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성서학회(SBL)가 아시아성서학회(SABS), 한국구약학회(KOTS), 한국신약학회(KNTS) 등과 공동 주최한 제34회 국제성서학대회가 7월3일(일)부터 7일(목)까지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및 신학관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 36개국 400여 명의 성서학자들과 150여 명의 한국 학자들이 4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 21세기 다중사회에서의 성서학"(Crossing Borders: Biblical Studies in Today's Multifaceted World)이다.
이번 서울 대회는 2005년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열린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그간 주로 미국과 유럽 등지를 오가며 진행되는 가운데 서구의 관점이 복제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벗어나 성서학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에 대한 각성이 현실화되는 의의를 지닌다. 그래서 개회식 기조강연에서부터 성서학의 상황화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이 제기되었고 7월2일 개최된 아시아성서학대회에서도 아시아적 상황에서의 성서 읽기가 강조됐다.
특히, "한국적 상황에서의 구약학," "한국적 상황에서의 신약학," "한국적 상황에서의 성서학" 등의 세션이 설정되어 성서의 의미를 한국적 상황에서 이해하는 시도들이 소개됐다. 예를 들어, "장벽들, 휴전선들, 모래 위의 선들: 갈라디아서의 탈신화화 및 해체"(나강엽, 펜실베니아 웨스트민스터대)와 "민중신학을 넘어: 21세기 민중신학을 위한 제언"(양재훈, 협성대) 등이 구체적인 한국적 현실을 성서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분단문제, 경제정의와 관련된 주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 위안부 문제, 성차별, 육아문제 등도 토론의 대상이 됐으며, 휴전선 견학과 탈북자 초청강연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화의 담론은 작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회에서부터 도입됐다. 이러한 시도가 성서의 의미를 외연적으로 확장하는 계기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노력들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경숙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아시아성서학회의 기조연설에서 밝힌 대로, "어떤 우월주의도 생기지 않고 탈식민담론이 생겨나서 서로 서로 무지개가 펼쳐지듯이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는]" 결실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론을 고착화하려는 시도, 성서를 이데올로기 혹은 헤게모니적 발상으로 전단하려는 시도 등의 '경계를 넘어서'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