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는 5월30일(월) 오후3시 성북구 안암동 소재 연구소 도서관에서 종교개혁500주년기념강좌 세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연세대 이양호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는 "요한 칼빈의 정치신학과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기원 이론"이었다.
이 교수는 강연을 칼빈의 정치신학과 경제사상 등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으며,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대립적 입장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근본주의의 기반사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칼빈주의가 독재에 대한 저항권을 인정하는 점과 특히, 오늘날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자본주의의 연원이 아니라는 점 등은 주목을 끄는 내용이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정치의 문제를 다루면서 영적인 정부와 시민정부를 구분했다. 그 중 시민정부는 건전한 종교를 보호육성하고, 공적 평화를 유지하며, 개인의 소유를 보호하고, 사람들이 원만한 거래를 하도록 보호하며, 정직과 순수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시민정부는 귀족정과 민주정의 혼합정부이어야 하며 선거에 의해 통치자를 선출하고 법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므로 독재자에 대한 국민 저항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관리들의 저항권은 인정되며 이들이 그러한 권리를 실행하지 않으면 배임에 해당한다.
이러한 칼빈의 정치사상 속에는 후에 권력분립으로 표현될 수 있는 권력의 상호견제, 대의민주주의로 표현될 수 있는 민주정과 귀족정의 혼합통치 형태, 탄핵소추권으로 표현될 수 있는 관리들의 저항권 등 현대적 민주주의의 요소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상적 요소들이 그의 후예들에 의해서 지역 정치환경에서 실제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그의 정치사상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베버와 트릴취는 칼빈의 경제사상이 자본주의의 발달에 공헌했다고 주장하지만 비엘러와 그레이엄은 칼빈이 기독교 사회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칼빈의 가르침에는 사유재산제도의 인정, 상공업 활동의 장려, 시장경제 체제와 사업상의 이윤 인정, 사업자금에 대한 이자 수입의 인정 등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반면에,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공동체 조성을 지향한 점,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가 돌보아야 한다는 점, 가난한 가정의 아동을 무료로 교육받게 한 점 등 사회주의적 요소도 존재한다. 따라서 그의 경제사상을 자본주의적이라거나 기독교 사회주의적이라는 등 어느 한 쪽의 요소로 평가할 수가 없다.
이 교수는 칼빈주의가 이 둘을 포괄하고 극복하고 있으며 "그 나름의 독자적 경제윤리를 가진 독자적 사상체계이며, 그 둘에 대한 이상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