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 신학자로 잘 알려진 이승구 교수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이승구 교수의 개혁신학과 우리사회이야기'를 통해 신년 '말씀 뽑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소위 '말씀 뽑기'라는 행위를 전체적인 면을 고려할 때 반 기독교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지적한 말씀 뽑기 방식의 문제점은 아래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하나님의 말씀은 항상 그 문맥속에서 읽혀져야 합니다. 한 구절만을 뽑아서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문맥을 단절시키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흔히 성경을 그런 식으로 읽어 왔기에 급기야는 이런 방식도 널리 퍼져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항상 그 문맥 속에서 읽어야 바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구절을 그 문맥이서 끊어 내는 일은 시도도 하지 말하야 합니다. 이와 같은 뽑기 방식으로든지 다른 식으로든지 말입니다. 항상 문맥 속에서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둘째로, 성경은 전체를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전체-성경"(Tota Scriptura)을 강조하는 개혁파의 강조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성경을 계속해서 읽어 가서(lectio continua) 결국 성경을 다 읽고 깊이 묵상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월이 필요한 것이지요. 제대로된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성경과 깊이 대회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은 항상 성경의 학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식으로 뽑는 방식이 예전에 점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기에 사실 그로부터 유래하였다고도 할 수 있고,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런 것을 연상시키기에 결국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성경적 섭리관과는 다른 이해를 가지고 생각하고 살게끔 할 수도 있게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이 교수가 이 같이 '말씀 뽑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사이트에 방문한 독자가 남긴 질문에 대한 응답 차원에서였다. 이 독자는 "교회들 가운데는 종종 송구영신의 밤 예배나 신년주일 때 성경 구절을 적어 놓은 '말씀 뽑기'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뽑게 된 하나의 말씀을 한 해를 살아갈 때 꼭 붙들고 살라고 하는 의미에서 교회에서 이런 순서를 가지는 것 같다. 말씀 뽑기가 신앙에 유익이 있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가 하면 그것은 무속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SNS 상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모양인데, '말씀 뽑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교수님들의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소위 '신년예배 말씀뽑기' 논의에 불을 지핀 글로 평가 받고 있는 김응교 시인(숙명여대 리더십 교양학부 교수)의 본지 기고글 '신년예배 말씀뽑기 온당한가'는 SNS 상에서 현재까지 2,192명이 공유를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기고글에서 김응교 시인은 말씀뽑기의 주술적 성격을 문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