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특히 보수교계의 친정부 성향은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중단,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및 로켓 발사, 대테러 방지법 등 굵직한 쟁점 현안에 대해 정부를 감싸는 정치발언을 쏟아내 종교가 이래도 되는지 의문을 낳고 있다.
먼저 3월3일(목)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설교를 맡은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소 목사의 설교 중 일부다.
"기독교 선교사와 한국교회의 역할을 빼고서 어떻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기술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방법과 경로를 통해서든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체성을 왜곡하는 역사교과서 내용은 반드시 수정돼야 하고, 하나님이 금하시는 동성애 문제로 더 이상 갈등하지 말아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볼 때 그것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의 변화와 한민족 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주장했다. 소 목사는 이어 "생각이 다른 5천만 명을 섬기고 수백 개국과 정상외교를 하면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 국정을 운영하시는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시겠는가"며 대통령의 심기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보수교단 연합체로 한국교회의 입을 자처하는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었다. 언론회는 지난 달 22일 ‘북한의 수소폭탄 앞에서 국론분열은 자멸행위'란 논평을 통해 대통령 심기를 배려했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철수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칼을 빼들었겠는가? 또 중국의 반대와 위협을 무릅쓰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 미국의 사드 배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결단이 얼마나 고뇌에 찬 것이겠는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역시 노골적인 정치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한기총은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이 상생과 도약의 미래 50년을 만들어 나가는 기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출 것을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박 대통령이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참여한 직후여서 한기총이 권력의 시녀 노릇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한기총은 테러방지법 즉각 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3.1절 성명에서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과제를 등한시한다면 건강한 대한민국을 이룰 수 없듯이 공공, 노동, 금융, 교육의 4대 개혁은 반드시 완수되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정부가 추진하는 의제에 동조하고 나섰다.
개별 목회자 역시 정치 발언을 쏟아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지난 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나라살리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기도회' 석상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등 뒤에 대고 "어떻게 대한민국을 끌어갈 능력이 있는 분으로 보이십니까?"라고 발언했다. 김 대표는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전 목사의 발언 취지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보수 교계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종교의 정치적 행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인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발행인은 소강석 목사의 설교에 ‘종교적 매매춘'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성야고보교회(기장) 이윤상 목사는 "목회자들이 하나님께서 현재 상황을 보고 어떻게 말하실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마치 국교 처럼 지배계층의 논리를 뒷받침 하는 게 교회의 역할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빛과소금교회(예장합동) 신동식 목사는 "개인적으로 개성공단의 경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충지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사드의 경우 주변국과 논의 없이 추진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쟁점 현안에 대해 개별 목회자들의 의견표명은 그렇다 치고라도 교회 연합단체가 무비판적으로 정권편향적 입장을 보이기 보다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