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몰트만 박사(좌)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신대 채수일 교수(우)가 통역을 도왔다. |
희망의 신학으로 유명한 위르겐 몰트만 박사(83)가 11일 방한해,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몰트만의 방한은 이번이 8번째다. 그는 34년 전인 1975년 한신대학교의 초청을 시작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맺었고, '하나님의 뜻이 있다면 죽기 전에 한국에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이번 방문이 성사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한국교회의 발전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한편, 자신의 신학과 국제 기독교 동향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히 답했다.
몰트만 박사는 15일까지 신학대들을 비롯한 여러 에큐메니컬 기관에서 '삶을 위한 신학, 신학을 위한 삶', '악의 희생자와 가해자를 위한 하나님의 정의', '개신교 시각에서 본 교황칙서' 등을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강연 일정 아래 첨부) 그는 어쩌면 이번 방문이 마지막 방한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으며, 현재 「희망의 윤리」를 집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한국에 온 소감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고 오게 되어 기쁘다. 34년전인 1975년에 처음 한신대의 초청으로 한국에 이번에도 한신대학교의 초청으로 왔다. 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땐 개발도상국이었는데 지금은 고도로 발전된 나라다. 군부독재치하에 있던 79년에 왔을때는 상황이 악화되어 대학강연이 불가능했고, 서광선 박사님도 학교에서 교수직이 발탈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경주로 여행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한국이 통일의 길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는 정의,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되기 바란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북한이 흡수되는 통일형식이 아닌,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되길 바란다. 나는 지금 가르치려는 입장이 아니고, 통일경험이 있는 독일인으로서의 견해를 말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나보다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것이라고 생각한다.
- 에딘버러 100주년 기념선교대회가 에딘버러에서 처음 기획보다 축소되어 열린다고 들었다.
사실 서구기독교가 쇠퇴하고 아시아의 기독교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유럽의 교회가 다시 부흥하길 기대한다. 또 선교의 새로운 개념도 필요하다. '선교의 후기 대화적 개념'으로서의 선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종교적 대화와 혼돈되면 안된다. 또 에딘버러선교대회가 꼭 거기서 열릴 필요는 없다. 어디서나 열릴 수 있다.
나는 줄곧 교회의 일치를 통해 교회가 성장할거라고 생각해왔는데 한국교회는 분열을 통해 성장한 것 같다. 교회 일치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두가지 요소는 성만찬과 기도다. 이 두가지는 변할 수 없는 상수다.
- 당신의 신학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한국은「희망의 신학」보다는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에 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것은 민중신학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폭력적 정권에 저항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80년대 초 내가 한국에 왔을 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항거하다가 끌려가서 입원한 사람들과 옥에 갇힌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명동성당에서 검은색 숄을 덮고 기도하던 모습이다. 이 모습을 독일의 교회의 날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쓴 책들로부터 한국신학계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는 내가 대답하기 좀 어려운 문제다.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5년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었는데, 그 때 조용기 목사님과 대화를 했다.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개인구원, 영혼구원을 많이 강조했는데 요새는 사회구원과 생태구원, 치유 등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인데, 나는 이번에 한국교회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배우고 싶다.
- (채수일 교수에게) 한국 신학자로서, 한국 신학계가 몰트만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몰트만 박사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신학대학원생이었고, 당시 그가 했던 설교와 강의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몰트만 박사는 실천적이고 행동하는 신학자로서 젊은 신학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당신의 '희망의 신학'과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철학'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지난 300년간 모든 철학자 중에 에른스트 블로흐만큼 성경을 많이 인용하고 성경에 대해 박식했던 철학자는 없었던 듯 하다. 그는 1921년 사회주의 나라로부터 서방체제로 이주했고 때문에 맑시스트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중국이 개방하고 나서, 사실상 대화의 파트너로서의 맑시스트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새로운 것이 아닌데, 진정한 맑시스트가 없는 이 시대에 다시 맑스를 논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북한에 진정한 맑시스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고, 만약에 스스로를 맑시스트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맑스를 제대로 공부했는지도 모르겠다.
- 교회 간의 일치운동이 왜 필요한가
요한복음 17장에 있는 예수님의 기도에 답이 있다. 그는 우리가 하나가 되길 바라셨다.
▲위르겐 몰트만 강연일정
5월 12일(화)
-오전 10:00 : 장소 서울신학대학, 주제 「주께서 나의 발을 넓은 곳에 두시니"삶을 위한 신학, 신학을 위한 삶」
-오후 19:00 : 장소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 한국민중신학회, 안병무 기념사업회, 서남동 기념사업회 공동주최, 주제 「그의 이름은 정의입니다:악의 희생자와 가해자를 위한 하나님의 정의」
5월 13일(수)
-오전 11:30 : 장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주제 「주께서 나의 발을 넓은 곳에 두시니"삶을 위한 신학, 신학을 위한 삶」
-오후 14:00 : 장소 기독교회관 701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선교훈련원 간담회
5월 14일(목)
-오전 11:00 : 장소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주제 「주께서 나의 발을 넓은 곳에 두시니"삶을 위한 신학, 신학을 위한 삶」
-오후 19:00 : 장소 서울 프란체스코 회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일치포럼, 주제 「지구화 시대의 외쿠메네:개신교의 시각에서 본 교황칙서 '하나되게 하소서'」
5월 15일(금)
-오전11:30 : 장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주제 「주께서 나의 발을 넓은 곳에 두시니"삶을 위한 신학, 신학을 위한 삶」