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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 철회되어야 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

-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성명에 반박한다.

□ 자기 발등을 찍는 제재, 합리성을 잃은 안보 정책, 비리로 얼룩진 무기도입 ... 박근혜 정권의 안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개성공단 중단은 한 마디로 제 발등을 찍는 행위이다. 경제적 타산만으로도 많은 것을 북측에 넘겨주면서도 우리 스스로 계약 위반의 멍에를 지는, 미련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조치다. 뿐만 아니라 과거 수십 년간 '비효율적 체제'라고 판단했던 북한에 우리 식의 생산방식과 효율, 시장원리를 노동자와 관료들의 생활과 의식 깊숙이 전파하는 통로를 우리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 분단 이래 5만이 넘는 북한 노동자를 직접 만나고 목표와 일과를 같이할 수 있었던 것은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진정 남북이 한발자국이라도 더 바람직한 통합에 근접하기를 원한다면 오히려 중단시켰던 본 단지 계획에 충실하게 이를 확장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가 북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라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로 개성 공단을 전면중단한다는 것은 완전히 거꾸로 된 대응이다. 또한 앞으로 우려되는 적대적 긴장의 고조와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의 엄청난 피해,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생각할 때 정부가 남북 관계를 관리하고 국민 생활의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방산비리로 전직 장성들은 사법처리를 받고 있으며, 첨단 방위기술을 이전받는다는 허울로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효용이 떨어지는 무기들을 다른 나라들보다 비싸게 들여오는 등 안보를 등한시하는 행태와 "국제사회보다 앞서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중단시키는 조치는 도저히 정부의 책임있는 일관된 행위로 납득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안보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이미 개성공단의 확장을 가로막아 왔으며, 북측 역시 개성을 탄압한 잘못이 있다. 일관되게 그 명맥을 유지한 것은 기업인들이지 남북 당국이 아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발표한 동 성명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하였으나, 이는 전반적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기숙사 문제를 필두로 개성공단의 본단지 진척을 북한의 선핵포기와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중단시켜, 본단지 계획의 1/20 규모인 시범단지에 묶어두었으며, 2010년 5.24조치 이후 오늘날까지 기존 입주 업체들의 자본과 설비 증설도 불허함으로써 신규 기업의 진출과 기존 업체의 수익 증대 기회를 모두 가로막고 있다.

북측 역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을 계기로, 2009년과 2013년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개성공단의 출입경을 까다롭게 하거나 일시 폐쇄하는 등 제재수단으로 삼은 전력이 있다.

이처럼, 남북 양쪽으로부터 몰려오는 위기 때마다 분단의 긴장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남북의 당국과 사회에 호소하여 공단을 지켜온 것은 우리 기업인들과 종사자들이었다. 공단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노력을 정부가 했다는 금번 성명은, 살얼음판을 걷던 기업인들과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과거 개성공단을 옥죄는 남북한 당국의 시도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해소됐던 것은 상호 이익이라는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 남북의 공존지대로써 공단의 가치와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 '전면 중단'은 우리의 입지와 우위를 포기한 채 북에 기반시설을 대가없이 양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북측에 대하여 전략적·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의 의지를 사전에 꺾어놓을 전략이 있어야 하고, 합의와 계약을 먼저 어겨서는 안 된다. '신뢰'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 전부터 북에 요구한 것이었다. 2013년 8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1항에 "...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키는 것은 시초와 최근의 합의 모두를 먼저 어기는 행위이며, 향후 북측에 대해 '신뢰'를 요구할 입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중단을 선언하면, 북측은 우리 자본과 인력의 안정적 철수를 지원할 의무를 스스로 지려하지 않을것이고, 기반시설과 부동산 성격의 설비는 원천적으로 되가져올 수 없다. 북측이 이를 다른 형태로 활용하여 수익활동에 나서도 이를 제지할 실력과 명분을 모두 잃게 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북측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뜬금없는 선물이 되고,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 차단'이라는 정부 스스로의 방침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 평화 진전의 능력 부족하면, 있는 체제라도 망가뜨리지 않는 염치라도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정부 성명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제재처럼 보일 행위를 찾은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만일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제 발등을 찍는 것이 아닌 더 합당한 제재 수단을 먼저 확보했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적표로 보아, 박근혜 정권은 합리적 안보정책도 없었고, 합당한 대북 관계 수단도 보여주지 못한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우려가 크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평화진전의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안정적 관리 수준은 유지하고, 경제·복지 등 여타 분야의 발전이라도 이뤄주길 기대해 왔다. 그러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총체적 무능을 감추고 남북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다가올 선거의 쟁점을 흐리려는 정치적 노림수로 읽힌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는 무능한 정권의 국면 회피를 위한 일회용 카드가 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보다 더 나쁜 실패를 기록하지 말고 그나마 '염치는 있었던 정권' 수준에서 그치기를 바란다.

2016년 2월 11일

청어람아카데미 등 교계 시민단체 및 개인

온라인뉴스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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