 그것은 법정에서 결정해줄 문제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인권적 차원을 교회에서 무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교회가 난제를 안고 있는 것이지요.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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