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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하늘과 땅의 징조 그리고 시대의 뜻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편집자 주] 8월 21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된 NCCK 프로그램위원장 초청 <차기 지도력을 위한 토론회>, "NCCK 에큐메니칼운동 방향과 지도력"에서 서광선 박사가 주 발제를 맡았다. 서 박사는 누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인용한 이사야서의 예언처럼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에게 해방을 알려주며 눈먼 사람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차기 지도력의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서 박사의 동의를 얻어 설교문의 전문을 싣는다.

성경 말씀: 누가복음 4:18 (공동번역)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서광선

(Photo : Ⓒ 지유석 기자)
▲8월 21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된 NCCK 프로그램위원장 초청 <차기 지도력을 위한 토론회>, “NCCK 에큐메니칼운동 방향과 지도력”에서 서광선 박사가 주 발제를 맡았다.

1. 교회의 사명, 그리스도인들의 행동 강령

누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 나가서 마귀의 시험을 받으시고 난 다음, 고향 갈릴리로 돌아가, 안식일 날 나사렛 회당에 나타나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 말씀을 봉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선교운동을 천명하는 선교 선언서입니다. 이 성명서는 예언자 이사야의 선교와 행동 강령입니다. 그러니까 유태 전통에서 이어 받은 하나님의 선교 행동강령입니다. 오늘날, 에큐메니칼 운동을 한다고 하는 우리가 이 강령, 이 선언문을 읽고 되새기면서 과연, 우리가 하는 운동이 이 선언에 얼마나 부합하는 활동과 운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하게 됩니다.

우리는 과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는가? 스스로 묻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우리는 교회에 나오기만 하면, 열심히 기도만 하면, 복을 받는다고, 기복신앙의 천박한 자본주의 맘몬의 복을 설교해 왔습니다.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음이라고 왜곡하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과연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 주고 그들의 해방과 석방을 위해서 행동을 했는가 물어야 합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군사독재 경제개발 시대와 유신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인권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기독학생들과 경제개발의 노예로 노동을 착취당한 젊고 어린 여성 노동자들 편에 서서 해방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적인 이유로 이념과 생각이 다르다고, 노동운동을 했다고 갇혀 있고 묶여 있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눈먼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 귀머거리가 된 정신적인 장애우들을 위해서 일해 왔는가 반성하게 됩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거나 안 보거나, 소리를 듣기는 들으면서도 못 들은 척 하거나 아예 듣지 않기로 한 이들이 광장의 촛불, 그 환한 촛불을 피하고 모욕하면서 눈과 귀를 막고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흔들면서 하나님의 뜻과 예수님의 십자가를 모독해 왔습니다.

과연 우리는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어 왔는가 묻게 됩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지 못한데 누구에게 자유를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북한의 동포들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반공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교회라는 감옥, 성경 근본주의의 감옥에 갇혀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지 않으면서 어떻게 북한 동포들을 자유하게 한다고 할 수 있는지, 나아가서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만들 수 있다고 큰 소리 칠 수 있겠는가 하는 절실한 질문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

부끄럽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오늘 이 시간 세상 종말의 시간이 돼서 하늘의 재판장 예수님이 우리 앞에 나타나셔서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던가? 또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나?" 우리, 여기 모인 에큐메니칼 운동가로 자처하는 우리는 이 엄중한 질문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 NCC 운동가들은 한국 초대교회의 성령운동으로 사회적 성령운동을, 1919년 3.1 독립운동의 전통을 이어 받아 정치적 성령운동을 전개하며, 북조선 공산 독재정권에 맞서서 순교의 피를 흘린 그 전통과 함께 군사독재 정권의 반민주적, 반민족적 포악한 압제에 항거하여 갖은 고난을 당하면서도 복음의 지조를 지켰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와 정의와 생명을 믿으며 싸우는 이들 편에 서서 싸웠습니다. 그래서 매도 맞고 직장도 잃고 굶주리고 감옥에 가고 목숨도 바쳤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분단된 우리나라를 하나로 통일되게 하기 위해서,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극복하고 원수된 형제자매가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어 전쟁을 거부하며 민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기도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이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룩하는 하나님의 선교라고 굳은 믿음으로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우리는 광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환한 밤하늘을 빛나게 하는 그 많은 촛불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수없이 반짝이는 하늘의 별들처럼 우리의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생명의 나라를 간절히 희망하는 촛불이 이 땅의 어둠의 세력을 물리쳤습니다. 우리 앞에는 새 나라와 새 삶을 창조해나가는 희망과 의지의 집단 지성과 민심으로 가득 찬 새 하늘과 새 땅이 분명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이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구름과 바람으로 날씨는 볼 줄 알면서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이 위선자들아!" 꾸짖고 계십니다. 누가복음 12장 54절에서 56절에 있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시대의 뜻, 오늘의 시대정신, 하늘의 뜻, 역사의 하나님의 뜻을 거역해서도 안 되고 거역할 수도 없습니다.

3. 내일의 에큐메니칼 운동

올해는 체코의 얀 후스가 독일의 루터보다 100년 전에 시작한 종교개혁, 기독교 개혁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그 개혁의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교회갱신, 교회개혁, 혁명적인 회개운동과 성령운동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종교개혁 500년 혹은 600년을 기념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신앙의 갱신, 우리 한국 교회의 개혁은 생각도 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은 면죄부를 팔고 사는 중세 로마교회의 타락한 신앙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우리 에큐메니칼 운동은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킨다고는 했지만, 우리 집안의 문제, 우리 교회의 신앙과 신학에 대해서는 예언자적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그럴 만한 윤리적, 정치적 힘도, 능력도 상실한 채,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던지는 변화하라는 충고의 쓴 소리를 듣고 있는 형편입니다. 앞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를 교회답게 갱신하는 선교운동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교회개혁운동을 위하여 에큐메니칼 운동이 그 선교적 사명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일치 운동에 앞서서 교회갱신 운동, 개혁운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자신의 교회개혁 운동, 종교개혁 600년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 받아 스스로 개혁하고 갱신하는 신학과 신앙운동 없이는 오늘의 시대정신에 응답하고 화답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회운동과 정치운동과 함께 우리 자신이 변하고 달라지고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4. 오늘과 내일의 에큐메니칼 지도력

이러한 시대적 선교적 요구에 응할 사람, 우리의 당면한 카이로스에 에큐메니칼 지도자로 나설 사람이 누구일까? 옛날 이스라엘에서 사울이 최초의 왕으로 지명됐을 때, 그가 도망친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시대적 사명을 다하려 나서라고 할 때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시옵소서"하고 무릎을 꿇고 나설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겁도 없이 무엇 때문인지, 너도나도 나서겠다고, 서로를 헐뜯고 교단 차례나 내세우면서 에큐메니칼 지도자가 되겠다고, 그게 큰 권력이나 된다고 나선다는 소문이 횡행하여 교회 안과 밖의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우리 앞으로의 에큐메니칼 지도력은 개인 한 사람에게, 한 교단에게만 맡길 수 없습니다. 집단 지성이 필요합니다. 여러 위원회를 통해서, 에큐메니칼 원로들과 기독교 단체들, 특히 여성과 청소년 단체들, 언론기관을 통틀어 에큐메니칼 네크워크와 파트너십을 구성해서 교회갱신 운동과 함께 하나님 나라 정치 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합니다.

종교개혁의 선구자들이 외쳤던 교회 사제, 이른바 성직자 중심의 기독교 선교운동이 아니라 "만인사제론"이 중심이 되는 평신도 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지도력은 평신도 중심이 되어야 하고, 평신도 가운데 특히 여성들과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서 우리 에큐메니칼 운동은 몇몇 교단과 교회들만의 신앙운동, 선교운동이 아니라,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전국 교회 운동으로 확산되고 심화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정부가 세종시를 중심으로 일하게 되었고, 앞으로 지방분권으로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연방정부의 차원으로 개헌을 추진하게 된다고 하는데, 서울 종로 5가에서 해방되는, 그리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누룩의 생명학적 운동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해서 한탄하셨습니다: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으로 비유할꼬. 마치 장터에서 편 갈라 앉아 서로 소리 지르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우리 에큐메니칼 운동은 세상과 함께 춤추고, 세상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통곡할 줄 아는, 그리고 그렇게 하는 운동으로 성령에 힘입어 살아나야 한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주여, 저희들과 함께 하시옵소서. 아멘. (2017.8.21.)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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