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김경재 교수, "사회 참여는 장로교 정신의 회복" (2)

기장성은 복음의 본질을 고백하고 실천하는 것

[편집자 주] 올해는 기장 탄생의 산파였던 장공 김재준 목사가 태어난 지 115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9월27일에 열린 예장통합의 101회 총회에서는 장공의 제명을 철회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기장과 예장이 분립하게 된 제명 결의가 철회됨으로써 장로교 분파 내의 화해에 첫걸음이 디뎌진 것이다. 장공의 제명 철회가 갖는 교회사적 의의에 대해서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김경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와 대담을 나누었다. 대담은 본지 이인기 편집국장이 진행했고 김진한 대표가 배석했다. 대담의 두 번째 내용이다.

이: 장공은 다른 교단의 평가에 구애받지 않으셨을 겁니다. 실제로 그의 신학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일부 보수 교단의 시대착오적인 몰이해에 연연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전기에 그러한 태도가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101회 총회의 결의에 대해 이사장님께서 신학적인 문제를 다시 지적함으로써 또 다른 분란의 소지를 없앨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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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가 발언하고 있다.

: 저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1953년 4월 대구 서문교회의 파문 사건이 있은 뒤 그해 6월10일에 한국신학대학 강당에서 기장이 탄생한 이래 기장은 나름의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확립해 왔습니다. 물론 주님의 몸의 분열이 주님께는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겠는지 상상이 갑니다만, 기장은 나름의 독특한 지평을 수립해왔습니다.

당시에 기장을 개창하며 내세운 명분은 다음 4가지입니다. 첫째는 복음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교권주의를 겨냥하여 바리새주의를 극복하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양심의 자유를 확보한다는 것입니다. 학자로서의 자유와 양심을 회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신학적 사대주의를 극복하자고 하였습니다. 당시 노회가 선교사의 세력에 휘둘리고 있었기에 이를 극복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교회의 흐름인 에큐메니칼에 동참하겠다는 것입니다. 위 원칙들은 그리스도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시대와 교파를 초월하는 그리스도교의 기본정신이라고 봅니다.

이: 그런 원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역사 속에서 기장만의 독특한 기여라고 볼 만한 성취가 있는지요?

: 저는 소위 말하는 기장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장의 독특성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 것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장공은 물론 당시 신학자들은 기장만의 독특성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백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루터가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책에서 선포하였듯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절대 자유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절대자유야말로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복입니다. 이에 루터는 성경도 책일 뿐이므로 이를 신성시하거나 신앙고백으로 형성된 교리를 하나님처럼 절대화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신앙이란 살아계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및 성령 안에서 믿는 자들 간의 인격적인 교제 속에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그래서 루터는 중세 교회가 중시하는 교리나 전통, 객관적인 이데올로기나 권위, 체제나 제도를 넘어서서 신앙적 차원의 양심을 억압할 수 없다는 정신을 회복하자고 한 것입니다. 루터는 자발적으로 섬기고 사랑하는 종으로서 진정한 신앙인이 되려고 했습니다.

당시 기장에서 주장한 것은 위와 같은 루터의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장성의 특징이라고 하면 칼빈에 의한 영향력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장로교 개혁파 교회의 핵심은 '모든 영광은 하나님에게,' '모든 주권은 하나님께,'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어야 한다'는 신앙고백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보면 하나님의 주권이 신자들의 종교생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삼라만상,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펼쳐져야만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 삶의 주인이시라는 신앙고백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해 하나님의 시각에서 비판적 참여를 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신앙고백에 부합하는 신앙생활인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기장은 다른 목회자들에게는 탈선이라고까지 보이는 사회참여 등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장은 군부독재시절에 선구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기장이 잘나서가 아니며 기장만의 특징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장로교 개혁파 신앙 정신을 회복한 것이니까요. 사회적 영성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기장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었다거나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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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가 발언하고 있다.

이: 네, 잘 알겠습니다. 기장에서의 사회참여 등은 장로교 정신의 회복일 뿐이고 그 점이 다른 교단에 비해 조금 부각되었을 뿐이므로 그 부분을 가지고 기장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씀이지요?

: 네. 정치학을 전공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장공기념 공개시민강좌에서 '개개인의 내면적 영성, 개인구원과 사회적 영성, 사회구원을 분리시키거나 서로 배타적으로 보는 것은 정치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이를 분리시키는 신앙적, 신학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우리가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고정된 시각에서 설명하면 안정감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 현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신앙에 대해서도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양 측면이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 일제 때 노회에서 교회는 독립운동을 해서도 안 되면 교회 내에서는 성스러운 집회만 하라는 요구를 수차례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역사적 상황상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성스러운 것, 거룩한 것이 정치권력과 세속에 훼손되거나 폄하되는 것을 방어하고 거부하는 과정인 것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거룩한 영역 뿐 아니라 세속적인 영역도 역할 분담의 차원에서 볼 때 각자의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같은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가능하지 않은 것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애써 분리시키고 외면하는 것은 '경건한 기만'에 해당합니다. 경건한 것 같지만 자기 자신도 속이고 현실도 속이고 복음의 정신도 속이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런 분리가 가능하다면 예수님이 굳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지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한국교회는 시대적인 과오를 반성해야 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창출에 보수 기독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후퇴, 남북통일 문제, 인권의 상황 등을 볼 때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들은 필요할 때에는 정교분리를 외치면서도 자신이 필요할 때에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특정 개인에게 방파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참여를 한 형제 그리스도인을 용공이니 좌빨이니 하면서 거부하고 배제하는 것은 "공회에 끌려갈" 죄인 것입니다.

저는 크리스챤아카데미의 원장을 7여년간 역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기독교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지 않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권에 대해 말살하고 민주주의 후퇴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 기독교계도 독일처럼 세상과 사회 앞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금까지 기장이 이어받은 정신은 사회구원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장공의 신학에서 성령의 역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네 좋은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최근에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삼인, 2016)라는 책을 쓰면서 장공의 전집을 다시 한 번 검토하게 되었는데, 장공의 영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공에 대한 평가는 개인구원이나 영성의 문제보다는 사회구원에 심취하였고 동정녀 잉태설도 부인한다고 매도 내지 중상모략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장교회의 목사님들도 장공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공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장공의 관심은 교회의 1차적인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구제와 섬김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고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사명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장공은 이런 일을 사회의 기관이 하듯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교회는 새로운 인간혁명의 산실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교회에서 하고 있으면서 교회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중생, 인간의 내면적 심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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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본지 이인기 편집국장.

장공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유명한 국회의원, 정치인, 교수나 학자 등 많은 똑똑한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들이 처음에는 나라사랑이니 조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 싸우다가도 마지막에는 감투를 두고 싸우다가 분열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이후 신앙의 강조점을 거듭남에 두고 기도할 때에도 "하나님 우리를 새롭게 해 주시옵소서 그렇지 않고는 우리에게 가망이 없습니다"라는 절규를 하였습니다. 거듭남이 없다면 교회도 역사도 희망이 없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제가 장공을 더욱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통전적인 영성을 지니신 분임을 재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예장과 기장의 화해를 통하여 장공을 바로 알기에 힘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장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실제로 장공의 전기를 읽어보면 진정성이 담보된 신앙의 모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한 이야기 이외에 장공에 대해서 더 소개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 장공은 성경의 말씀 중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부분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겉으로 정통이나 정통 교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대단한 종교 체험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좋은 나무로 변화했는지 좋은 열매를 맺고 있는지 그것만 가지고 이야기하자고 하십니다. 자신들이 정통이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하여 기독교는 종교사업이나 종교주식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시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기독교인들이 사회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인들이 오늘날 기독교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라는 동굴에 갇혀서 세상을 못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를 모릅니다. 현 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하겠지만 그 정도로 세상을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세상 한 복판에서 산 적이 없으므로 모르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나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데올로기, 학파, 종파 등의 각종 동굴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종교의 본질은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동굴에서 벗어나서 좀 더 높은 광명의 세계로 가는 것입니다. 천지의 빛 앞에 노출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합니다. 동굴에 갇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할수록 더 심해집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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